춘분제 제사로부터 유래
만우절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기원설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유력한 다섯 가지를 보면 첫째로, 옛날에 부활절에 상연된 기적극(miracle play)에서 유래되었다는 말이 있다. 그 극에서는 유대인 고승인 아나스가 가이아파스 고승에게 그리스도를 인도하고, 이어서 가이아파스가 로마의 유대 총독이며, 그리스도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던 빌라도에게 인도한다. 그리고 빌라도가 유대 왕 헤롯에게 인도하고 또다시 헤롯이 빌라도에게 넘겨주어 그리스도는 4월 1일에 처형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사실을 익살맞게 기념하는 행사가 만우절로 되었다 한다.
두 번째는 노아의 홍수 때 물이 빠져나가기 전에 지금의 4월 1일에 해당하는 날에 비둘기를 날려 보냈다는 전설이 있다. 이 구원을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서 만약 그날의 의미를 잊는 사람이 있다면 노아가 불운의 비둘기를 노아의 방주의 창문으로 날려 보냈듯이, 무심한 사람에게 헛된 심부름을 시키는 관습이 생겼다고 한다.
이것이 만우절의 유래가 되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4월 초에 거행되던 로마 농업의 여신 케레스제를 모방한 것이라는 설이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들판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던 페르세포네 왕녀가 저승의 신 플루토에게 유괴되어 저승으로 갔을 때, 그녀의 어머니인 케레스가 페르소포네의 목소리를 듣고 찾아 헤맸으나 헛된 일로 끝나 버렸다는 고사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이 유래도 노아의 비둘기처럼 헛되이 심부름을 시키는 습관이 발전해서 만우절이 되었다고 한다.
네 번째는 옛날 일반 서민층에서 행해지던 춘분의 제사로부터 남겨진 관습이라는 설이다. 춘분제는 구달력의 설날인 신달력의 3월 25일에 시작해서 4월 1일까지 계속되었다. 인도에서는 춘분제를 훌리(Huli)라고 말하고 그 마지막 날인 3월 31일에 헛된 심부름을 시키고 사람들을 놀리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이것이 발전해서 만우절이 되었다는 설이다.
다섯 번째는 유럽에서 그레고리 달력을 최초로 사용한 나라는 프랑스인데, 샤를 9세(Charles Ⅸ, 1550∼74)는 1564년에 현재의 1월 1일부터 신년이 시작되는 것으로 정하였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들이 구습을 버리지 못하고 4월 1일에 농담반으로 신년의 선물을 보내거나 신년 인사를 해서 남을 놀리거나 놀라게 만들기도 하였다.
이러한 습관이 발전해서 다른 나라에서도 4월 1일을 만우절로 정하고 긴장을 푸는 의미에서 이날 하루를 바보짓을 하는 날로 보내게 되었다고 한다.
4월의 물고기에 비유
이 중에서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유래설이 가장 설득력 있다는 평이다. 만우절은 1712년경에 최초로 행해졌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 습관은 처음에 프랑스에서 시작되어서 17세기 후반이나 18세기 초에 영국에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4월의 물고기(April fish)는 만우절에 하는 거짓말이나 장난, 거짓 심부름 등을 뜻한다. 그 이유는 4월에 물고기는 어려서 잡기가 쉽기 때문에 거짓말을 물고기에 비유하고 이 악의없는 만우절 거짓말을 ‘4월의 물고기’라고 표현한다.
만우절 풍습이 가장 먼저 시작되었다는 프랑스의 경우 만우절 덕분에 목숨을 건진 사람의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프랑스의 로렌 공작은 그의 부인과 함께 프랑스 서부의 항구 도시인 낭트에서 감옥에 갇혀 있는 죄수의 몸이 되었는데, 그들은 탈출을 시도해 4월 1일 아침 일찍 농부차림으로 변장을 하고 도시의 성문을 통과했다. 그런데 이들 도망자의 신분을 알게 된 한 여자가 수위에게 그 사실을 알리자 감옥을 지키던 병사들은 ‘4월의 바보장난’이라며 웃어 넘겼다고 한다. 결국 공작부부는 만우절 덕분에 목숨을 건진 셈인데 이 이야기를 통해 프랑스에서는 ‘만우절’이 이미 모든 사람들에게 널리 퍼져 있는 풍습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현대에 들어서는 각국에서 만우절이라 하여 특별한 행사를 하지는 않지만(예외로 호주의 경우는 시드니에서 만우절 페스티벌을 펼친다.), 만우절에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가 세상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특히 세계의 각 언론매체는 밉지 않은 거짓말을 실어 만우절 재미를 톡톡히 살린다. 몇 년전 중국의 경우는 관영신문인 「중국청년보」에서 만우절을 맞아 최우수 지식인 가족에 대한 출산완화 정책, 달에서의 땅투기 등 가짜 기사를 한 면에 게재에 독자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만우절' 즐길 여유조차 없어
작년 일본의 유력지 아사히신문도 “정부 산하기관 연구소가 사람의 말을 통해 속마음을 알 수 있는 기계를 개발,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총리가 시험해 봤다”는 ‘만우절 기사’를 게재했는데, 아사히는 ‘하시모토 총리가 주요 여야 정치인의 발언을 기계에 입력해 본 결과 모두 자신에게 불리한 속마음을 갖고 있는데 격노해 기계사용을 중단시켰다”고 하고서는 끝에 ‘1일은 만우절’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세계의 언론들은 만우절 아침 오보를 내보내고 기사 말미에 만우절임을 상기시키는 짖궂은 장난에 빠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언론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요즘처럼 사회가 극도로 불안정하고 혼탁한 상황에서는 ‘만우절’을 즐길 정도의 여유를 찾기가 어렵다. 작년 컴퓨터 통신업체 ‘천리안’에서는 만우절 아침, 통신에 “당첨을 축하합니다. 당신은 1,000,000번째 가입자로 당첨되셨습니다. 놀라운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GO PPUNG에 접속해 확인하십시오”라는 메시지를 띄웠는데, GO PPUNG를 하면 “선물은 웃음입니다. 오늘은 ‘만우절’입니다. 재미있는 거짓말을 올려주십시오”라고 해서 천리안 가입자에서 웃음을 선사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진짜 선물을 기대한 가입자들의 전화가 쇄도, 이들이 만우절이라는 답변을 듣고 항의가 잇따랐고 결국 해당업체는 이 서비스를 오전에 중단했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잠깐의 웃음도 허락되지 않는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있는 것인지 모른다.
만우절이면 장난 신고 때문에 최대 피해를 받았던 소방서도 90년대 들어서는 간혹 초등학생들의 장난전화가 올 뿐이어서 만우절이면 동분서주하던 소방차량의 모습도 이젠 과거의 추억이 되어 버렸다. 만우절의 본래 의미는 기원이 어찌되었든 단 하루만이라도 뜻밖의 거짓이나 장난으로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탈출을 유도하고, 웃음으로 삶의 긴장을 풀 수 있도록 한 것이리라.
하지만 사회가 점점 각박해 지고, 치열한 경쟁을 요구하고 있다보니 사람들의 의식속에서 만우절은 점차 잊혀져 가고 있다.
만약 올해 4월 1일 만우절, 모 신문에 전직 대통령중 아무개가 그동안의 과오를 뉘우치고, 스위스 은행에 예치되었던 수백억의 비자금 명목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는 기사를 내보내거나, 여야 의원들이 함께 소풍을 가서 친목을 다지며, 국가발전을 위해 심각한 토론을 했다고 싣고서 만우절 거짓말이라고 한다면 과연 호쾌하게 웃을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 것인가.
만우절을 만우절답게 보낼 수 있는 날을 우리모두 기다려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