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염이라는 말은, 텅 빈 것이 허공과 같아서 머물지 않고 흘러가는 가운데 묘하게 늘 작용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을 '묘유로써 용을 삼는다' 고 했어요.
그냥 공한 상태에만 빠져 있으면 그건 무기(無記)입니다. 무기는 무기력하다는 말입니다. 무기력하다는 말은 힘이 없어서 선(善)으로도 못 가고 악(惡)으로도 못 간 채,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닌 뭔가 제대로 된 상을 만들지 못한 상태를 말하는 거예요.
세상 경계가 오면 오는 대로 바라만 보고 있고 또 지혜가 없이 세월 따라서 인연 따라서 흐르기만 한다면 그 또한 불법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흘러가는 가운데 인과가 분명한 것을 알아야 해요. 그러므로 고요한 가운데 생명 세계에서 서로 관계를 유지하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베풀어야 하고, 또한 서로 상생하고 공존하는 법칙을 믿으면서 조화를 이루고 살아나가는 지혜를 드러내야 합니다.
우리가 천 삼라 만 삼라 우주를 보면 위에는 하늘이 있고 아래는 땅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 사이는 전부 다 텅 빈 공이지요?
《금강경 》에서는 이것을 두고 무상이라고 했어요. 무상인데 이 무상 안에 무엇이 있죠? 천지만물이 있죠? 꽃은 그렇게 나름대로 조금도 쉬지 아니하고 계속 작용을 하면서 피어 가고 있잖아요. 무상의 법칙에 의해 쉼이 없이 계속 변화를 하고 있어요.
모든 생명체들이 이렇게 끊임없이 운동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디서 그러고 있습니까? 허공 속에서 하고 있잖아요. 그냥 텅 비어 있다고 해서 제멋대로 그냥 자기식대로 되는 게 아니고 정해놓은 기준은 없지만 그 속에 시절 인연이 바르게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이 묘하다는 의미에서 묘유라고 하는 겁니다. 묘유는 중생을 교화하는 방편법으로써 부처님께 묘법이 되는 거예요.
반야지혜가 누구에게는 있고 누구에게는 없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 있는 것에는 보편적으로 다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정등이라고 하는 거거든요.
완전히 믿으면 100촉 백열등이 밝혀지는데 우리는 지금 못 믿기 때문에 15촉에서 머물고 마는 것이죠. 본래 다 갖추어져 있으니까 밖으로부터 필요한 것을 구해올 것이 없습니다.
이것을 《반야심경 》에서는 무득이라 했고 다른 말로 무염이라고도 합니다. 무염이라는 말은 본래 여래성이고 본래 부처이기 때문에 텅 빈 것이 허공과 같아서 어떤 색깔로도 물들일 수 없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르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