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잉여인간
    ◑解憂所 2024. 11. 26. 03:13

    겨울을 재촉하는 삭풍(朔風)이 빗소리와 함께 유리창을 때리면서 잠을 깨운다.
    멀뚱멀뚱 천장 바라보다 요즘 화두가 되는 잉여인간에 대하여 몇자 끄적여 본다.

    6070이 왜 잉여인간인가?

    우리나라는 2018년에 이미 전체인구에서 65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14%를 넘어서서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40년대가 되면 국민 3명중 1명이 노인일 거라고 전망한다. 이대로라면 ‘노인국’이 될 날이 멀지 않았다. 평균수명은 늘어나고 낮은 출산율은 회복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우리사회의 초 고령화는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늙어야 노인 아닌가? 아직 멀쩡한데 잉여물품 내놓듯이 함부로 노인들을 쏟아내고 있다. 건강한 6070세대를 노인으로 취급하면서 ‘노인이 넘쳐나는 세상’이라고 하니 어이없다. 우리 사회는 한창 일할 수 있는 이들을 왜 ‘잉여인간’ 취급하는가?
    스스로도 한창 나이에 노인이라고 생각하고 뒤로 물러나 쉬려고만 하니 노인이 많은 세상이 되는 것 아닌가.

    나이들어 약으로 연명하면서 예전보다 더 오래 사는 세상이 되었다. 이제 오랫동안 굳어 있는 노인 기준연령을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65세를 80세쯤으로 한다는 말도 회자 되고,ㅕ 80세가 넘어도 신체와 정신이 건강하다면 노인이라 부르기 어렵다. 우리는 늙기도 전에 가만히 앉아서 밥상을 받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의존적 존재의 노년보다 여전히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노년이 좋다.

    우리는 새로운 인생지도를 작성해야 한다. 이모작 인생을 개척하는데 두려움을 느끼거나 주저해서는 안 된다. 한번 추수를 했다고 다시 추수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는가.

    우리가 약간 착각하고 있는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고령화된다고 하니 인간의 수명이 무한정 늘어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은 인간의 평균수명은 근세기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최대수명은 오랜 인류의 역사에서 큰 변동이 없다. 조르주 미누아가 지은 《노년의 역사》에서 기술한 예전의 인간 수명을 참고해 보자.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인 솔론은 80세, 디오게네스는 90세, 제논은 98세, 데모크리투스는 100세까지 살았다고 한다. 구약성서에 따르면 모세는 120세, 아론은 123세, 여호수아는 110세에 죽었다고 한다. 당시 인간의 최대수명은 오늘날과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평균수명은 오늘날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B.E. 리처드슨이 그리스인 2.022명의 묘비명을 기초로 분석한 결과 60세까지 살 수 있는 확률이 10% 정도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인 55.48%가 25세 이전에 사망함으로써 결국 평균수명은 25세가 채 되지 않았다. 영아 사망과 질병과 전쟁 등으로 조기 사망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불과 1세기 전까지만 해도 인류의 평균수명은 40대를 넘지 못했고, 반세기 전만해도 60세 정도였다. 하지만 이젠 80세를 넘어 100세를 넘보고 있다. 점점 인류의 평균수명이 최대수명에 근접해 가고 있다. 이젠 한 번 태어나기만 하면 특별한 사고가 없는 한 최대수명 가까이 산다. ‘인생 뭐 있나!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라는 말은 요즘 세상에 맞지 않는다. 인생 잘 살아야 한다.

    얼마 전부터 욜로가 대유행이다. 욜로(YOLO)는 ‘인생은 한번뿐이다(You Only Live Once)’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따온 말이라고 한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인생이니 현재를 즐기란다. 미래를 위해 현재의 삶을 허덕이지 말고, 지금의 나에 대한 투자와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란다.

    그러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병들고 지치고 주변 지인(知己)들이 한 두명씩 사라져 가는 적막감과 외로움은 어찌 할 수 없다.

    욜로는 젊은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지만, 사실은 중년을 넘어선 사람들에게 더 공감이 가는 말이다. 먹고 살길 찾다보니 눈코 뜰 새 없이 일만하고, 남은 건 자식들과 삭아버린 자신의 얼굴뿐. 인생은 한 번뿐인데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욜로가 중시하는 것은 현재의 행복이다.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에 충실하자는 뜻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처럼 말이다.

    하지만 유행병처럼 떠다니는 욜로에 감염되어 헤어날 줄 몰라서는 곤란하다. 현재의 자신에 모든 것을 탕진해버리고 미래를 포기하기에는 여생이 너무 길다. 욜로만 챙기는 것은 인생을 너무 허망하게 할 위험이 크다. 80~100세까지 삶을 유지한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젊은 시절에만 철학을 하고 나이 들어서는 하는 일 없이 그냥 지냈을까? 그들의 인생은 오히려 후반기에 빛났고 더 의미 있는 일을 했다.

    욜로족이란 미래에 대비하거나 노후를 준비하기보다 ‘현재의 즐거움’에 집중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들은 먼 훗날의 행복보다 지금의 행복을 더 중요시한다.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앞 글자를 딴 것으로 ‘한 번 사는 인생 마음껏 즐겨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용어다. 욜로족들은 여태까지 모아두었던 목돈으로 전셋집을 얻지 않고 세계여행을 떠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에 한 달 월급을 소비하기도 한다. 현재의 즐거움을 위해 소비를 주저하지 않는 것이다.

    '◑解憂所' 카테고리의 다른 글

    心有係戀 便無仙鄕(심유계연 변무선향)  (1) 2024.02.21
    무염(無念)  (1) 2024.01.29
    칠종예불  (0) 2022.10.26
    비교에서 오는 삶의 침체기  (0) 2014.06.19
    누가 보는가?   (0) 2013.10.21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