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어탕

 

 

 

추어(鰍魚). 우리말로 미꾸라지. 이 미꾸라지를 이용하여 탕으로 끓인 추어탕(鰍魚湯)은 여름 보양식으로 유명하지만 사실 가을 음식이다. 추어의 ‘추’(鰍)는 물고기 ‘어’(魚)와 가을 ‘추(秋)의 합성어로 가을 물고기를 뜻하니 추어탕(鰍魚湯)은 가을음식인 셈.

 

일제 강점기에 발행된 ‘해동죽지(海東竹枝)’에서도 추어탕(鰍魚湯)을 가리켜 “서리가 내릴 무렵 두부를 만들어 이것이 미처 응고 되기 전에 추어(鰍魚)를 넣고 다시 눌러서 굳게 하여 얇게 썰고 생강, 천초를 넣고 가루를 섞어 삶는다”고 한 것을 보아, 지금처럼 양식이 없었던 시절 가을에 먹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가을 미꾸라지는 겨우내 동면을 하기 위해 많은 영양분을 저장하므로 통통하게 살이 올라 제 맛이 난다.

 

추어탕(鰍魚湯)은 서민들의 보양식이었다. 농촌에서는 여름이 지나면 논에 물을 빼고 논 둘레에 도랑을 파 통통하게 살이 오른 미꾸라지들을 잡아 국을 끓였다. 서민들의 음식이었던 탓인지 추어탕(鰍魚湯)이 옛 기록에서 보이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 따르면 미꾸라지는 백발을 흑발로 변하게 하며 양사(陽事)에 좋아 양기가 부족할 때 끓여먹는다고 적고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 역시 ‘추어(鰍魚)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속을 따듯하게 하여 원기를 돋우고, 비위를 보하며 설사를 멎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하였다. 정력에 좋다고 해서인지 옛날 양반집에서는 은밀하게 야식으로 즐겼다고 한다.

 

미꾸라지는 비타민 A, 비타민 D, 칼슘 등을 포함하고 있어서 야맹증이나 골다공증, 어린아이들의 발육에도 좋다. 특히 음(陰)체질에게 좋아 소음인에게 추천하는 음식이다. 이런 풍부한 영양소들이 뇌의 회전을 원활하게 만들어 수험생에게도 그만이다.

 

추어탕(鰍魚湯)이 지금과 같이 대중화되어 농민이나 도시의 하층민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사랑하는 음식이 된 것은 일제 강점기 때부터 이다. 미꾸라지를 통으로 끓이는지, 갈아서 끓이는지에 따라 지역적인 특색도 갈리게 되었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스산한 가을. 칼칼하고 시원한 추어탕(鰍魚湯) 한 그릇으로 원기를 보충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