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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에 이혼, 어떻게?법륜스님 즉문즉설 2011. 10. 13. 10:19
- 질문자 : 50대 중반입니다. 얼마 전 이혼하고서 6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헤어진 원인을 따져 봤을 때 어찌 됐든 제 잘못이 크다는 생각을 가지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저처럼 50대 중반에서 헤어지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고, 주변에서도 무늬만 부부로 사는 분들이 많고, 사회적 흐름으로 봐도 이혼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우리가 가정을 잘 지키는 방법에 대해서 좋은 고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법륜스님 : 50대 중반의 남자가 어릴 때 집에서 자랄 때의 분위기는 남성 중심의 사회였습니다. 물을 떠와도 꼭 누나나 여동생 보고 떠오라고 하지 남자애들한테는 시키지 않습니다. 그래서 남자들의 무의식 세계에는 남성 중심적인 의식이 자리잡혀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 교육을 통해서는 남녀가 평등하다고 교육을 받았습니다. 여자들은 평등하게 교육을 받은 관점에서 남자를 보지만, 남자들은 배우기는 그렇게 배워도 자신의 무의식 세계에서는 어릴 때 길들여진 남성 중심적인 방식으로 사물을 바라봅니다. 여기에는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옛날에는 남자는 돈만 벌어다 주면 됐어요. 바람을 펴도 집만 안 버리면 됐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달라졌어요. 남자들도 같이 맞추어서 살려면 ‘내가 돈 벌어다 줬으면 됐지’, ‘나는 남자다’ 하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목에 힘주는 남자 시중들고 살려는 여자는 이제 없어요. 권위주의는 나이가 들면 외로워집니다. 어릴 때를 가만히 한 번 보세요. 아버지는 “어흠” 하고 권위를 세우고 엄마는 하녀처럼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집에 오면 어떻게 합니까? 제일 먼저 아버지 방에 가서 딱 무릎 꿇고 절을 하지 않습니까. 그러고 몇 분쯤 있습니까? 2시간 앉아 있습니까?
- 질문자 : 아니요, 그저 길어야 5분입니다.
- 법륜스님 : 그러고는 엄마한테 와서는 절도 안 하죠. 술도 같이 먹어도 되죠. 담배 피워도 되죠, 누워서 얘기해도 되죠. 어느 것이 편해요? 엄마가 편하죠. 그러니까 자연적으로 애들이 인사할 때만 아버지한테 가고, 놀기는 누구하고 놉니까? 엄마 방에 가서 놀아요. 큰방에서는 웃고 떠들고 온갖 소리가 나는데 아버지는 사랑채 혼자 있는 거예요. 왜? 아버지하고는 담배도 같이 못 피지, 누웠던 애들도 벌떡 일어나야 되지 이러니까 하나씩 하나씩 나가버리고 아무도 없는 거예요. 외로워지는 겁니다. 남자는 젊었을 때 돈 벌어오는 그 한 가지 권위를 가지고 이렇게 생활을 유지했지만 나이 들어서 수입이 신통찮거나 하면 어제 순진하든 하녀가 오늘은 독한 여자로 바뀝니다.(청중웃음) 우리가 생각할 때 사람이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억압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만약 퇴직을 해서 수입이 없어지면 너무 무거운 짐을 지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퇴직을 하면 부인한테 절을 먼저 딱 하고
“여보 내가 그동안에 직장 다닌다고 바빠서 당신 도와주지도 못했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내가 설거지 해 줄께, 밥도 내가 할께, 청소 내가 할께, 커피도 내가 끊여다 줄께.”
이렇게 태도를 한 번 바꿔보세요. 그러면 쫓겨날 아무 이유가 없어요. 부부관계가 더 좋아지고 오히려 돈 적게 벌어줘도 부인이 훨씬 더 좋아하고 돈 안 벌어줘도 좋아하고 오히려 신혼부부처럼 돌아가 버립니다. 그러니 시대가 바뀌었어요. 이것을 남자들이 알아야 돼요.(청중웃음, 큰 박수)
남자들이 권위를 세우는 거기에 치여서 여자들이 고생을 하지만 결국은 남자가 손해예요. 손해는 우선 무엇으로 나타납니까? 남자는 돈이 아주 많거나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늙어서 혼자 살 조건이 어렵게 돼 있어요. 반면에 여자는 혼자 살아도 잘 살 수가 있어요. 왜? 원래 온갖 걸 자기가 하고 살았기 때문에요. 그래서 시골에 가 보면 평균수명이 열 살 차이가 납니다. 할머니가 열 명이면 할아버지는 한 두 명 밖에 없습니다. 시골 할머니들에게 ‘어디 놀러가자’ 이러면 혼자 사는 할머니들은 갈 수 있는데 할아버지 있는 할머니는 가고 싶어도 못 가요. 할아버지 때문에.(청중웃음) 가고 싶어도 못 간다는 것은 할아버지가 빨리 죽기를 바란다는 거예요.(청중웃음) 이것이 사실은 남자의 불행입니다.
경찰서장 세무서장 등 지역유지를 할 때는 사람들이 저한테 고개를 숙였는데 직위를 그만두고 나면 한 사람도 안 찾아옵니다. 그러면 인간에 대한 배신을 느낀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너무 당연합니다. 왜나하면 당신을 보고 따른 게 아니라 직위를 보고 따른 거니까. 직위 없으면 안 따르는 게 정상이거든요. 그런데 회사에서만 직위를 갖고 대하지 사적으로는 친구로 항상 사람들하고 지냈으면 직위가 없어져도 친구는 그냥 남습니다. 그런데 남자들은 직위가 자기인 줄 착각하고 있어요. 돈만 벌어주면 해결되는 줄 알아요. 그런데 인간의 이 묘한 감정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특히 어린 아이들을 한번 보세요. 돈은 아버지가 벌어주는데 가까이서 밥 먹여주고 옷 입혀주는 건 엄마가 하니까 이성적으로 따지면 아버지도 똑같이 은혜가 있다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누구 은혜가 큽니까? 엄마가 큽니다. 이게 인간의 심리현상입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50대 되어서 이혼 안하려면 남자가 정신 차려야 합니다.(청중웃음)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부러 숙여주는 게 아니라 원래 내가 아니었던 그 권위를 버리고 보통사람으로 돌아가서 생활하면 큰 문제가 없습니다. 남자들도 절을 좀 해야 되요. 절을 해야 이 잘났다하는 생각을 좀 내려놓을 수 있거든요. 부부가 헤어지더라도 자녀는 잘 돼야 될 거 아니예요. 자녀가 잘 되려면 아내한테 ‘내가 어리석어 미안하다’ 이렇게 대하세요. 당장 합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지금 이 꼬라지 갖고는 합하자 해도 3일만 지나면 본 꼴이 나오기 때문에 또 갈라지게 돼요. 기도를 하셔서 진심으로 ‘부인이 나 때문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구나... 부인이 참 좋은 사람이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야 해요. 애 엄마는 괜찮은 사람인데 내가 성질이 더러워서 그랬지 이렇게 딱 돌아가면 애들이 잘 되요. 애들 엄마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애들도 좋은 사람이다. 그런데 ‘저 인간 저거’ 그러면 그 인간을 본받고 자란 아이들이기 때문에 아이들도 잘 될 수 없어요.
솔직하게 말해 해결의 키는 질문하신 남자분한테 있어요. 지금까지는 스님한테 여자만 자꾸 물으니까 스님이 뭐라 그랬습니까? 여자가 절을 하라 그랬죠. 왜? 남자가 안하면 여자라도 해야 가정이 편안하니까. 이것은 누구든지 자기가 먼저 하면 집안이 편안해져요. 여기서 남자 여자는 원래 없어요.
다시 결합하느냐 헤어지느냐 하는 게 문제가 아니고 상대에 대한 나의 상처가 풀어져야 됩니다. 이 상처는 참회를 해야 풀어집니다.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해야 이게 풀어져요. 살고 안 살고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같이 살더라고 그렇게 살아야 되고 헤어진 상태라도 그렇게 마음이 오고 가야 됩니다. 그래서 친구처럼 지낼 수 있어야 돼요. 그래야 아이들도 잘 돼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남하고는 친구 사이로 오래 지내면서 그래도 한방에서 20년씩 살았는데 왜 남편하고는 친구가 못 되요? 친구 중에 최고 좋은 친구 아니예요? 그런데 이혼하면 다시는 꼴보기 싫잖아요.(청중웃음) 이름도 듣기 싫잖아요. 철천지 원수가 돼 있잖아요. 철천지 원수 사이에서 태어난 애들이 정신분열이 어떻게 안 일어나겠어요? 그래서 여러분이 풀어야 됩니다. 같이 살아도 풀어야 되고 안 살아도 풀어야 됩니다. 푸는 방법은 내가 참회를 해야 풀립니다. 참회를 받아서 풀리는 게 아니고 내가 참회를 해야 풀립니다.
큰 박수가 쏟아집니다. 질문한 중년 남성은 “감사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하며 밝은 얼굴로 자리에 앉습니다. 그동안 여성 분들의 질문만 듣다가 오랜만에 남성 분의 질문을 들으니 참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제 블로그에도 왜 스님은 항상 모든 해결책을 여성이 먼저 고개를 숙이는 것에 두느냐고 항의하는 댓글이 많았습니다. 오늘 이 글을 읽으며 오해가 풀리셨으면 하네요. 두 부부가 서로 미워하고 갈등하면 결국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남자든 여자든 누구든지 먼저 상대를 인정하고 고개를 숙이면 해결의 길이 열린다는 것입니다. 질문하신 분처럼 50대가 돼서 이혼 안 하려면 지금부터라도 권위와 직위를 내려놓고 가족들에게 친구처럼 편안하게 다가가고 평등하게 역할을 나누면서 가족에게 늘 감사해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도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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