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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돌보는 일 때문에 직장 그만둬야 할까요?법륜스님 즉문즉설 2011. 10. 14. 06:34
- 질문자 : 직장생활 3년째입니다. 6세, 7세 아이가 있는데 엄마 손길이 많이 필요한 때입니다. 남편은 집안일과 아이 돌보는 일을 그다지 도와주지 않습니다. 아이는 엄마가 일을 하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만, 유치원 모임 같은 데 엄마가 참석치 못하니 요즘 들어서는 자꾸 엄마가 일을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저도 몸이 지치니까 아이들한테 자꾸 짜증을 내게 됩니다. 처음에는 아이들도 좀 자랐고 제 능력을 썩히는 것도 아깝고 해서 일을 시작했는데, 요즘에는 일을 그만둘까 싶습니다. 하지만 막상 그만두면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아이들 때문에 그만뒀다는 생각에 원망하진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 법륜스님 : 아이들한테 가장 크고 중요한 복은 엄마가 행복한 것입니다. 돈 많이 벌어서 좋은 옷 입히고 좋은 유치원에 보내고 좋은 음식을 먹이는 것보다 백 배 천 배 더 중요한 것이 엄마의 따뜻하고 편안한 마음입니다. 그게 아이에게 가장 소중한 양식입니다. 그런데 직장생활 좀 한다고 집에 와서 아이들에게 신경질 부리고, 집안일 제대로 도와주지 않는다고 남편에게 화내고, 그런 식으로라면 도대체 무엇을 위해 직장생활을 하는 건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직장 다니면서 돈 좀 더 벌고 사회적 지위나 명예는 얻을지 몰라도, 어머니가 지금처럼 아이들에게 좋은 마음을 심어주지 못하면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었을 때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돼서 지금의 삶을 후회하게 됩니다.
직장 다니느냐 마느냐 보다 중요한 건 삶의 태도 바꿔야그러니 직장생활을 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의 삶의 방식과 태도가 잘못된 것을 보아야 합니다. 할 수만 있다면 열 가지 일을 해도 좋지만, 두 가지 일이라도 내 능력이 안 되고 내 몸에 부치면 그만두어야 합니다. 남이 60킬로그램짜리 짐을 지고도 잘 간다고 자기도 덩달아서 억지로 60킬로그램을 지고 길을 나섰다가는 짐이 땅에 떨어져 부서지거나 제 몸을 다치게 됩니다. 무슨 일이든 제 힘에 맞게 해야지 남을 쳐다볼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혹시 직장에 다니지 않을 때에도 신경질을 내고 짜증을 내며 살아온 건 아닌지 돌아보세요. 만약 그렇다면 직장에 나가고 안 나가고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질내고 짜증내고 의지하는 습관을 먼저 고쳐야 합니다.오늘부터 매일 108배를 하면서 남편에게 참회기도를 하세요. “여보, 미안합니다. 내가 직장 다니면서 제대로 뒷바라지도 못 해주고 짜증내서 미안합니다. 앞으로는 직장 다니는 것 표내지 않고 전업주부처럼 당신을 잘 보필하겠습니다.” 하고 기도하세요. 그리고 정말로 직장을 다니면서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계속 직장을 나가고 그렇지 않다면 그만두는 게 낫습니다. 유치원 학부모 모임 같은 데 빠지는 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들에게 짜증내지 않고 항상 밝은 얼굴로 대하는 겁니다. 그럴 수 있거든 직장을 다니고 그게 안 되면 그만두는 편이 좋습니다.
능력에 부치면 관둬야 옳아. 엄마 행복해야 가정도 행복.그런데 문제는 지금의 성질로는 직장을 그만둔다 해도 여전히 가족들에게 짜증내고 신경질 낼 소지가 많습니다. 그래도 직장을 그만둔 뒤에는 그렇게 짜증내는 자기 모습이 금방 보이고 반성하는 마음을 가지기가 쉽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는 내가 바깥일로 힘들어서 그렇다는 핑계거리가 있으니 자기를 반성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백 일 동안은 직장에 다니면서 기도를 해보세요. 그렇게 해서 기도한 대로 잘되거든 계속 다니면서 기도하시고, 아무래도 직장을 다니면서는 어렵다고 보이면 그만두고 아이들을 돌봐야 합니다. 자식을 낳지 않았으면 몰라도 아이들을 팽개치고 자기 인생을 찾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입니다.적어도 아이들이 3세 때까지는 무조건 키워야 되는데 3세 때까지는 그렇게 하셨으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두 가지 일을 감당하지 못하면 아이들을 중심에 두고 초등학교 마칠 때까지는 아이들을 돌보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어머니의 마음 상태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으므로 지금은 어머니의 마음상태가 가장 중요할 때입니다. 이미 지난 3년 동안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많이 주었습니다. 더 이상 큰 과보를 받지 않으려면 헛된 생각 말고 지금 중심을 잘 잡아야 합니다.
짧은 답변이었지만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직장생활 좀 한다고 집에 와서 가족들에게 신경질 부리면 도대체 무엇을 위해 직장생활을 하는 건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지적하실 때 가슴이 뜨금했습니다. 평소 가족들에게 소홀했던 제 모습이 많이 되돌아봐졌습니다. 직장에서 열심히 돈을 버는 이유도 결국 행복하기 위해서일 텐데 말이니까요. 직장에 나가고 안 나가고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질내고 짜증내고 의지하는 습관을 먼저 고쳐야 한다는 말씀에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 직장도 다니면서 아이도 잘 돌볼 수 있으면 금상첨화이겠지만, 아이들을 팽개치고 자기 인생을 찾는 것은 무책임한 행위라는 말씀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만큼 어린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절대적인 영향을 주니까요. 직장을 다닐지 말지 여부를 떠나서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 짚어 주어서 참 좋았습니다.'법륜스님 즉문즉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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