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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생각해도 남편이 나쁜데 어떻게 좋게 생각?법륜스님 즉문즉설 2011. 10. 11. 10:49
▒ 문
저는 경제력 없는 신랑 덕분에 이런저런 일들을 하기 시작했고
지금 직장에서는 운도 따르고 승진도 하며 많은 벌이는 아니더라도 안정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미울 때가 많습니다. 불법을 배우기 이전에는 그냥 말은 안 하고
속으로 미워하고 싶을 때 미워해 버리고 했는데 요즘은 미워하기도 편치가 않습니다.
옳지 않은 방법 같아서요. 제 딴에는 신랑에게 잔소리도 안 하고 다 참아주고 견딘다 생각해도
신랑은 자기밖에 모르고 설상가상 시부모님을 보면 더 화가 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는 미안해집니다.
혼자 벌어 직장 다니기 바빠서 아이들을 잘 돌보지 못했다는 자책감까지 요즘은 겹치기도 하거든요.
15살, 13살 우리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교육을 위해서 제가 해야 할 좋은 기도는
역시 남편에 대한 참회기도일까요?▒ 답
제법(諸法)이 모두 공(空)하다.. 이런 말씀 들어보셨습니까?
우리가 바라보는 이 세상은 삼라만상이예요. 각각이 다 다르죠.
그래서 우린 그 각각에 '좋다 나쁘다, 옳고 그름' 을 붙입니다.
이걸 반야심경에서, 색(色)이다.. 이렇게 말합니다.
또 금강경에선, 상(相)이다..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나 좋다 나쁘다, 옳다 그르다 하는.. 그 사물이나 사람 또는 행위에는
좋다할 어떤 실체도 없고, 나쁘다할 어떤 실체도 없고
옳다할 어떤 실체도 없고, 그르다할 어떤 실체도 없다..
이것을 금강경에서 비상(非相)이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무상(無相)이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 상(相)에 대한 부정이예요.
이걸 반야심경에선 뭐라고 합니까? 공(空)이다.. 이럽니다.
그래서 색(色)이 공(空)하다..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얼핏 보면 색(色)이지만, 자세히 보면 공(空)이다..
우리가 어두운 밤에 놀라서 얼핏 보면 귀신이 있는 것처럼
도깨비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건 사실 환상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똑바로 보면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남편을 미워하고, 좋아하고 하는 건 내 마음이예요.
남편의 그 존재에 있는 게 아닙니다.
남편은 그저 공(空)인데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은 내 마음에서 그려진 겁니다.
나에게 이익이 되고, 바라는 대로 되면 좋아하는 상(相)이 그려지고
내가 바라는 대로가 아니라면 나쁜 상(相)이 그려집니다.
날씨도 그저 비가 오는 날씨일 뿐인데, 내가 소풍 가기로 하면 나쁜 날씨가 되고
내가 모내기 하기로 했으면 좋은 날씨가 됩니다.
날씨는 다만 날씨일 뿐, 공(空)입니다.
그러나 그 좋은 날씨, 나쁜 날씨는 우리의 마음이 그리는 바입니다.
이것을 일체유심소조(一切唯心所造)다.. 이렇게 말하는 것이죠.
좋은 날씨, 나쁜 날씨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게 색(色)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좋은 날씨, 나쁜 날씨가 따로 있는 건 아니다.
날씨는 다만 날씨일 뿐이다. 이게 공(空)이예요.
이렇게 색이 공(空)한 줄을 알아야 합니다.
제상(諸相)이 비상(非相)인 줄 알아야 합니다.그러면 이 미워하는 마음, 싫어하는 마음이 사라져 버린다..
괴로움이 사라져 버린다..그렇게 때문에 첫째 내가 좋은 겁니다.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란 건, 경계를 보면 늘 일어납니다.
그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지만, 우리 마음은 좋게도, 나쁘게도 일어나는 겁니다.
그러면 이왕 일으킬 바에야 어떻게 일으키는 게 좋다? 좋게 일으키는 게 좋죠..
좋게 일으키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 말입니다.
아, 산 좋다, 바다가 좋다, 꽃이 예쁘다, 그 사람 참 좋은 사람이다..
이렇게 마음을 내면 내 기분이 좋아진다.. 이게 행복입니다.
어차피 만나서 살 바에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나한테 좋다..
그 사람한테 좋은 게 아니라.. ㅎㅎ
좋아하면 그 사람도 좋아요, 안 좋아요? 좋겠지..
그러나 그것은.. 나는 떡을 먹고, 그 사람은 떡고물을 먹는 거예요..
내가 이익의 대부분을 가져갑니다.
안 살려면 몰라도, 살려면 좋아하는 게 좋다..
늦게 들어오면 늦게 들어와서 좋고, 일찍 들어오면 일찍 들어와서 좋고
술 먹으면 술 먹어서 좋고.. 이렇게 좋게 생각하라고 하니까
여러분은 자꾸 '나쁜데 어떻게 좋게 생각하나?' 이렇게 생각하는데
이건 불법을 몰라서 그래요.
나쁘다고 할 것이 없는 줄을 알아야 해요.
나쁘다고 할 것이 없는 것을 안 위에, 그 위에..
공(空)인데.. 어차피 한 생각 내려면..
낸다는 건 색(色)이란 말예요.. 좋게 생각하는 게 좋아요.
그래서 공즉시색(空卽是色)입니다.
제법(諸法)이 공(空)하지만, 우리의 마음이 작용할 땐 다시 한 생각 일어나는 겁니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건 남편을 좋게 생각하는 겁니다.
그런데 왜 좋게 생각이 안 되느냐..
'남자가 돈을 벌어야 된다..' 이 생각 때문입니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돈을 안 벌어도, 그것 때문에 나쁘게 생각 안 하잖아요, 그죠?
그런 이유는 딱 하나예요. 여자가 돈을 벌어야 된다.. 이 생각을 안 하기 때문이예요.
그럼 남자가 돈을 벌어야 된다.. 이 생각이 진리냐? 아녜요.
이것은 봉건시대에, 여자는 사람 취급을 안 하고 남자만 사람으로 취급하던 시대에
그 때엔 남자가 없으면 그 자체로 사회로부터 천대당하고, 인정 못 받고, 가난하고.. 이런 것과 직결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시대엔 여자도 남자랑 똑같이 사람이고, 취직도 되고, 돈도 벌 수 있습니다.
세상이 바뀌었다 이 말예요.. 그러면 여러분 생각도 바뀌어야 돼요.
그런데 세상은 바뀌었는데 생각은 옛날 생각을 가지고 있어..바뀐 생각이 있긴 있어.. 나도 남자랑 똑같다.. 이건 바꿨어요.
그런데, 돈은 네가 벌어야 한다.. 이건 안 바꿨어.
그러니까 지금은 여자가 취직이 되면 여자가 돈 벌고
남자가 취직이 안 되면 집에서 밥하고 설겆이하고, 애 돌보고.. 그렇게 하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오히려 남편을 격려해주고, 그 마음을 헤아려주고, 더 존중해주고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천천히 하세요..' 이렇게 오히려 격려해주는 게..
첫째, 그렇게 마음을 먹으면, 누가 편안하다? 내가 편안하고..
두번째,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아빠를 격려하고 존중해주는 태도를 보여주면,
애들에게 가장 좋습니다. 이게 아이를 가장 위하는 길입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되기 때문에 뭘 해라?
수행을 해라, 기도를 해라.. 이러는 겁니다.
오늘 이 법문 듣고 딱 되면, 수행이고 뭐고 할 필요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에 딱 부딪치면 그게 안 되기 때문에
그래서 매일 아침에 일어나 108배 절을 하면서
'부처님, 관세음보살님.. 그동안 참 어리석게 살았습니다.
이제 불법을 만나 이 어리석음을 깨우쳤으니 너무너무 기쁩니다.
남편의 마음을 이해하겠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마음 잘못 쓴 것에 대해서 참회합니다.'
이렇게 기도를 하면 안 되는 자기를 늘 볼 수 있습니다.
남편을 갖고 시비하는 자기 마음을 늘 볼 수 있다 이 말입니다.
이럴 때, 남편을 탓하는 게 아니라..
'어, 내가 어리석어서, 습관적으로, 내 업식으로 또 그런 생각을 하는구나..
그래봤자 나만 손해지..' 이렇게 늘 자기를 살피고 경책할 수 있습니다.
이게 수행입니다. 그래서 매일 기도를 해야 해요.
'부처님 우리 남편 좀 고쳐주세요. 직장 좀 나가게 해주세요.우리 자식 공부 잘 하게 해주세요' 이렇게 한다고 해결 되는 게 아닙니다.
그 어리석은 자기를 늘 깨우쳐 나가면 남편이 저절로 자리를 잡게 되고
아이들은 저절로 잘 자라게 된다..
이렇게 공부를 해 나가셔야 합니다.※ 남편을 미워하면 나도 별 볼일 없고 눈도 삐었고 <법륜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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