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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 있으라
깨어 있으라는 말을 자주 듣는데
그 말의 의미를 명확하게 알지 못하겠습니다.
여러분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다고 할 때
그 일에 대해 가장 잘 알 수 있을 때가 언제인가요?
그 순간인가요, 아니면 그 일이 끝나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에
‘아, 그때 내가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나요?
또, 어떤 일을 당해서
그 일을 처리할 때에 그 일의 당사자가 잘 처리하나요?
아니면 제3자가 더 잘 처리하나요?
현실에서는 어떤 일이 끝나고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그 일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게 되고
또 제3자가 일을 더 잘 처리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일이 일어나는 그 순간에
가장 잘 알 수 있어야 하고
또 그 일을 당하는 당사자가
가장 잘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현실에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것은 현재에 깨어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즉, 어떤 상황에 집착하거나 흥분해서
그때는 그 상황이 제대로 안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
그 흥분이 가라앉고 나면
당시에는 제대로 안보이던 것이 보이게 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우리가 자기 생각에 사로잡히면
즉, 나는 잘했고 상대는 잘못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면, 객관적 현실이 안보입니다.
그러니까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에 사로잡혀서
주장을 하거나 일 처리를 하면
나중에 부작용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지요.
이러한 상황은
한 개인이나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나라에서도 일어납니다.
오늘날 우리가 동북공정이나 독도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할 때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한국 사람들 말만 듣고
중국 사람은 중국 사람들 말만 듣고
일본 사람은 일본 사람들 말만 듣게 됩니다.
그래서 객관적인 판단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북미 관계도 그렇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얘기하고
미국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합니다.
세미나나 토론을 할 때도 입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세미나를 하기 때문에 비슷비슷한 얘기만 계속 나옵니다.
그러니까 자신들의 생각만 자꾸 정당화하게 되는 거예요.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온 동네 사람이 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여기는 것이지요.
이렇기 때문에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자기 생각을 내려놓으라고 하는 겁니다.
내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은 하지 말라고 해도 저절로 일어납니다.
생각이 일어나지만 옳다고 고집은 하지 마라.
다른 사람의 얘기가 틀렸다고 단정 짓지는 말라는 거예요.
이런 이야기가 있지요.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려고
거기에만 집중해서 겨누고 있는데
바로 그 뒤에서 새가 사마귀를 잡으려고 겨누고 있고
또 그 새 뒤에는 새를 노리는 포수가 총을 겨누고 있고
또 호랑이는 그 포수를 잡으려고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자기가 잡으려고 하는 것만 보기 때문에
자기 등 뒤에서 자기를 겨누고 있는 것은 못 봅니다.
이게 바로 현재에 깨어 있지 못하는 것입니다.
사로잡힘에서 벗어나라는 것을
다른 말로 하면 현재에 깨어 있으라고 하는 겁니다.
여기서 "현재에 깨어있다"는 것은 두 가지를 말합니다.
하나는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라는 거고
다른 하나는 현재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에 대해
알아차림이 있으라는 것입니다.
지금 화가 일어나면 화가 일어나고 있는 줄 알고
욕심이 일어나면 욕심이 일어나고 있는 줄 알아
상태에 깨어 있으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에 깨어 있으라고 하면
단순히 현실에 깨어 있으라는 말로만 이해를 합니다.
현재에 깨어 있다는 것은
"경계에 부딪쳐서 일어나는 현재의 자기 마음에
깨어 있는 것" 이라고 이해하는 게 좋습니다.
자기 상태에 깨어 있으면
상황이 일어나기는 일어나지만
거기에 사로잡히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바깥의 객관 현실이 또한 있는 그대로 잘 보게 되지요.
이것이 ‘있는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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