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달리 도구를 사용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이유로, 엄지손가락이 다른 손가락들과 마주 보고 있어 이를 활용해 도구를 잡을 수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컴퓨터 시대로 접어 들면서 엄지손가락의 활용도는 예전만 못해졌다. 키보드 입력에서 엄지 손가락이 하는 일은 고작 '스페이스' 키를 누르는 것이 전부다. 다른 손가락들이 마우스의 클릭 버튼과 스크롤 버튼. 자판을 종횡 무진할 때 엄지는 옆에서 보조만 하는 셈이 된 것이다.
그러나, 컴퓨터에서 외면 받았던 엄지 손가락의 영광은 휴대폰 시대가 되면서 다시 부활했다. 하루 3억 건에 달하는 우리나라 문자메시지는 바로 이 엄지손가락이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엄지와 관련된 몇 가지 표현들을 살펴 보자.
로마시대 당시에는 검투사들의 싸움이 지금의 프로 스포츠처럼 인기를 얻었다. 당시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도 자주 등장하지만, 승리를 거둔 검투사가 패배한 검투사를 아래에 두고, 황제의 결정을 기다리는데 엄지손가락을 세우면 살려 주고, 엄지손가락을 땅으로 향해 내리면 죽이게 했다. 여기에서 유래한 표현은 다음과 같다.
(give a) thumb up to: ~에게 허락, 지지를 표현하다
[예문] Maradona gave his thumb up to fans at the stadium.
마라도나는 경기장에 나온 팬들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반겼다.
(give a) thumbs down to: ~에게 거절, 반대를 표현하다
[예문] The expert gave a thumb down to the software.
그 전문가는 그 소프트웨어에 대해 낙제점을 주었다.
엄지 손가락이 도구를 잡는 데 유용하지만, 엄지 손가락은 다른 손가락들에 비해 그리 정교한 움직임을 보이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다음과 같은 표현도 등장했다.
all thumbs: 서투른, 손재주가 없는
[예문] Can you thread this needle for me? I'm all thumbs.
바늘에 실 좀 꿰어줄래? 난 손재주가 완전 꽝이거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코를 파는 행위는 서양에서도 상당히 실례되는 일이다. 그런데 코를 파는 손가락이 엄지일 경우에는 아주 상대방을 깔보는 무례한 행위로, 굵기의 차이만큼이나 모욕적인 것이다. 여기서 나온 표현은 다음과 같다.
thumb your nose at: ~에게 모멸감을 주다, ~을 무시해 버리다
[예문] The company is thumbing its nose at the environment by reopening the mine.
그 회사는 광산을 다시 열었는데, 이는 환경을 완전 무시하는 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