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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코하마에 물어보라, 도시 디자인이 무엇인지…
    ▤건축자료방 2008. 1. 31. 14:27

    요코하마에 물어보라, 도시 디자인이 무엇인지…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의‘중앙지구’. 해안부터(오른쪽) 건물이 점점 높아지는 스카이 라인으로 정돈된 느낌을 준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37년간 일관된 정책으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 이뤄내…

    한국 공무원들의 디자인 순례 코스로


    일본 도쿄에서 30㎞ 떨어진 인구 350만명의 항구도시 요코하마(橫浜). 요코하마시(市)는 얼마 전 한국 견학단을 위해 한글로 된 '디자인 정책 설명집'을 만들었다. 지난해 '공공 디자인 투어'를 명목으로 다녀간 한국 견학단은 총 15팀 208명. 국회공공디자인문화포럼 소속 국회의원과 디자인진흥원 담당자, 서울 강남구·부산·강원·대구·마산·평택 등 지자체 공무원들이 요코하마를 찾았다. 이달 들어서만 한국인 디자인 전공 대학생들 30여명이 이 도시를 찾았다. 디자인진흥원은 올 3월부터 10월까지 매달 요코하마를 방문할 예정이다. '공공 디자인 선진 사례 연구답사' 프로그램(회당 20~30명)의 일환이다.

    면세물품 보관 창고였던‘아카렌가소고’. 외관은 옛 창고 그대로이지만(위쪽) 안은 화려한 쇼핑센터(아래쪽)로 변신했다.


    일본의 '디자인 모범 도시'로 꼽히는 요코하마가 한국 지자체의 경관 담당 공무원들 사이에서 '공공 디자인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다. 요코하마가 '공공 디자인 교과서'로 주목 받고 있는 이유는 1971년 일본 최초로 시 산하에 도시 디자인 전담팀을 뒀기 때문이다. 일본 중앙 정부에서 도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규정한 '경관법'을 제정한 것은 지난 2004년. 요코하마의 케이스는 일본에서도 이례적이다.

    '디자인'은 요코하마의 도시 정체성을 상징하는 단어다. 1960년대 도쿄 인구가 대량 유입되면서 요코하마는 '도쿄의 부속도시', '베드타운(bedtown)'으로 전락했다. 시에서는 요코하마만의 '차별화된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도시의 150년 역사를 찬찬히 뜯어봤다. 그 결과 도시 디자인 정비를 통해 '개항도시'라는 역사적 특성을 살리는 것이 '개성 있는 도시'를 만드는 길이라고 결론 냈다.

    도시 디자인팀에서 요코하마 디자인 정책의 원칙으로 뽑은 7개의 키워드는 ▲안전하고 쾌적한 보행자 공간 확보 ▲지형과 식생을 고려한 디자인 ▲문화·역사적인 자산의 보존 ▲풍부한 '오픈 스페이스' 조성 ▲바다, 강 등 수변(水邊)공간 배려 ▲시민들의 커뮤니케이션 장소 확대 ▲형태·시각적 아름다움 추구. 이를 토대로 모든 정책이 추진됐다.

    정책의 밑그림은 '도시 디자인팀'이 그리지만, 주체는 '주민'이다. 민의(民意)가 반영되지 않는 정책은 생명력이 길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1970년대 후반 일본 최고 색채전문가로 꼽히는 요시다 신고(吉田愼悟)씨가 도시 색채계획을 할 당시, 디자인팀은 건물의 색채 시뮬레이션을 주민들에게 보여주며 '색채 선호도 조사'를 했다.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상점가 '바샤미치(馬車道)' 지역의 재정비 사업은 디자인 전문가와 상점 주인, 도시 디자인팀이 '3자 협의체'를 구성해 추진했다. 나카다 히로시 요코하마 시장은 "상명하달식의 일방적인 디자인 가이드라인 제정으로는 장기적인 효과를 볼 수 없다"며 "요코하마에서는 주민 참여의 오랜 전통이 자리잡아, 이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경관을 해치는 건축물에 대해 제재를 가한다"고 말했다.

    화물열차가 다녔던 기찻길‘기샤미치’. 옛 교량을 남겨둔 채 산책길로 바꿨다.


    요코하마 디자인의 핵심은 '올드 & 뉴'. 전통과 현대의 조화다. 지난 37년간 실시된 1000여개의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인 '미나토미라이 21' 프로젝트는 요코하마의 디자인 특징이 집약된 축소판. 임해부 지역인 미나토미라이 지구는 '현대'를 대변하는 '중앙지구'와 '전통'을 상징하는 '신항지구'로 구성돼 있다.

    중앙지구는 '랜드마크 타워', '퀸즈스퀘어' 등 현대식 건물들이 포진해 있지만, 바다로부터 점차 상승되는 스카이라인과 '라이트업 요코하마' 프로젝트를 통한 야간 조명 관리로 전통 지구의 차분함을 깨뜨리지 않는다. '신항지구'도 마찬가지. 화물열차가 다니던 기찻길인 '기샤미치'는 교량을 그대로 둔 채 보행자 전용 도로로 꾸몄다. 면세물품 보관 창고였던 '아카렌가소고(赤レンガ倉庫)'도 겉은 그대로 둔 채 내부를 쇼핑 센터와 갤러리로 개조해, 전통과 현대를 함께 살렸다.

    일본 공공디자인 전문가인 이석현 색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요코하마의 가장 큰 교훈은 37년간 지속된 정책의 일관성"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요코하마시 도시정비국에 근무하는 쿠니요시 나오유키 수석조사역은 71년 디자인팀이 생긴 이래 37년간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 전화번호는 딱 한번 바뀌었다. 그는 "리더가 바뀌고 디자인 정책이 위기를 겪을 때도 있었지만, 디자인의 중요성을 절감한 시민들이 정치를 설득했다"며 "한국에서도 차분히 주민참여를 기반으로 도시를 가꿔 갔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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