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삼보사찰이 있습니다. 합천 해인사와 양산 통도사, 순천의 송광사를 우리나라 삼보사찰이라고 합니다. 이는 이들 사찰들이 각기 불교의 요체인 불, 법, 승 삼보의 의미와 걸맞는 보물과 그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합천 해인사는 부처님의 말씀인 팔만대장경을 봉안하고 있어 법보사찰, 양산 통도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가사를 봉안하고 있어 불보사찰, 순천 송광사는 보조국사 이래 16명의 국사를 배출했기 때문에 승보사찰이라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양산 통도사가 부처의 진신사리와 가사를 간직하고 있어 '불지종찰', '국지대찰'이라 하여 삼보사찰 중에서도 수위를 차지하는 불보 사찰의 면모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산 통도사에 부처의 진신사리와 가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 바로 금강계단입니다. 그러므로 통도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곳은 금강계단일 것입니다. 다른 사찰과 달리 통도사는 대웅전에 불상이 없는 사찰입니다. 이는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셨기 때문에 굳이 부처의 형상이 필요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대웅전에 들어서면 북쪽이 개방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곳을 통해서 스님들과 신자들은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을 볼 수 있습니다.
통도사 대웅전
통도사 대웅전에는 부처님이 모셔져 있지 않습니다. 대웅전 북쪽에 있는 금강계단에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가사를 모셔 놓았기 때문에 굳이 부처의 형상이 필요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른쪽으로 대웅전 처마 밑으로 작은 지붕의 형태가 보입니다. 그곳이 금강계단으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통도사 대웅전에서 금강계단으로 통하는 작은 협문
이 문은 높이가 낮아 이 문을 통과할 때는 허리를 낮추고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합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보기 위해서는 한 껏 몸을 낮추고 겸손한 마음으로 들어가라는 뜻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통도사 금강계단
금강계단 앞에는 석등과 향로석이 놓여 있고 웅장하고 아름다운 돌문으로 장식하고 함부로 출입을 금하고자 돌난간을 두른 정성을 들였습니다. 불가에서 가장 소중한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 답게 한 껏 격식과 형식을 차려 금강 계단을 꾸며 놓은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통도사 금강계단은 통도사의 상징이며, 중심이고 통도사의 창건 정신을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통도사 금강계단
통도사 창건 역사에 보이듯이 이곳 금강계단은 자장율사가 당에서 부처의 진신사리와 가사를 가져와서 연못을 메우고 들어선 곳으로 통도사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한국 불교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예전에 찍은 금강계단 사진을 보니 금강계단 주변이 흙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사진에서 보이듯이 주변이 장방형으로 잘 다듬은 화강암으로 덮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깨끗하게 만들고 주변을 단장하는 것은 좋으나 흙으로 된 금강계단 주변의 모습이 현재의 모습보다 보기 좋은 것은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옛 것을 있는 그대로 보전하는 것이 어쩌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사전 예비 조사를 하고 이곳을 찾아서 느낀 것이 "공연히 안 해도 될 일을 했구나 "였습니다.
통도사 금강계던 석문
계단 주변에 규모있게 짜임새 있는 석문을 달고 주변을 돌담장으로 장식한 것은 소중한 부처의 진신사리를 소중히 간직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아치형의 석문을 만들고 판문에는 칼과 창을 든 인왕상을 조각하였고 석문에는 두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 모습을 사실적이고 힘차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통도사 대웅전 석문의 인왕상
대개 사찰이나 탑을 수호하는 역할을 하는 신이 인왕상입니다. 일반적으로 인왕상은 상체를 벗고 있거나 머리 모양이 간결하고 손에는 칼과 창같은 무기를 드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주먹을 불끈 쥔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이곳 대웅전 석문을 수호하는 상이 제가 보기에는 인왕상으로 보입니다. 금강계단의 하단에는 여래 및 팔부중 등 32상이 조각되어 있고, 상단에는 비천상이, 사방 네 귀퉁이에는 사천왕상 새겨진 것으로 보아 석문을 지키는 이 신장상은 인왕상으로 볼 수 있을 것입나다.
통도사 금강계단 석종
금강계단의 중심에 높이 1.5m의 석종이 바로 부처의 진신사리와 가사를 모신 곳입니다. 복련과 앙련의 받침 대석을 놓고 그 위에 전형적인 석종형 부도를 안치하였습니다. 부도 표면에는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비천과 사리함을 조각하여 놓았습니다.
통도사 금강계단 석종
불가에서 승려가 되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 앞에서 계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모든 승려들은 이곳 금강계단에서 계를 받고 산문에 들어서게 되는데, 이는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계를 받는 것은 부처님에게 직접 계를 받는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지니므로 결국 통도사는 한국불교 계율의 중심지일 뿐 아니라 모든 승려들의 정통을 잇는 수계의 장소로 인정받고 있는 것입니다.
통도사 금강계단 석종
[통도사사적기]에는 부처의 진신사리의 영험함에 대한 기록이 있습니다.
첫째, 누구든지 사리를 우러러 예를 표할 때 다섯 가지 법신의 향기가 온 산내를 감돈다.
둘째, 인연이 있고 없음에 따라 사리가 나타나기도 하고 나타나지 않기도 하고 크기가 어느 때는 작기도 하고 크기도 하며, 때로는 그 수효가 적어졌다 많아졌다 하며 금색, 옥색 등의 여러 가지 색깔로 변화하여 나타난다.
셋째, 사람들이 사리를 예경할 때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내리고 그런가 하면 오던 비가 돌연히 개기도 하며 검은 구름이 깔리고 우뢰나 폭풍이 일어나 나무를 쓰러뜨리므로 그 길흉을 알지 못한다.
넷째, 사람들이 사리를 예경하기 위해 동구에 들어오면 석종 위에서 먼저 오색의 광명이 나타나 동리의 산과 골짜기를 밝힌다.
다섯째, 향과 초를 태워 가지가지로 공양하고 부지런히 정진하면 계단의 반상에 가는 모래알과 같은 변신사리가 무수히 나타난다.
여섯째, 몸과 마음이 부정한 사람이 마음을 비우지 못하고 사내에 들어오면 비위에 거슬리는 고약한 냄새가 나 곧 사람이 광란하여 땅에 쓰러져 미치게 된다.
일곱째, 석종 위에 있는 구룡반석 아래 움푹 패인 곳에는 항상 물이 가득 차 있고 푸른 달팽이가 붙어 있다. 사람들이 석종을 들 때는 사방으로 흩어져 간 곳을 모르더니 사람들이 사라지면 어느 새 들어와 전과 같이 붙어 있다. 이 달팽이는 죽지 아니하고 때에 따라 나타나기도 하고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여덟째, 금강계단 위로는 일체 날짐승이 날아가지 아니하고 그 주변에서 시끄럽게 지저귀지 않으며 또 그 위에 오줌과 똥을 누지 않는다.
*위의 [통도사사적기]에 있는 사리의 영험함에 대한 글은 빛깔있는 책들 통도사편을 참고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