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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샹그릴라 설산 속의 비극
    宗敎 단상 2012. 2. 15.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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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고개인 히말라야 싱고라를 넘고 있는 설산 오지 사람들과 말의 행렬.    사진  조현

     

     

    히말라야의 말뜻은 HIM(눈)과 ALAYA (거처)의 합성어로 된 싼스크리트어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이 주(州) 이름은 히마찰프라데쉬, 즉 HIM(눈)과 ACHAL(덮인)의 합성어로 “눈 덮인 산들로 둘러 쌓인 땅”이란 뜻의 주 이름이다. 저 멀리 칼카타에서 이쪽 잠무까지 2.000킬로를 달리는 기차 이름이 힘기리 익스프레스, HIM(눈) GIRI(산), 바로 설산 특급행이란 뜻의 기차 이름이기도하다.

     

     영원히 눈 덮인 히말라야, 또 이곳 주 이름 히마찰 프라데쉬도 “눈 덮인 산들의 고을(Land of Snowy Mountains)”이니 언뜻 얼마나 듣기 좋고 상상의 나래를 펴볼만 한 멋진 풍경일건가. 사실 구름 없는 해 좋은 날에 빛나는 하얀 설산 아래 마을이나 들판 평원은 아름답고 평화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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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인도 히말라야 라다크의 설산   사진  조현

     

     

     

     그러나 이 풍광이 늘 그러지 않다는 게 여기서 살아가는 민초들의 삶에 고통과 애환을 주고 있다. 사실 이쪽 고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루디야드 키플링의 소설 “히말라야의 새”에서 인류 마지막 샹그릴라 이상향을 그린 배경이 바로 이곳 꿀루 계곡이기도 하다. 또 세상이 다 아는 라즈니쉬 영감이 미국에서 쫓겨 난 뒤 인도 남부 뿌나에 자리 잡기 전, 여기 꿀루 계곡에 터전을 잡고자 히마찰 주 정부에 의뢰했지만 거부당하기도 했던 곳이기도 하다.

     

      필자는 이 한자리에서 올해로 북인도 천축 국 겨울 스물네 번째를 나고 있다. 올처럼 많은 눈이 내리고 추운 겨울은 처음이다. 얼마 전 내려 부친 폭설은 이곳 다람쌀라에만 3피트, 즉 90 쎈티메터를 기록하며 48년만의 많은 눈이라고 한다. 그 결과 정전이며 단수 소동에 애를 먹는 건 당연한 행사이고 완전 꼼짝 못하는 극한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 유독 소나무가 많은 이곳에서 서래목(雪來木)이 많이도 생겼는데 아름드리 큰 나무도 여지없이 부러지기도 하여 보기가 참 애처롭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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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 설산의 블랙 야크   사진 조현

     

     

     

    이상기후로 많은 인명 피해가 보도 되지만, 인도도 예외는 아니었다. 곳곳에서 집 없는 거리의 노숙자들이 얼어 죽었으며, 여기서 약 600킬로나 멀리 한참 아래로 떨어진 아그라 도시(세계 7대 불가사의 타즈마할이 있는 곳)에 65년만의 눈이 내리기도 했으니까. 그 지역은 여름 되면 50도 까지 올라가 더워 죽는 저 평지 도시인데도 올 겨울은 그리 추웠다고 한다.

     

      흔히들 히말라야 하면 아름답고 멋진 하얗게 빛나는 만년 설산을 상상 하리라. 여기 살면서 아름다운 히말라야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비극적인 사고를 보고 듣는다. 우선 이 마을에서도 때 아닌 눈보라 폭설(아발란취)에 걸려 꼼짝 못하고 눈 속에 파묻혀 죽는 사고를 보았다. 그땐 젊은 청년 셋이서 이쪽 산 고개 인드라하라 패쓰(4340메타)를 넘다가 무서운 악천후에 걸려 사고를 당했는데 한 청년은 천신만고 끝에 눈을 헤짚고 나와 죽음을 면했다. 두 청년은 시신조차 거두지 못했는바 이런 폭설이 내리면 몇 달이 지난 뒤에나 눈이 녹아 그 자리에 올라 갈 수가 있기 때문이며, 설령 올라간다 해도 이미 그 땐 산짐승들이 다 먹어치우기 십상이다. 지금도 그 산길 위쪽엔 돌로 비목(悲木)을 만들어 둔 돌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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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명이 참사를 당한 무니곰파에서  사는 어린 동자승들 사진 조현

     

     


      사년 전 좀 끔찍한 사고로 인도 신문 방송에 까지 보도 된 사건이다.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한 고개가 있는데 눈만 없다면 쉽게 넘나들 수가 있는 고개로 “로탕 패쓰”라고 불린다.  해발 3.980메타이니 히말라야 산 고개 치고는 좀 낮은 고개이다.  해 마다 히말라야 산 넘어 일하는 인부들이 도로작업이며 축대를 쌓고 하다가 11월이 되면 미리 첫 눈이 내리기 전에  고개를 넘어 와야만 한다. 

     

    겨울엔 작업도 없고 또 일거리가 없으며 그 혹독한 겨울나기를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때 인부들 40여명이 구룹을 지어 넘어오다가 사건이 터진 것이다. 그 안엔 거의가 가난한 네팔 막 노동자와 몇명의 인도 사람이었고 그 안에 한 스님이 일행으로 있었다.  라닥의 최 오지 잔스카 계곡의 무니 곰빠 스님으로 필자도 잘 아는 40대의 아직은 한창때인 젊은 스님이었다. 일행들이 하필 고개 정상에 이르렀을 무렵 예상치 못한 그 무서운 아발란취에 걸린 것이다. 그 누가 그 자리에서 눈 속에 파묻혀 앉아죽기를 바랐겠는가. 운 좋은

    몇 사람만이 사투 끝에 아랫마을 까지 내려와 그 참상을 얘기 했지만 경찰이나 군인들도 언뜻 올라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보통 아발란취에 걸리면 사나흘 계속되는데 그땐 열흘이 넘게 눈이 퍼부었단다. 결국 보름이 지나서야 군인과 경찰이 헬기로 올라갔지만 많이도 덮인 눈 속에서 어떤 자취를 찾기 어렵게 되어 그냥 눈 녹을 때를 기다린다는 결정 외엔 방법이 없었다. 봄이 되어 다시 갔을 때는 이미 산짐승들이 시신을 다 없애 버린 상황이었고, 끝내 한 스님의 유해도 못 찾았으며 다만 남아있던 빨강색의 승복과 소외 경전으로 모시고 다니던 티벳 경전만 회수하여 함께 화장 아닌 화장을 치렀다고 한다. 그 소식에 필자는 참으로 가슴 아프고 마지막 비극의 죽음이 아쉽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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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 설산 무니곰파 동자들의 천진난만한 모습   사진 조현

     

     


      작년 4월이다. 라닥에서 급한 전화다. 링세 곰빠 주민 여섯이 아이 둘과 함께 레에 나오다가 눈 폭풍에 걸려 생사가 위험하게 되었다는 얘기다.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다. 그저 애만 태울 뿐이다. 며칠이 지난 뒤 전화라니 다 시신으로 한 자리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이다. 산짐승의 손을 타지 않은 것 만 해도 다행이란다. 올해는 꼭 그 오지 험한 골짜기에 자리 잡은 링세 곰빠를 가기로 언약이 된 상태다. 고개 다섯 개 넘는 일이며 미리 말 서너 마리 나와 줘야 한다. 그 절이며 고을 들른 지도 퍽 되었다.


       몇 년 전 키노르 오지 산간 마을에 한국의 어느 독지가의 기부로 초등학교를 지을 수가 있었다. 그 마을에서도 눈사태가 일어나 많은 주민이 죽었고 다치기도 했다. 또 라닥 잔스카 지방의 샤까르란 마을은 지금도 그 흔적조차 없으니, 그 해 무서운 눈사태로 전 마을을 할퀴고 지나가버린 비극적인 사건도 있었다.  그것도 밤에 일어났단다. 필자가 매년 방문하는 지역이라서 애정이 가기에 더욱 가슴 저민다.

     

       이처럼 아름다운 히말라야의 이면엔 숨은 비극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이곳에 눈 많이 내린 소식을 한국에 전하니 더러는 경치가 좋겠다느니 스키 타면 신나겠다느니 다들 배부른 소리다. 항상 이 세상엔 양면성이 존재한다. 부자들의 이면에 가난한 빈자들이 있으며, 행복한 이들 뒤에는 불행한자들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어떤 지혜로 “어떻게 존재 하느냐.”가 똑같이 주어진 삶에서 행불행을 창조할 수 있는 것이다.  돈 많이 가진 자가 꼭 행복하다고는 말할 수가 없으며 가진 것 없다고 불행하다고는  말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유네스코 보도 자료엔 가난한 국가 일수록 행복지수가 높다고 한다. 


       올 눈 많은 나날에 밖에도 못 나가고 오히려 내적으로 나를 깊이 구다 보는 계기도 되었다. 더불어 책도 많이 읽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도 어설픈 찬 날씨에 어서 따스운 봄날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2012년 2월.  히말라야 산 비탈 몹시 거친 날에,  청 전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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