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
    ♤좋은글 2012. 2. 13. 07:33

     

     

    矯角殺牛(교각살우)

    矯(바로잡을 교),角(뿔 각),殺(죽일 살)牛(소 우)

    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으로, 작은 흠을 고치려다가 도리어 큰 손해를 보는 경우를 비유.


    기업이 커가는 과정에서 선택하는 성장전략을 보통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과 비유기적 성장(inorganic growth)으로 구분한다. 전자는 기업 스스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매출 이익 종업원 숫자 등을 늘려가는 전략을 말한다. 후자는 동종 혹은 이종업종에서 괜찮다고 판단되는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방법을 통해 기업의 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이다.

    사실 venture기업 등이 창업하고 규모를 확장하다보면 내부 관리업무에 대한 니즈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기술개발 등에 특화된 능력을 보유한 창업자가 매우 부담스러워질 수도 있다. 이 경우 기업을 적당한 매수자에게 넘기고 매도자금으로 다시 창업을 하거나 강점이 있는 분야에 특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또한 경영관리업무에 강한 대기업들은 적당한 규모의 기업을 사들이고 키워서 더 좋은 기업으로 육성 발전시키는 데 상당 부분 강점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당하게 탈취한 경우가 아닌 이상 한 기업이 다른 기업에 인수·합병되면서 소유자가 변동되는 부분은 기업 생태계 내에서 자유롭고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인수한 기업을 자회사 구조로 유지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인수기업의 선택사항인 것이다.

    최근 논의되는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바로 모회사가 신규법인설립 혹은 인수·합병을 통해 자회사를 두게 되는 경우 자회사 지분 규모에 제한을 두는 제도다. 대기업의 규모 확장을 막겠다는 이 제도는 1986년 12월에 도입됐다가 1998년 2월에 폐지됐고 1999년 12월에 재도입됐다가 2009년 3월 다시 폐지된 바 있다.

    사실 이 제도는 규제로서의 품질이 매우 나쁜 제도다. 우선 이는 모든 기업에 적용하지 않고 일정한 자산 규모 이상의 기업에만 적용하는 ‘선별적 규제’다. 적용기준선이 1986년에는 4000억원이었고 2009년 폐지 직전에는 자산규모 10조원이었다. 또한 신성장산업 등 국가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산업에 투자할 경우 이를 규제대상에서 제외해 주다 보니 한때 적용대상의 60% 정도가 제외된 적도 있었다. 제도 운영상 예외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누더기 규제’적 속성이 있는 것이다. 또한 이 규제는 아예 미리 길목을 막아놓고 있다는 점에서 ‘사전적 규제’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 규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있었다는 점에서 ‘세계 유일 규제’다.

    최근 대기업들의 자회사 숫자가 늘었다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왜 늘었는지 어느 분야인지를 따져보면 상당 부분이 신성장산업 분야이고 이들은 출총제가 있었더라도 어차피 적용제외나 예외인정이 되었을 것이므로 대기업의 자회사 숫자 증가가 출총제 폐지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요즘 정치권을 중심으로 양극화 해소, 복지 규모 확대 등 아젠다들이 부각되는 과정에서 과도한 ‘기업 때리기’가 나타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걱정스럽다. 글로벌 위기 이후 극복과정에서 소위 가족경영 내지 오너경영으로 불리는 소유지배구조가 전문경영체제에 비해 장점이 있다는 지적까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며 소유지배구조에 정답이 없다는 것이 새삼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소유지배구조에 급격한 영향을 주는 제도의 도입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더구나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채우기 위해서라도 세계경제를 무대로 뛰면서 부가가치 내지 임금을 창출하는 조직으로서의 국내 기업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한때 ‘소는 누가 키워!’라는 농담이 유행한 적이 있다. 소를 잡을 생각만 하지 말고 키울 생각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한 잘못된 것은 당연히 고쳐야 하지만 동시에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표현도 기억해야 한다. 소의 뿔을 고치려다가 소를 다치게 하거나 죽게 만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분노에만 사로잡히지 말고 냉정하게 양 측면을 적절하게 고려하는 균형감각 있는 정책이 아쉽다.


    【유의어】
    1. 矯枉過直 (교왕과직): 굽은 것[枉]을 바로잡으려다가 오히려 곧은 것[直]을 지나침.[過]
    2. 小貪大失 (소탐대실): 작은 것을 탐내다[貪]가 큰 것을 잃는다.[失]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