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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채식을 하는 거지, 채식주의자는 아녜요법륜스님 즉문즉설 2012. 1. 31. 06:46
문
저는 채식주의자가 된 지 오래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행하는 건 어려움이 없는데문제는 사회생활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밥 먹으러 갈 때 메뉴 정하기가 좀 곤란합니다.
음식을 시킬 때 제가 인제 '고기 빼고' 이렇게 매번 말하기는 좀 미안하거든요.
제 취향과 다른 사람들의 취향을 어떻게 절충해야 할지 궁금합니다.답
먹는 것은 다 자기 입맛입니다.
짜게 먹거나 싱겁게 먹거나.. 그게 자기 입맛이지
내가 좀 짜게 먹는다고 싱겁게 먹는 사람 눈치볼 필요도 없고
내가 좀 싱겁게 먹는다고 짜게 먹는 사람 눈치볼 필요도 없고
내가 채식한다고 고기 먹는 사람 눈치볼 필요도 없고
내가 채식한다고 고기 먹는 사람 비난할 필요도 없다..
내가 채식하는 게 동료들에게 무슨 피해를 주는 게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것은 그냥 당당하게 말하면 돼요.
그러나 내가 채식하는 게 뭐 굉장한 척 한다든지
다른 사람을 비난한다든지 하면.. 이럴 때 갈등이 생깁니다.
그러니까 '고기 빼고' 이런 말 하지 말고
메뉴를 딱 보고 고기 안 들어간 걸로 정하면 되지
뭣 때문에 굳이 '고기 빼고' 이런 소릴 해요?
그걸 이제 사람들이 들으면 '아이고 잘났다' 이런 소릴 하게 됩니다.
고기 안 들어간 걸로 시키든가, 그런 음식이 없으면
조금 들어간 걸로 시키고, 먹을 때 알아서 먹으면 되지.. 티를 내지 말고..
그런데 사람들이 자꾸 '이거 먹어봐라, 저거 먹어봐라' 그러면
뭐.. 콜레스테롤 수치 핑계를 대든지.. 의사 핑계를 대든지..
조금 더 적극적인 방법으론 '내가 불교신자라서 고기를 안 먹기로 했다' 이렇게
자기 입장, 자기 삶의 방향을 딱 말하면 됩니다.눈치볼 게 뭐가 있어?
(그런데요, 메뉴가.. 예를 들어 면을 먹으러 가도 육수가 들어가고 해서
정말 채식 레스토랑 아닌 경우에는 거의 다 고기가 들어가니까..)
그런 정도야 뭐.. 내가 찾아서 먹는 게 아니니까..
사실 맹물을 마셔도 그 안에 팔만사천 마리 벌레가 있다고 하는데.. (대중들 웃음)
그래서 우리가 발우공양할 때..
'오관일적수 팔만사천충, 약불염차주 여식중생육' 이렇게 하고 이제
'옴 살바 나유타..' 염불을 해주거든요.
물 한 방울도 관해 보니까 이 속에 팔만사천 마리의 생명이 들어 있구나..
만약에 내가 이 염불을 안 해주고 먹는다면 중생의 몸을 먹는 것이 된다..
그러니 내가 염불을 하고 먹겠다.
염불을 하고 먹는 것은, 이건 생존에서 일어나는 일이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 말입니다.
그래서 그 생명들이 다 좋은 세상 가라고..
(합장을 하고) 그렇게 염불을 하고 먹습니다.
이렇게 채소만 먹어도, 맹물만 마셔도..
그렇게까지 따지면 고기 안 들어간 데는 없다.. 이런 말입니다.
그러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건 그냥 먹어도 됩니다.
불교는 채식을 하는 거지, 채식주의자는 아녜요.
'채식주의자' 라는 것은 무조건 안 된다.. '먹으면 큰일난다, 지옥간다'이런 게 채식주의자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그러니까 내가 어쩔 수 없는 것, 눈에 보이지 않게 녹아 있는 것까지 골라내야 된다.. 이러면사는 게 굉장히 불편해지고, 톡톡 튀고 그러죠..
부처님의 계율은 그런 게 아녜요.
※ 발우공양 정식게 (淨食偈)오관일적수 팔만사천충, 약불염차주 여식중생육
(五觀一滴水 八萬四千蟲, 若不念此呪 如食衆生肉)
'옴 살바 나유타 발다나야 반다반다 사바하'내가 물 한 방울을 여실히 관해 보니, 팔만사천 마리의 벌레가 있구나,
만약에 이 주문을 외우지 않으면, 중생의 고기를 먹는 것과 같구나.'법륜스님 즉문즉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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