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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과 죽음이 궁금합니다법륜스님 즉문즉설 2012. 1. 19. 05:01
문
(좀 연세가 지긋하신 분) 저는 불교를 공부하는 중인데 깨달음에 대해서 알고 싶고
두 번째는 죽음에 대해서도 알고 좀 싶습니다.
답
죽음이야 뭘 알고 싶어요? 이제 조금 있으면 죽을 건데..
저절로 알아질 건데.. (대중들 웃음)
그런 걸 이제 망상이라고 합니다.
서울가는 기차를 타고 가면서 자꾸 서울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는 건
버스에서 내리면 저절로 다 눈에 보일 건데.. 궁금해 할 필요 없어요.
지금 살고 있으면서 살아 있는 삶에 대해서 본인이 제대로 아는가?
제대로 알면 이렇게 괴로울 리가 없죠?
그러니까 내가 여기에 있을 때는 여기를 제대로 알고
저기를 가면 저기를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한데
여기 있으면서 여기에는 무지하고 저기에만 관심이 있고
또 저기 가서는 저기에 깨어 있지 못하고 여기에만 관심이 있다.. 이건 어리석은 겁니다.
살아 있을 때 죽음을 생각하지 말고 삶을 만끽하는 게 좋습니다.
그것을 일러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지금 살아 있는 상태에서 깨어 있지 못한 게 무지이고
이 무지에서 깨어나는 걸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그러면 지금 삶이 기뻐지고 보람이 있어집니다.
이렇게 오늘이 좋으면 내일도 좋고
금생이 좋으면 내생도 좋습니다.
내생 걱정은 할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현재를 살면서도 전체적으로 즐거움으로 차 있지 않잖습니까?)
왜 그래요? 살아 있다는 게 즐거운 일 아녜요?
(바라는 게 제대로 안 될 때.. 그래서 즐거움이 안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바람이 다 될 수가 있어요, 없어요? (안 되죠..)
또 바람이 다 되면 좋아요, 안 좋아요? (좋겠죠)
좋아요? 한 번 보세요..
사람들이 다 오래 살고 싶죠?
그런 바람이 다 이뤄져서 사람들이 모두 500살, 1000살 까지 산다고 하면
이 세상이 좋아지겠어요, 나빠지겠어요? (그건.. 과욕이죠..)
옛날에는 환갑만 넘어도 죽어도 좋았죠? (그렇죠)
그런데 지금은 80도 부족해서 90을 살려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또 다들 100살 까지 살면, 그것도 부족해 120살 까지 살려고 그러겠죠? 과욕이 아녜요.
이렇게 가다보면 500살 가도 부족하고, 1000살 가도 부족하거든요.
옛날 사람들 보기엔 지금 60 넘어까지 살려고 하는 게 과욕이예요..
지금 벌써 거사님 나이 정도 되면 더 산다는 건 과욕이예요.
그렇지만 본인은 과욕이라고 생각 안 하잖아요?
왜? 나보다 더 오래 사는 사람이 많으니까..
마찬가지로 500살 살아도 과욕이 아녜요. 왜? 700살 사는 사람 있으면..
1000살 살아도 과욕이 아녜요. 왜? 1200살 사는 사람이 있으면..
그래서 이렇게.. 끝이 없다 이 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바라는 게 이루어진다고 꼭 좋은 게 아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기 아들 서울대학 보내고 싶겠죠? 그래서 그 바람이 다들 이루어져서
1년에 30만명 고등학생들이 다 서울대학 간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다 될 수도 없고, 된다고 해도 좋은 것도 아닙니다.
그게 안 되니까 세상이 요만큼이라도 굴러가지
사람들이 원하는 게 다 돼 버리면 세상은 하루 아침에 망해 버려요.그러니까 안 이루어진다고 괴로워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면 인생을 늘 행복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원하는 게 이루어질 수도 있고, 안 이루어질 수도 있고..
이루어진다고 특별히 좋아할 것도 없고
안 이루어진다고 특별히 나쁠 것도 없다..
이걸 알면, 뭐 이루어지면 이루어지는 대로 받아들이고
안 이루어지면 안 이루어지는 대로 받아들이면 되거든요.
또 그것이 어떤 게 좋은 지.. 그것도 우리는 알 수가 없고..
그래서 그냥 담담하게 받아들이면 돼요.
그러면 인생을 이제 항상 기쁘게 살아갈 수 있죠.
이런 이치를 아는 걸 깨달음이라고 합니다.
이런 걸 모르기 때문에 행복하게 살 이 인생도 괴롭게 산다..
이 인생이 괴로우니까 자꾸 죽은 뒤 생각을 하는 겁니다.
그때는 좀 어떻게 괴롭지 않게 살 수 없을까 해서..
그러니까 그런 생각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늘이 좋으면 내일이 좋고, 금생이 좋으면 내생이 좋은 것이니
'내생에 천국이 있다면 나 빼고 누가 가겠냐?' 이렇게 자신이 있어야 하고
'내생에 지옥이 있다 해도 나하곤 아무 관계 없다' 이렇게 자신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이 인생에 자신이 없으니까 지옥 간다 하면 두려움이 생기고
천당 간다 하니까 어떻게 뇌물이라도 써서 가볼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겁니다.
이것이 결국은 이번 생을 잘못 살고 있는 것의 반연입니다.
또 죽은 뒤의 일은 도저히 증명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어떤 사기를 쳐도 다 대부분 밝혀지는데
이 죽은 뒤 얘기하는 건 아무리 사기를 쳐도 안 밝혀져.. (대중들 웃음)
(그리고 또 불교교리 공부를 해보니까
아라한이 되면 태어나지 않는다고 하던데..)
'태어나지 않는다' 이 말은,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석하셔야 돼요.
태어나지 않는 게 뭐가 좋아요? 태어나야 그래도 재밌게 살지..
(고통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이 사람들 다 살고 싶지, 죽고 싶은 사람 별로 없을 걸요.
태어나서 살다가 늙어 죽으면 또 태어나고, 또 늙어 죽으면 또 태어나고 그러면 되지.
저 하찮은 나무도.. 잎이 떨어지면 또 새 잎이 나오고, 나무가 죽으면 또 새로 싹이 나오고..
나무도 그러한데, 사람이 뭐.. 그보다 나아야 되지 않겠어요?
아라한이 돼서 번뇌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은
삶과 죽음에 대해서 아무 근심걱정이 없다.. 이 말입니다.
이제 연세도 있고 하니까 죽음에 관심을 두시는 거 같은데요
수행이라는 건 어느 정도 깨어 있어야 하느냐 하면
숨이 나올 때는 나오는 줄만 알고, 들어갈 때는 들어가는 줄만 안다..
찰나 찰나에 깨어 있어야 합니다.
찰나 후도 생각할 필요가 없고, 찰나 전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지나간 걸 자꾸 생각하면 괴로움이 생기고
오지 않은 미래를 자꾸 생각하면 근심걱정이 생깁니다.
항상 지금에 깨어 있으면 괴로움도 없고, 근심걱정도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에 깨어 있는 자.. 이런 사람이 수행자입니다.
숨이 슥~ 들어갈 때, 이때 내가 삶을 만끽해야 하고
숨이 나오는 이 순간에, 내가 만족해야 합니다.'법륜스님 즉문즉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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