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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건 부모가 아니고, 원수예요
    법륜스님 즉문즉설 2012. 1. 16. 07:24

     

     

     


    저는 서울에서 재수하고 있는 여학생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님 법문을 듣고 도움을 받는 걸 보고
    저도 제 병을 고치고 싶어 이렇게 질문을 드립니다.
    저는 음식의 노예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엄마와 떨어져 아빠와 함께 일본 유학을 갔었습니다.
    그곳 아이들이 제가 말도 못 알아듣는다고 제 바로 앞에서 흉을 보고 놀렸습니다.
    저는 소위 마마걸이었습니다. 그래서 엄마와 떨어져 지내는 게 너무 힘들었고
    이런 계기들 때문에 우울증이 오고 거식증에 걸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8년째가 되었습니다.
    저는 하루하루 자책과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정말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싶어 용기를 냅니다.
    제가 이 병을 고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학생 앞에서 이런 얘기해선 안 되지마는..
    이 학생 얘기 가만히 들어보면..
    부모는 애 잘 되라고 유학보냈어요? 못 되라고 유학보냈어요?
    (잘 되라고요) 그런데 결과는 잘 된 거요? 못 된 거요?
    이건 부모가 아니고, 원수예요..
    그럼 부모가 악한 마음에서 이랬느냐? 아녜요. 이게 어리석음입니다.
    사람에게 정말 뭐가 중요하냐.. 이걸 놓치고 있습니다.
    영어를 잘 한다, 공부를 잘 한다.. 그러면 뭐 잘 되는지 착각하고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사람이 돼야 합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합니다.
    어리석어서 지가 지은 괴로움은 괜찮은데,
    자식한테 이렇게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죄가 많아요.
    그래서 부부지간에 책임은 반반이지만, 자식에 대한 책임은 무한책임이다..
    그래서 애를 낳으면 직장이고 뭐고 다 그만두고 3년은 애를 안고 키워라..
    못 먹고 살면 애를 업고 직장에 다녀라..
    그래야 아이 마음 속에 엄마에 대한 사랑이 가득 차기 때문에, 속이 허하지 않게 된다..

    학생이 질문했는데, 부모 얘길 해서 죄송합니다만,
    이거.. 세상이 지금 제대로 된 게 아녜요.
    이게 근본적으로는 사회의 방향이 잘못 돼서 그렇고
    개인에 돌아오면, 부모가 정신을 못 차리고
    잘못된 세상의 흐름에 휩쓸려 흘러가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행이란 뭐냐?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나를 자유롭게 하는 게 수행이다.
    원인이 누구한테서 생겼든.. 그건 시작의 문제이고 지금은 이미
    누구의 병이 됐다? 나의 병이 됐다..
    누가 나를 납치해서 강제로 내 몸에 마약주사를 놔서 중독이 됐다 한다면
    그 원인 제공자는 누구예요? 나를 납치해간 그 나쁜 놈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해결의 주체는 누구예요? 나요..
    이미 이것은 나의 문제가 돼 버렸다 이 말입니다. 

    엄마가 나를 일본에 안 보냈으면.. 일본 애들이 나를 왕따 안 시켰으면.. 
    이런 얘기 해봤자 내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이 안 됩니다.
    자,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봐라.
    초등학교 애들이.. 아주 부처님처럼 지혜로울까, 아무것도 모를까?
    아무것도 모르겠지? 그럼 그런 애들이.. 누가 전학을 왔는데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면, 다들 불쌍히 여겨 열심히 가르쳐주고 그럴까, 놀릴까? 놀리겠지?
    그럼 그 애들이 나빠서 그런가, 아직 어려서.. 몰라서 그런가? (몰라서요..)
    그렇게 어려서.. 몰라서 들 한 행동에 내가 상처를 입으면, 누구만 손해다? 나만 손해지?
    그러니까 첫째, 십 년 전으로 돌아가서.. 그 아이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렇게들 철이 없으니까 애들이지.. 다 잘하면 어른이게?
    '아, 그 애들이 어려서 그랬구나..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다'
    그래서 애들이 한 행동을 가지고 그동안 내가 미워했던..
    일본 애들한테 참회를 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그 애들이 밉고 외롭고 하면 엄마도 미워, 안 미워? (미웠어요..)
    그런데 엄마가 나쁜 마음으로 그랬을까? 지는 잘 한다고 그랬을까?
    <눈물을 흘리면서> (잘 하려고요..)
    어려서 보면 뭐 엄마가 다 아는 거 같지만, 니도 나중에 커서
    한 35살쯤 돼봐라.. 아무것도 모른다, 완전히 멍청이야.. (대중들 폭소)
    그런데 어린 자식은 그런 엄마가 대단히 똑똑한 줄 알아. 애가 볼 때 엄마는 신이야..
    그렇지만 니도 자식 나 봐.. 아무것도 몰라.
    그러니 엄마도 뭐 나쁜 마음으로 그런게 아니고, 지는 잘 한다고 했는데
    결과가 이래 돼 버렸어..

    그래도 그 엄마가 나를 낳아줬고..
    그래도 덕분에 유학까지 했으면 남들보다 좋은 조건야, 나쁜 조건야? (좋은 조건요)
    '나를 사랑해서 그랬구나.. 그런데 내가 힘들다고 엄마를 미워했구나..'
    엄마한테.. 부모한테 참회를 해야 합니다.


    이게 지금 마음 깊이 상처가 돼 있어..
    이거 청소 안 하면, 안 씻어내면 자긴 잎으로 폐인 돼, 정신적으로.. 
    지금 거식증이 문제가 아냐..
    나이가 서른이 넘어도 어렸을 때 그 상처로, 사고가 늘 경직돼 있어.
    늘 '애들이 그랬는데.. 엄마가 그랬는데..' 여기서 못 벗어나.
    몸은 어른인데 사고는 거기 딱 정지돼 버려. 그래서 이상한 사람이 돼 버려.
    몸이 문제가 아녜요. 몸이야 뭐 바짝 마르거나, 뚱뚱해져도 큰 문제가 아냐.
    마음부터 치유를 해야 해..

    마음의 상처는, 내가 보복을 해야 치유가 되는 게 아냐.
    나와 다른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 입장만 생각해서 상처가 생겼다..
    그래서 그의 처지와 입장으로 돌아가서 보고
    애들이 몰라서 그런 걸.. 엄마가 사랑으로 그런 걸 내가 이해하지 못했구나..
    그래서 미워했구나.. 이걸 참회하고..
    그러면 내 마음 속에 상처가 치유됩니다.
    이걸 먼저 하고.. 공부는 하고 싶으면 하고 그런 겁니다.
    난 공부를 억지로 한 적이 없었어.


    그런 관점에서 매일 108배 하면서..
    절 할 수 있겠어? (예)
    절 할 수 있는 것만도 다행이야.
    그렇게 해 보세요. 좋아질거요.
    별 걱정 안 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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