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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지에게 돈을 줘야 되나요, 말아야 되나요?
    법륜스님 즉문즉설 2012. 1. 6. 04:56

     

     


    저희들 정토행자가 하루하루 선행 한 가지씩을 하는 것이 있는데
    저는 전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면서, 전철 안에서 노약자가 오면 비켜주고
    또 동전 구걸하는 사람이 오면 천원씩 보시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전에 어떤 아주머니하고 언쟁이 붙었더라구요. 아주머니가 말하기를,

    국가에서 생활지원금도 나오고 하는데, 왜 자발적으로 노력을 안 하고 그러느냐고 물었는지..

    그 사람은 또 '그 돈만 가지고 어떻게 사냐?' 면서.. 상당히 언성을 높이는 것을 보면서 저도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돈 천원을 주는 것이 그 사람을 도와주는 건지, 아니면 오히려 망치는 거나 아닌지..
    이렇게 혼란스러워서 스님께 여쭙니다.

     


    이건 수행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닙니다. 내 문제예요..
    나는 다만 줄 뿐입니다. 마음이 불편하면 그냥 주는 거예요.
    그게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안 되고는 그 사람의 문제이지 내 문제가 아닙니다.
    그들이 구걸할 때, 내 마음이 불편하면 주고, 불편하지 않으면 안 줘도 되고..
    내가 안 준다고 그들이 욕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준다고 해도 뭐 특별히 고마워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이걸 자꾸 그 사람들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내 문젭니다.
    내가 선행을 좀 해야 하는데.. 선행할 기회를 줬잖아?
    그러니까 '아이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천원 주면 되는 겁니다.
    그 돈 가지고 그들이 어떻게 쓰느냐는 그들 문제고
    내 마음에 '안됐다' 싶으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으면 주는 거고
    그렇지 않으면 안 주면 되는 겁니다.

    저도 인도 여행하면서 이런 문제에 많이 부딪쳤어요.
    제가 JTS를 설립한 것도 이런 고민 때문에 설립한 건데..
    아이들이 구걸하는 걸 별로 안좋게 생각하고.. 처음엔 안 주는 나를 보고..
    나중엔 마음을 바꿔서 주고.. 또 주는 것이.. 그들이 거지로 계속 살아가는 걸 보고
    다시 또 안 주는 걸 선택을 했고.. 그런데 또 안 주고보니, 그들의 생계가 막막한 걸 보고
    결국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고뇌하다가 찾아낸 방법이..
    안 주려고 하는 것은 내가 반성이 되는 거고
    준다 하면 내 문제만 해결이 되지, 그 사람에겐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으니까
    이것이 나쁘지 않게, 좋게 줄 수 있는 방법이 뭐겠느냐..
    그게 이제 병원을 지어 준다거나, 학교를 지어 준다거나 해서..
    그 돈이 거지를 만드는 쪽으로 사용되는 게 아니고
    뭔가 그들에게 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 시작한 게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구호활동입니다.

    우리가 하루에 천원 내는 거.. 그 천원 가지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만약에 만명이 하루에 천원을 낸다 하면 하루에 천만원씩 생기잖아요?
    그러면 이제 큰 일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내 눈에 보이는 길만 찾으니까 구걸하는 사람에게 주는 길 빼고 다른 길이 없지만
    우리가 내 눈에 보이는 걸 넘어서서 힘을 합하게 되면 좋은 일을 많이 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토회에선, 하루에 천원 이상 보시를 하라 하는 것이고
    하루에 한 가지 좋은 일을 하라 한 것은.. 보시는 이미 천원씩 내는 걸로 하니까
    좋은 일, 선행은 보시보다는 봉사를 뜻하는 겁니다.
    짐을 들어주든, 자리를 비켜주든, 화가 나는 걸 참아주든.. 어쨌든
    상대를 배려해서 상대에게 이익이 되도록 내가 뭔가 하는 것..
    이런 걸 하루에 한 가지 이상씩 하라는 말입니다.
    매일 하기 어려우면 일주일에 하루를 정해서 봉사를 하든지.. 이런 정신을 말해요.
    의도적으로 이렇게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라는 것입니다.

    사람이 살다보면 늘 자기만 생각하면서 살게 되거든요.
    부부지간에도 온통 자기만 생각하잖아요.
    늦게 온 남편이 얼마나 힘들게 왔는지 고려하는 게 아니고, 내가 기다렸는데 늦었다는 생각만 하고
    집에 있는 아내가 저녁 밥상을 차려 놓고 얼마나 기다렸는지는 고려하지 않고
    자기가 저녁을 먹었으면 '먹었으니 필요없다'.. 안 먹었으면 12시가 돼도 '밥 내놔라'
    오직 자기 욕구밖에 생각을 안 하는 게 우리네 인생입니다.
    부부지간에도 그런데 하물며 이 세상이 어떻겠느냐..


    그렇기 때문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조금씩 내봐라..
    이것이 겨우 바늘구멍 같지만, 점점 커지게 되면 마음의 문이 열리게 됩니다.
    그래서 하루에 한 가지 이상 좋은 일 해라.. 봉사해라..
    이런 수행 지침이 주어진 겁니다.
    이것은 남을 위해서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게 핵심이 아니라
    그럼으로 해서 누가 보람이 있어진다? 내 삶에 보람이 있어진다..
    나를 위해서 그러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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