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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찮으신 어머니를 편안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법륜스님 즉문즉설 2012. 2. 5. 09:38

     

     

    Q
    저의 집은 3대가 한 집에 같이 살고 있는데
    시어머님이 30대에 무병을 앓아서 굿을 수십 번 한 후에 건강해지셨는데
    이제 칠순이 넘으신 몸으로 작년부터 또 병이 와서 상당히 고통스러워하십니다.
    작년과 올해 굿도 여러 번 했는데 고통이 줄어들지 않고 있어서 자식된 도리로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자식으로서 어떻게 하면 어머님께서 고통이 줄어들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고 싶어서 이렇게 질문을 드립니다.

     

    A 답
    별로 도울 게 없어요..
    그냥 어머니가 편찮으신데 밥해드리고, 필요한 거 있으면 해드리면 돼요.
    우리가 원하는 게 다 이루어질 수는 없어요. 이 세상에..
    그런 어머니를 내가 편안한 마음으로 보는 게 수행이예요.
    어머니가 몸이 불편하시구나..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돼야겠다.. 이러면 되지
    내가 병을 낫게 해드려야겠다 하는 생각은 잘못 됐다..

    (그러면 저는 어머니를 편히 바라다보는 것밖에 없습니까?)
    예.. 어차피 어머니는 편찮으시잖아요? 병원에서 치료가 됩니까, 안 됩니까?
    (전혀 안 됩니다)
    병원에 가서 치료가 되면 여기 와서 이렇게 묻지도 않을 거 아닙니까? 그죠?
    그러니까 그건 어머니의 병이잖아? 현대 의학으로 치료가 안 되는 병이잖아요?
    어머니는 어치피 그런 병을 앓고 계시잖아요?
    지금 내가 이렇게 괴로워한다고 어머니 병이 나아요? (아뇨..)
    그러니까 그런 어머니를 편안하게 바라보면 첫째 누가 좋다? (제가요..)
    두 번째, 그러면 이제 어머니를 도와줄 수 있는 여력이 더 생긴다.. 이게 중요해요.

    어머니 병을 고쳐서 나를 편안하게 하는 게 핵심이 아녜요.
    지금 여기서 어머니 병도 문제지만, 어머니 병이 나으면 내 문제도 해결되겠지?
    이렇게 어머니를 변화시켜서 내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술 먹는 남편을 고쳐서 나를 편안하게 하려는 것과 똑같은 겁니다.
    그건 여자가 어리석고, 이건 자식이 좋은 마음을 내었다.. 이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수행적 관점에서 보면 똑같은 겁니다.
    결국은 경계에 내가 끄달리고 있는 겁니다.
    아파하는 사람을 보고 나도 아파한다.. 이 말입니다.
    아파하는 사람을 내가 편안히 볼 수 있어야 한다..

    난 당신이 아프든 말든, 죽든 말든 난 모르겠다.. 이런 편안함이 아니라
    아파하시는구나.. 이걸 편안하게 봐야 한다..
    그래야 내가 어머니를 오래도록 모실 수가 있습니다.
    어머니가 아파할 때 나도 거기 끄달려서 같이 마음을 조리면
    어머니 편찮으신 걸 보는 게, 내가 힘들어요? 안 힘들어요? 힘들지..
    그럼 한 두 달, 일 이 년은 몰라도.. 세월이 자꾸 흐르면
    어머니 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까? 안 들까? (들겠지요..)
    그럼 이제 불효가 되는 거요.

    내가 어머니를 보는 것이 편안하면,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돌아가실 때까지
    내가 편안하게 볼 수 있으면, 내가 어머니를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모실 수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어머닌 아파 죽겠다는데, 며느리가 편안하게 보는 게
    무슨 죄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해선 안 된다..
    그래야 진짜 내가 어머니를 위해줄 수 있다..

    물론 치료가 되면 치료를 해야죠. 병이 나으면 좋은 일이지.
    그러나 병이 안 나아도 나는 어때야 한다? 편안해야 한다..
    이 세상에 병이라는 것은 현대 의학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고..
    조그마한 뭐 아토피.. 이런 것도 치료가 잘 돼요? 안 돼요? 안 되잖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아요.
    인간이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거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그러니까 여기서 가장 좋은 것은,
    편찮으신 어머니를 편안하게 바라보는 마음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래야 우선 나한테 좋고, 어머니를 오래도록 지치지 않고 모실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하고 아파하시는 걸 보고 나도 같이 끌려들어가 아파하면
    시간이 흐르면 내가 지친다.. 어머니 때문에 내가 못 살겠다..
    도저히 힘들어 못 살겠다.. 딴 사람이 좀 모셔라, 난 이제 지쳤다..
    이렇게 돼서 불효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부모가 병을 오래 앓으면 효자 없다.. 이런 말 있죠?
    사람이 지치면.. 아고 빨리 죽지.. 이런 생각이 들까? 안 들까? 들죠..
    제 부모인데도 너무 오래 끌면, 마음이 그렇다.. 힘들면..
    여기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
    여기서 벗어나려면 부모가 뭐해야 한다? 죽어야 되잖아?
    이런 마음이 든다 이 말예요. 누가 지치면? 내가 지치면..
    내가 안 지치면 어때요? 그런 생각이 안 듭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편찮으시다 해도, '어머니가 편찮으시구나..' 하지,

    그 어머니 아픈 데 내 마음까지 뺏겨가지고 빠져들지 마라..
    어머니가 수렁에 빠진다고 나도 손 잡고 같이 빠져들지 마라..
    내가 밖에 있어야 손 잡아 꺼낼 수가 있다..
    그러니까, 어머니가 편찮으시구나.. 힘드시구나..
    이거 뭐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병이니까..
    그래서 뭐 굿하면 된다 그러면 가끔 해주면 되고..
    굿도 뭐 정확한 치료법은 아니잖아? 정신적인 현상이니까..
    굿하는 것도 효과가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고..
    효과가 있었으면 벌써 나았지 여기까지 왔겠어요? 그죠?

    그러니까 병원에서 못 고쳐도 되게 아프면 그래도 병원에 가봐야 하는 것처럼
    굿해서 낫고 안 낫고를 떠나서 되게 답답하면 한 번 해봐야 돼? 안 해봐야 돼? (해봐야죠..)
    뭐 그런 정도로.. 돈을 좀 쓰면서.. 너무 큰 돈 들여서 하진 말고..
    그냥 병원에 치료비 내듯이 한 번씩 하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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