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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개야 스님(묵언마을)
    宗敎 단상 2011. 12. 12. 16:32

     

     

    안성의 대표적인 사찰인 칠장사 아래에는 절집 '묵언마을' 이 있다.

    태고종 소속의 지개야 스님이 4년 전 손수 한옥을 짓고 들인 사찰이다.

    뒤틀린 나무로 지은 집과 곳곳에 내걸린 글귀들, 묵언마을을 들어서자마자 곳곳에서 파격이 느껴진다.

    지개야. '복지 지(祉)'빌 개(匃), 어조사 야(也)자 를 써서 '복을 구걸하는 거지' 를 법명을 쓰고 있다는 스님도 평범하지는 않아 보였다.

     

    "자살하는 사람을 구하자 해서 지은 절집입니다. 목숨을 구하는 것이야말로 불법을 실천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지개야 스님은 젊은 시절 경북 안동축협에서 상무를 맡기도 했고 도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낙선하긴 했지만 국회의원 선거에도 출마한 이력이 있다.

    속세에서 제 살 궁리만 해오다가 2004년 돌연 출가해 4년 전 이곳 안성의 칠장사 아래에 '묵언마을'이란 사찰을 냈다.

    그에게 출가의 이유를 물었더니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세상살이라는 게 늘 원인과 결과로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니니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구차하게 설명할 것 없이 그저 마음으로 느껴진다면 좋겠다는 것이다.

    자살을 결심한 이들을 구하겠다는 마음에서 절집을 지었다지만 꼭 자살을 목전에 둔 이들만 이곳을 찾는 것은 아니다. 세상사가 힘들고 고단할 때, 마음먹은 대로 일이 되지 않아 상심할 때, 사람들은 이곳을 찾아온다. 묵언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스님을 만나 사연을 풀어놓는다.

    "그저 잘 듣는 것이지요. 상대의 마음이 돼서 이해를 하는 것뿐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답은 있습니다. 스스로 그 답을 찾도록 도와줄 뿐이지요."

    묵언마을에는 제법 번듯한 규모의 2층 법당을 갖추고 있고, 구불구불 제멋대로 자란 나무를 세워 지은 한옥 몇 채를 따로 세워 방을 10개 들였다. 방은 애초에 공짜로 내줬는데, 보시금을 훔쳐가거나 술 마시고 행패를 부리는 이들 탓에 지금은 돈을 받고 있다. 그래 봐야 하루 묵어가는데 1만5000~2만원선이다. 하루 세끼 밥은 무료로 제공된다.

    "묵언은 입을 닫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고자 하는 마음을 따라가고, 따라가는 제 마음을 가만히 보고 있는 일입니다. 꼭 이곳을 찾지 않더라도 그저 묵언으로 하루를 보내며 제 삶을 돌아본다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겁니다."

    지개야 스님에게 속가 사람을 위해 '한 말씀 해달라'고 청했더니 "자신의 현실을 볼 때는 늘 '저보다 못한 이들'을 생각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스님은 또 "욕망을 버리라 말하지만, 남을 다치지 않게 하는 욕망은 바꿔말하면 희망이니 그 마음을 품고 다스려가야 한다"고도 했다.

    "종교가 없어도 사람은 살지만, 종교는 사람 없인 살 수 없는 기지요. 사람을 위한 종교, 지금 여기에서 사람을 살리는 종교가 진짜배기 종교 아이겠능교. 특정한 종교를 위한 종교가 아이라 전 인류를 위한 종교가 참 종교지요."

     

    '묵언마을'에 '명진 큰스님을 대신해 참회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지개야는 먼저 중아함경과 법화경 화향품의 구절을 읊었다.

    '옳다 그르다 시비하지 마라.

    언쟁하지 말고, 서로 다투지 마라.

    옳고 그름을 가려 승부를 내려고 하려면 평생을 싸워도 끝이 없다. 

    옳고 그름은 인연과 시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 세상 모두는 무상으로 변하는 것인데, 무엇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면서 시비할 것인가?'

    (중아함경)
      
    '남 듣기 싫은 성난 말 하지 마라.

    남도 네게 그렇게 갚을 것이다.

    악이 가면 화가 돌아오나니,

    설이 가고 오고, 매질이 오고 가고 종이나 경쇠를 고요히 치듯 착한 마음으로 부드럽게 말하면,

    그의 몸에는 시비가 없어 그는 이미 열반에 든 것이다.'

    (법화경)
     
    지개야는 명진이 '주어가 없다'고 한 대목을 빗대 "명진 큰스님 말씀에 주어가 없으면 이런 눈을 가진 모든 사람을 지칭하는데 아마 모르긴 몰라도 많은 한국인은 명진 큰스님이 지칭한 눈의 소유자인데, 그럼 많은 국민이 명진 큰스님이 말씀한 것처럼 나쁜 사람이란 말씀입니까?"라고 짚었다.

    이어 "누구보다 부처님 법을 잘 알고 잘 지키시는 명진 큰스님!

    천주교의 김수환 추기경님 선종 후 천주교 신자 20% 증가했다는 뉴스를 잘 알고 계시지요. 우리 불교계의 큰어른 스님이시고, 온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던 법정스님의 열반 또한 불교포교 절호의 기회였지요"라며 "그때 명진 큰스님은 어디서 무엇을 하셨나요. 혹시나 봉은사에서 시줏돈 싸움을 하시지는 않으셨는지요"라고 물었다.

    "어떤 분이 명진 큰스님께 선물을 주면 명진 큰스님이 받지 않으면 그 선물은 누구의 것입니까?

    명진 큰스님이 말씀한 눈의 소유자는, 아무도 명진 큰스님의 말씀을 받을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면 명진 큰스님이 한 말씀은 바로 명진 큰스님 것이 아닙니까? 설마 명진 큰스님이 그런 분은 아니겠지요."

    지개야는 "명진 큰스님 말씀하신 못생긴 눈을 가진 많은 사람은 그 눈을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부모님 인연으로 물려 받은 것입니다.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라면서 "이는 어쩌면 선천성 장애인을 장애인이라고 험담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명진 큰스님이 말씀한 눈을 가진 많은 사람께 승려의 한 사람으로 진심으로 명진 큰스님을 대신해 참회드립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묵언마을은 경기 안성 죽산면 칠장리에 있는 한국불교태고종 소속 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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