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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천평 농사짓ㅇ는 어느 농부의 손익계산서
    日念苾 2011. 11. 15. 05:24

    5천평 농사짓는 어느 농부의 손익계산서

     

     

    요즈음 가을걷이가 한창입니다. 우리 논밭은 거름기가 부족하여 이번 주말부터나 수확을 시작할 예정입니다만 이 동네 모든 분들은 지난 주부터 들로 나가서 수확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이렇게 수확된 것이 여러분들에게 어떻게 식탁에 오르는지 간단히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엊그제는 제 이웃집에서 벼 타작을 하고 말린 나락을 30~40Kg짜리 조곡포대에 담아 경운기에 실어서 1Km쯤 떨어진 곡식창고로 실어 나르는 일을 도와드렸습니다. 포대숫자를 헤아려보니 어림잡아 300~400여개는 되어 보입니다. 20년이 넘은 12마력짜리 경운기에 한번에 1.2톤(35포대쯤) 실을 수 있으니 최소한 10번은 왕복했을 것입니다. 벼 타작이야 콤바인이 해주고, 사흘간 나락을 말리는 것도 번거롭긴 하되 크게 힘이 들지는 않으나, 경운기에 싣고 내리는 일은 보통 힘이 드는 게 아닙니다. 처음에야 3~40Kg짜리는 거뜬히 들지만 100번쯤 반복하면 혹시 팔뚝 인대가 늘어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후들거립니다. 그래도 동네에서 제일 젊은 놈이 시원찮다는 비웃음을 들을까 싶어 누가 보지 않을 때는 몰래 주물러주기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면서 풀어줍니다. 지금까지도 키보드를 두드리는 제 손이 후덜덜 떨립니다. 칼럼이미지

    자청하기는 했지만, 자기 것도 못하면서 남의 농사일을 도와주는 제가 고마운 것인지 짠한 것인지 수시로 말을 거십니다.
    ‘달충 애비! 힘들지 않은가?’
    ‘헥헥~ 힘들긴요. 오메…어르신 땀 좀 봐요…킥킥. 이제 노쇠하셔서 근력이 딸리시는 갑네요..잉?
    ‘에잉… 저런 느자구 없는 사람을 봤나. 자네 땀이나 닦으소. 하기사 나도 여기서는 젊은 축에 끼긴 하지만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구먼.’
    이렇게 하여 해거름이 되어서야 겨우 작업을 마쳤습니다. 다음 날에는 고마움의 표시였는지 점심초대를 하십니다. 5일장에서 막 사온 간재미(가오리)회와 꽃게탕에 점심을 먹으면서 우연히 올해의 손익계산을 따져보게 되었습니다.
    이분께선 논 자경 3천평 (15마지기), 임대 2천평(10마지기), 집 뒤의 밭 자경 400평 규모로 농사를 짓습니다. 주 소득은 쌀이고 밭에서는 두 자식들 내외와 사돈 댁, 당신 내외가 먹을 것을 빼고 나면 기껏해야 들기름이나 고구마, 양봉에서 얻는 소득 200여만원이 전부랍니다. 그래서 주력사업(?)인 쌀의 손익을 따져보니까 하도 기가 막혀서 눈물이 찔끔 맺히더군요.
    대략 소개하자면 찹쌀과 멥쌀 90여가마를 농협 등에 넘기면 약 1,100만원이 들어오는데, 여기서 이앙기(모내기), 트렉터(밭갈기), 콤바인(수확) 비용 270만원이 빠지고, 방앗간에서 도정할 때마다 10%를 줘야 하고, 남의 땅 10마지기에서 농사짓는 임차료 100만원 남짓을 줘야 하고 기타 비료와 농약, 기타 농자재 값 등으로 연간 150만원을 써야 합니다. 그래서 적어도 600만원의 지출이 발생하는데, '논농사직불금'이라고 해서 연간 240만원을 보조 받으니 쌀농사로 얻는 총 소득은 740만원쯤이 된다고 하네요. 밭에서 얻은 소득을 합쳐도 1,000만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이분의 영농규모는 저의 5배가 넘는 것을 볼 때 그만큼 고된 일을 하고도 과거 직장에서의 두어 달치의 소득도 안 된다고 하니 이래저래 안타까움에 눈물이 찔끔거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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