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장사로 일본을 장악한 사나이, 다루미 시게루가 말하는 7가지 성공원칙
다루미 시게루는 1986년에 조그만 두부가게로 시작했다. 그러다 파산 위기에서 세계 최초로 '천연 간수로 만든 연두부'를 개발해 회생했고, 이를 바탕으로 갖가지 두부를 개발했다. 13년 만에 매출 8억 엔(60억원)의 중견 두부 제조 기업으로 성장했고, 2003년 11월 일본 두부 업체가운데 처음으로 도쿄증시 마더스(신흥기업시장)에 주식을 상장해 벤처 신화를 이룩했다. 현재 연매출 200억 엔을 눈앞에 두고 있고, 글로벌 식품회사를 만들고자 미국 시장 진출이라는 또 다른 도전을 펼쳐 가고 있다.
하나. 두부 한 모를 팔아도 사업가 정신을 가져라.
다루미 시게루는 가업을 이어 두부장사에 뛰어들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두부장사를 한다는 게 부끄러웠다. 자신을 '두부장수'라고 부르면 모욕감을 느끼기까지 했다. 사업을 시작할 때는, 쑥스러워서 명함에 '두부가게'라는 말을 넣지 못했다. 대학 동창들에게도 자신이 두부장사를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는 세 가지 결심을 한다.
첫째, '반드시 부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자신을 두부장수라고 깔보는 사람들보다 돈을 더 많이 벌어, 남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다.'
둘째, 두부장수를 하더라도 넥타이를 매고 일하겠다고 했다. 두부가게도 사업인 만큼, 양복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사업가다운 모습으로 일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성공해서 벤츠를 타고 다니겠다는 것이다. 당시 그가 아는 최고 자동차가 벤츠였기 때문이다.
그는 사업을 시작하고부터 줄곧, '두부장수'를 어떻게 하면 사업가처럼 보이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고민했다. 그러면 어느 날 우연히, 대형 두부회사의 배송 트럭 두 대가 나란히 국도를 달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트럭에는 큰 두부 그림과 함께 회사 로고가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그게 멋있어 보여서 그는 곧바로 트럭 한 대를 샀다. 아직은 허름한 트럭일 뿐이지만, 그로부터 그는 두부 사업에 대한 비전을 그리고 있었다.
둘. 남들이 못 만드는 상품을 개발하라.
가업을 이어 두부 사업에 뛰어든 그는, 처음에는 순조롭게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중간에 판로가 막히고 도산 위기에 처한다. 그때 그는 결심했다. 그 누구도 만들 수 없는 두부를 만들겠다고 말이다. 천연 간수로 만든 연두부 개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당시 두부를 굳히는 데는 공업용 응고제를 사용하고 있었다. 천연 간수로 굳히는게 좋기는 하지만, 그러면 연두부 특유의 매끈매끈한 느낌을 낼 수가 없었다. 다루미 시게루는 천연 간수를 써서 연두부를 만들고자 했다.
그는 두유의 농도와 간수의 혼합 비율을 조금씩 바꿔 가며 날마다 실험에 매달렸다. 실험 과정에서 두유가 많이 소모되자, 아버지가 크게 화를 내기도 했다. 그래도 그만둘 수는 없었다. 독자적인 신제품 없이는 사업을 일으킬 길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없이 많은 실험 끝에 마침내, 천연 간수로 만든 연두부 개발에 성공했다. 두부 개발을 시작한 지 9개월 만이었다. 새로 만든 두부는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웠다.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 가며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인지, '천연 간수 제조법으로 만든 연두부'는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처음에는 대량 생산을 할 수 없어서 두부 한 모에 100엔을 붙여 하루 서른 모만 판매하였다. 그러다 가동을 잠시 중단했던 두부 공장에서 증산을 거듭해, 비로소 생산 능력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되었다.
셋, 고객의 욕구를 읽어라.
다루미 시게루는, 좋은 제품도 중요하지만, 슈퍼마켓에 남품했을 때 어떻게 파느냐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고객의 욕구를 잘 읽어야 하는 일이었다.
한번은 슈퍼마켓에서, 두부튀김이 다 떨어졌으니 더 가져오라는 주문을 받게 되었다. 원래는 10도 이하로 식혀서 포장해야 하는데, 급하게 가져가느라 미처 식혀지지도 않은 두부튀김을 매장에 가져가게 되었다. 그런데 손님들은 막 튀겨 따끈따끈한 두부를 더 좋아하는 것이었다. 다음날도 그는 두부튀김을 식히지 않은 채로 납품했다.그러자 판매량이 점점 늘어갔다. 나중에는 스티로품 상자에 100개씩 담아 남품했다.
유부는 모양과 크기가 일정하지 않으면 B급 제품이라고 하여 가격이 내려간다. 이 단점을 감추려고 썰어서 팔곤 하는데, 썰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 판매량이 따르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다루미 시게루는 고객의 눈높이게 맞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모양이 제각각인 유부에 '못난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 옆에 '된장국 전용'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은 두부와 유부를 주로 된장국에 넣어 먹기 때문이다. 된장국에 썰어 넣을 거라면 모양은 큰 상관이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사람의 손으로 직접 튀겼기 때문에 모양과 크기가 들쭉날쭉합니다'라는 글을 덧붙였다. 그러자 이 못난이 유부는 공급 물량이 달릴 만큼 엄청나게 팔려나갔다.
넷, 사업계획서보다 열정이 더 중요하다.
2차 증자를 위한 투자설명회가 있는 날이었다. 다루미 시게루는 원고도, 사전 연습도 없이 그자리에 나갔다. 준비 없이 바로 들어가, 말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말해 버리는 것이 그의 스타일이다.
그런데 질의응답 시간에 "IPO(주식 신규 공개)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이 나왔다. 당시 그는 금융 지식에 대해서는 통 아는 바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뭡니까'하고 되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너무나 당황해서 등에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우물쭈물했다가는 증자가 물거품으로 돌아갈지도 몰랐다. 이렇게 된 이상 오히려 당당하게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자신의 꿈 이야기를 시작했다.
쇠퇴해 하는 전국의 두부가게들을 일으켜 세우고 두부 업계에 개혁을 꾀하고 싶다. 이를 위해 직판 체제를 성공적으로 마련해, 장래에는 전국 규모로 확대하고 싶다.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 새 공장을 지을 생각이다. 투자가 여러분에 기대에 결코 어긋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할 각오가 되어 있다---.
그렇게 온 힘을 기울여 열정적으로 연설했다. 그리고 증자가 실현되었다. 그의 열정이 투자가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다섯 결단을 내릴 때는 미루지 마라.
일본에서 두부장사는 제조 소매업으로, 대대로 가업을 통해 이어져 왔다. 그런데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기보다 슈퍼나 백화점에 납품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두부 업계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슈퍼나 백화점이 구매자라는 생각 때문에 더는 슈퍼에 강한 이의 제기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가격 인하를 강요당한 끝에, 두부장사는 더는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서, 가업을 잇는 숫자도 줄어들었다. 이런 까닭으로 해마다 백개나 되는 두부가게가 폐업 위기를 맞는다. 주도권이 슈퍼나 백화점으로 넘어간 결과다.
따라서 슈퍼와 거래를 끊고 다시 소매업으로 돌아가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길이 없었다. 그건 두부장수가 모두 알고 있었다. 하지만, 슈퍼를 통하지 않고는 두부 팔 길이 막막했다. 당장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다루미 시게루는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 슈퍼와 맺은 모든 거래를 중단했다. 그러자 매출의 85퍼센트가 사라졌다. 그 상황에서 그는 직판점을 개설해 나갔다. 그리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비록 2년 동안 적자를 5억 엔이나 기록했지만, 회사는 무너지지 않았고, 회생할 길을 찾았다. 마침내 시노자키야는, 슈펴와 거래를 끊고도 살아남은 유일한 두부 회사가 되었다. 만약 결단을 미루었다면, 기약할 수없는 미래만 남았을지도 모른다.
여섯, 기본에 충실하라.
다루미 시게루는 두부 제조업과 더불어 두부 전문 외식사업도 전개했다. 처음에는 직영점과 프랜차이즈를 동시에 했는데, 프랜차이즈가 늘어가면서 직영점마저 프랜차이즈로 바꾸어 버렸다.왜냐하면,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서였다.
시노자키야는 원래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회사가 아니다. 시노자키야의 목적은 어디가지나 자사 상품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는 것과, 두부의 제조 소매업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다.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외식업 점포 경영에서 손을 떼고 두부 제조 도매업과 소매업으로 특화해야 한다.
그러므로 외식점도 시노자키야가 직접 경영할 필요가 없다. 시노자키야의 가맹점에는 당연히 시노자키야 상품이 납품된다. 이런 체계만 갖추어지면 된다고 다루미 시게루는 생각했다. 시노자키야의 목표는 외식점을 늘리는 것이 아니고, 어디가지나 제조업체로서 외식점에 두부를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곱, 상황의 변화에 대처하라.
상황은 늘 변한다. 그 변화를 잘 타면, 큰 성과를 더욱 쉽게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슈퍼와 거래를 끊은 지 4년 흘렀다. 그 사이에 시노자키야는 관동 제일의 두부 회사를 인수했다. 그에 따라 질 좋은 두부를 더 싸게 만들 길이 생긴 것이다. 그러자 다루미 시게루는 이제야말로 다시 한 번 슈퍼에 납품할 때라고 생각했다. 좋은 두부를 싸게 팔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해서 다시 슈퍼에 두부를 납품하게 되었다. 가격은, 크게 낮춰서 28엔으로 정했다. 당연히 그 가격으로는 시노자키야와 슈퍼측에 돌아갈 이익이 미미했다. 그래서 시노자키야는, 가격을 내리는 대신 다른 상품을 아울러 납품할 수 있게 해달라는 조건을 달았다. 유부, 두부튀김 따위를 한꺼번에 진열한 것이다. 그랬더니, 싸고 맛있는 두부를 찾는 손님들이 멀리서도 찾아오기 시작했다. 더불어 다른 상품의 매출도 크게 올랐다.
수퍼와 한 번 거래를 끊은 것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시노자키야의 입지가 달라졌기 때문에, 더 좋은 조건으로 거래를 시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새로은 변화를 읽지 보지 못하고 그 이전 상황만 고집한다면, 기회를 놓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큰 위기를 맞을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