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의 승진 대상에서 탈락했습니다.
분명히 승진 대상자였는데 상급자가 근무 평점을 좋지 않게 줘서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가 노조활동을 했기 때문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억울하다는 생각에 괴롭습니다.
상급자가 원망스러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내가 승진이 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승진이 안 되니 기분이 나쁘다는 것이지요?
기분이 나쁘다는 것은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나의 기분을 나쁘게 한 건 아니에요.
내가 기분이 나쁜 것은 내가 승진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에요.
내일 아침에 등산을 가려고 마음을 먹으면 날씨가 맑기를 기대하게 되지요?
그런데 다음날 비가 오면 기분이 나빠집니다.
이럴 때 날씨가 나를 기분 나쁘게 한 게 아니지요.
나는 날씨가 맑기를 바랐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기분이 나쁜 거예요.
마찬가지로 그 상사가 나를 기분 나쁘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게 아닙니다.
그 사람은 그 사람 관점에서 나를 보고 점수를 매긴 거예요.
내가 그 사람을 보고 나쁘다고 하듯이 그 사람은 그의 관점에서 나를 보고, ‘저 인간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거예요.
그 사람은 내가 노조활동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노조활동을 해서 기분이 나쁠 수 있지요.
상사의 행위를 보고 내가 기분 나쁘고 마음이 답답하고 잠이 잘 안 오듯이, 그 상사도 내 행동을 보고 기분이 나빠 잠을 못 이루거나
술을 먹었을 수도 있어요. 심지어는 잘라버릴까 하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지요.
우리가 온갖 생각을 했을 그 사람을 이해해야 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다 말하지 않듯이 그 사람도 자기 생각을 다 말하지 않았을 거예요.
또 어떻게 생각하면 그 사람이 꼭 노조활동 때문에 평점을 나쁘게 매겼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기분이 나빠 점수를 낮게 줬다는 건 내 생각이지 그 사람은 그런 감정 없이 점수를 매겼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기분 나빠하면 누구 손해일까요? 내가 손해예요.
이미 지나간 일인데 이렇게 기분 나빠하면 내가 손해입니다.
그 사람 꼴도 보기 싫고 직장도 나가기 싫고 이 문제에 더 사로잡히게 되면 사표까지 내고 싶지요.
그런데도 밥벌이 때문에 다녀야 하면 보통 괴로운 게 아니에요.
이러면 자기가 자기의 삶을 자꾸 괴롭히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마음의 갈등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승진에 대한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합니다.
승진에 대한 욕심을 내면 이럴 때 괴로움이 오고, 승진에 대해서 집착하지 않으면 괴로움이 오지 않아요.
또, 내가 승진에 대해서 집착 안 한다고 해서 승진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승진에 대해서 집착한다고 해서 승진이 되는 것도 아니지요.
다만 우리는 각자 최선을 다해서 살 뿐이어야 하지요.
또 열 명을 승진시키자고 하는데 지원자가 스무 명이면, 누가 빠지든 열 명은 빠져야 하지 않습니까.
이때, 점수를 매기는 건 상사의 권리입니다.
내가 노조 활동을 하는 것이 내 권리에 속하듯이, 그 사람이 어떤 평점을 매기든 그것은 그 사람의 권리에 속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기분 나빠하지 마시고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이세요.
승진에 구애받지 말고 노조활동을 하든지, 승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상사의 비위를 좀 맞추든지 하셔야 합니다.
이것은 누구한테나 다 해당이 되는 경우입니다.
규칙을 정해놓고 이렇게 해라 했는데 규칙을 안 지키고 자기 맘대로 하면 나가라는 말을 들을 것 아니겠어요.
그러면 나가든, 규칙을 지키든 두 길밖에 없어요.
세 번째 길도 있어요.
규칙도 안 지키고 나가지도 않는 방법이지요.
그런데 세 번째 길을 택할 경우에는 갈등이 생깁니다.
그러면 갈등의 과보를 받지요.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계속 괴로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지속되는 과보를 받게 됩니다.
그걸 아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