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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 여인의 구걸
중국 오대산에는'거지 여인의 구걸'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오대산 영축산에는 해마다 삼월이면
'누구나 부처님처럼 환영하는 법회'인
무차재無遮齋를 열었다.
그래서 이 법회에는 스님이든 마을 사람이든,
여자든 남자든, 귀한 사람이든 천한 사람이든,
늙은이든 아이든, 심지어 짐승들까지도 모두 함께
배불리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참으로 이 법회는 부처님의 가르침에도 평등하고
음식에도 평등한, 지극히 따뜻하고 아름다운 모임이었다.
그런데 이 법회에 아이를 밴 거지 여인이 느닷없이
두 아이를 안고 개 한 마리를 데리고 나타났다.
가진 것 없는 그녀는 머리키락을 잘라
부처님 앞에 공양을 올리더니
주지 스님을 찾아가 이렇게 말했다.
"저는 바쁜 일이 있어서 곧 이곳을 떠나야 합니다.
그러니 제게 먼저 먹을 음식을 주시지요."
아직 음식 먹을 시간이 아니었지만,
주지 스님은 여인의 청을 들어주었다.
아이들과 함께 음식을 배불리 먹은 여인은
데리고 온 개에게도 음식을 달라고 해서 먹인 다음
또 다시 주지 스님에게 가서
배 안에 있는 아기의 음식 몫도 달라고 했다.
여인의 행동을 못마땅해 하던 주지 스님이 말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 몫까지 음식을 달라고 하니,
어쩌면 그렇게 음식 욕심이 많단 말인가!"
이 말을 들은 거지 여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쓴 조랑박은 뿌리까지 쓰고
달디단 참외는 꼭지까지 달지.
삼계三界라, 집착할 것 없는 이 천지 안에
나는 무슨 까닭으로 스님의 꾸지람을 듣는가?"
그리고 갑자기 허공으로 몸을 솟구치더니
문수보살이 되어 금빛 사자로 변한 개를 타고
두 동자와 함께 구름 속으로 사라지며 다시 노래했다.
"평등을 배우는 이들이여.
어찌하여 그대들은
온갖 경계에 흔들리는가
이 몸 이 마음 다 흩어지고 말면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
어느 곳에 있는가!"
그 자리에 모인 수천의 대중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함께 외쳤다.
"성스러운 이여, 평등 법문을 듣고 힘써 수행하고 싶습니다."
보살의 모습이 사라지고 하늘 끝 어디선가
다시 보살의 노래만 들려왔다.
"그 마음
모든 삶 실어주는
너른 땅과 같다면,
그 마음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다면
두 가지 모습 없는
참 세계 속에서
행복하게 살리라.
다툴 일 없이.
있고 없음의 그 바탕
허공 아닌가?"
문수보살의 진신을 몰라본 주지 스님이
주머니칼을 커내들고 자신의 어두운 눈을 찌르려하자
대중이 달려들어 가까스로 말렸다.
대중은 바로 큰 탑을 세워
거지 여인이 잘라준 머리카락을 탑 안에 모셨다.
명나라 초기에 이 절의 주지로있던
원광圓廣이 탑을 다시 고치다가 그 머리카락을 보았는데
머리카�은 금빛 광명을 뿜어내며
볼때마다 양이 달라 보였다고 한다.
그 탑은 지금도 오대산 대탑원사 동쪽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