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신 사
수 천리를 달려 온 산은 마을에 이르러 포근히 팔을 벌리고 터를 품어 줍니다
마치 어머니가 아이를 두 팔로 감싸 않고
젖을 먹이듯 등과 팔로 바람을 갈무리 하며 머리를 가지런히 숙여
터에 생기를 불어 넣어 줍니다
그런데 실제 산을 올라 보면 산의 앞 뒤뿐만 아니라
어느 산을 머리로 보고 어느 산을 팔로 보아야 하는지
구별이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는 산이 사람과 같이 하나의 머리와 두개의 팔 만 같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의 팔다리와 머리를 갖고 있어
보기에 따라 팔이 머리가 되기도 하고 머리가 팔이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건강하게 살아있는 어머니의 품 속 쪽에 터를 잡았다 하더라도
그 어머니가 악독한 계모처럼 팔을 치켜들어 아이를 떨어트리려 한다거나
아예 머리를 돌려 다른 곳에 정신을 팔고 있다면 좋은 터는 못되겠군요
이젠 산의 성품도 알아 보아야겠군요
1. 북 현무
먼저 마을 뒤편에 주산이 보이는군요
전통풍수에서는 북 현무라 표현하기도 합니다만 쉽게 생각해서
어머니의 머리쯤이라고 보면 됩니다
아이를 가슴에 품고 젖을 먹이는 자애스런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어떤 모습일까요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쳐다 보는 모습일까요
아니면 먼산을 멍하니 바라다 보는 모습일까요... 아니지요
가지런히 머리를 숙이고 정을 듬뿍 쏟아 아기를 바라보고 있겠지요
주산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무수두(玄武垂頭 )라 하여 마치 거북이가 조용히 머리를 숙이고
정지해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마을을 내려다 보아야 좋은 주산으로 봅니다
건강한 어머니의 품속에서 건강을 얻고
지혜로운 어머니의 품속에서 지혜를 얻듯
주산의 품격은 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주산이 복스럽고 후덕하게 생겼다면
그 기운을 받아 인정 많고 물산이 풍부한 마을이 이루어 지고
주산이 크고 위엄이 있다면
마을도 그 위엄에 합당한 인물을 키운다는 이야기지요
반면 주산이 흙이 적고 가늘고 약하다면 어떻게 될까요
마을 주민들이 허약하고 물산도 적어 경제적으로도 궁핍하겠군요
젖이 많아야 아이가 배가 부르지 납짝 젖에 배부른 아이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험악하고 삐쭉삐쭉 한 암석까지 많다면
싸움이 잦고 손재가 많아 패가망신할 위험이 많은 터라고 판단하게 되지요
풍수에서 주산의 존재는 매우 중요합니다
내 자신과 같은 놈이니 이산이 없다면 풍수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정도지요
팔다리가 없어도 살 수는 있겠지만
머리가 없어서야 어디 산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마을 뒤로 혹은 집 뒤로 내려오는 주산을 찾아 올라가 보세요
...한발 한발 귀 기울이다 보면 어머니의 숨결이 느껴지겠지요
2. 좌 청룡 우 백호
주산을 등에 두고 마을을 내려다 볼 때 좌측에 보이는 산이 청룡이고
우측에 보이는 산이 백호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팔이나 다리에 해당하지요
물론 팔이 없다고 해서 어머니(풍수적 산)가 아이(혈,집,마을,도시...)를
굶겨 죽이기야 하겠습니까 만은
아이 입장에선 어머니가 팔로 포근히 감싸 주어야 편안하고 안전하겠군요
마찬가지로 청룡 백호도 마을을 감싸 안아야 좋다고 봅니다
풍수에서는 좌측 팔을 청룡완연(靑龍완연)이라 하여
어머니가 아이를 다정하게 안고 있듯 안으로 팔을 굽혀 터를 감싸 안는
형상이 되어야 좋다고 봅니다
그리고 좌 청룡이니 용이 살아서 꿈틀거리듯 터를 품어 준다면 더욱 좋겠지요
풍수적으로 청룡은 남자들의 권위와 지위를 상징합니다
청룡의 산세가 강건하다면
마을 남자들이 힘도 세고 용감하겠다는 이야기고
약하다면 마을에 허약한 남자들이 많겠다는 이야기지요
더욱이 여자의 지위를 상징하는 백호에 비해 미약하다면
마을 여자들의 발언권이 강해지겠군요
우리 마을의 청룡을 찾아 보세요 ..없다 구요 그러면 물을 찾아 보세요
수룡이라 하여 물도 어떤 경우에는 훌륭히 청룡을 대신해 줄 수도 있으니까요
물도 없다 구요 ..그러면 도로나 큰 건물들을 찾아 보세요
도시에선 이들이 청룡 구실을 한답니다 그러나 훌륭한 청룡은 못 되겠군요
백호는 오른쪽에서 마을을 감싸 안는 산입니다
백호순부(白虎순부)라 하여 그 모양이 마치 잘 길들여진 호랑이가
주인 앞에 머리를 숙이고 업드려 순종하는 듯해야 좋은 형상으로 봅니다
또한 백호는 청룡과 함께 터를 다정히 감싸주는 것이 좋지
용호상박이라 하여 서로 마주보고 으르렁댄다거나
머리를 치켜 든다거나 , 돌려 터를 거부해서는 나쁘다고요
기왕에 팔을 뻣었다면 아이를 안전하게 감싸 주어야지
손가락(지각)으로 찌르려 한다거나
팔을 벌려 아이를 떨어트리려 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지요
더욱이 호랑이가 터를 직접적으로 침입해 아이를 물어 죽이기도 한다니
어머니가 제 정신이 아니겠군요
이런 경우라면 아예 팔이 없는 편이 낳겠습니다
백호를 찾아 보세요
산이나 물이 없더라도 우측의 도로나 건물 등 보이는 모든 것이
백호가 될 수 있으니... 청룡과 비교해 보세요
3. 주작 상무
마을 앞을 바라 보세요
산이 보이는군요 이번엔 물도 보입니다
앞 집 벽밖에 안 보인다 구요 ..참 답답하겠습니다
뒷산에 올라보라는 이야기지요
성냥갑같은 아파트가 보일 테고 멀리 썩은 물이 개천을 따라 흐르겠지요
코딱지만한 자동차들이 도로 위에서 서로 경주를 하고
학교 운동장에는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을 겁니다..참 보이는 것도 많군요
그런데 이러한 내용들은 뒤에서 다루고 있으니 지금은 산만 보세요
마을 앞이 바로 바다가 아니라면 하다 못해 조그만 동산이라도 보일 겁니다
이놈이.. 주작입니다
아마 어머니에게도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모양이군요
넓고 넓은 세상에 혼자 독수공방해서는 아무래도 외롭겠지요
풍수에서는 이 마을 앞의 산을 주작상무(朱雀翔舞)라 하여
그 모양이 단정한 봉황새가
춤을 추고 절을 하듯 단정하고 수려해야 좋다고 봅니다
주산이 주인이라면 주작은 손님이나 신하 등에 비유됩니다
손님이 주인을 뵙는 듯 신하가 임금님을 알현하는 듯 주작이 단정하며
예의 바르고 순종하는 듯해야 어머니(풍수적 산)도 기쁘겠군요
기껏 술상을 차려 놓고 손님을 초대했더니 등을 돌리고 심통을 부린다거나
고개를 뻣뻣이 쳐들고 주인에게 대들려 한다면 보기 좋은 모양은 아니겠지요
이렇게 어머니의 이야기 동무가 되기도 하고 신하가 되기도 하는
산을 주작중에서도 조산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주작이 한 둘이 아닌 모양입니다 그렇습니다
마을 앞에 산이 하나만 있으란 법은 없으니까요
가까이에서 주인을 섬기는 신하가 있고
멀리서 주인을 섬기는 신하가 있듯이
주산도 그 위치나 모양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들 중 마을 앞 가까이에 있으면서 조산 보다 낮은 산을 안산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조산이 안산보다 멀리 떨어져서 터를 전후좌우로 호위해 주는
산인데 비해
안산은 어머니 앞에 놓인 책상처럼 터에 가깝고 다정한 산을 말합니다
이 안산은 어머니에게 있어 의식주나 생필품과 같습니다
지혜롭고 정이 많은 어머니를 만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어머니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일상용품들도 없어서는 불편하겠군요
풍수에서는 이 산이 노적봉이라 하여 후덕하게 살쪄 있다면
책상 위에 음식이 가득한 것처럼 먹고 사는데 걱정이 없는 부자가 된다고 보고
문필봉이라 하여 마치 붓을 세워놓은 것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면
책상 위에 붓을 놓은 것과 같아 그 붓으로 훌륭한 문장가를 키운다고 판단합니다
그런데 그 책상 위에 깨진 그릇이 나뒹군다거나
붓이 아닌 칼이 어머니를 찌를 듯 놓여 있다면 좋은 형상은 아니겠군요
더욱이 책상자체가 뒤집어져 놓여 있듯 산이 등을 돌리고 앉아 있다든지
주인을 제압하듯 산이 너무 크고 흉하다면 아예 없는 편이 낳겠습니다
생활풍수에서 안산은 마을 앞의 산만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앞집이 안산이 될 수도 있고 멀리 백화점을 안산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왼쪽에 흐르는 개천을 청룡으로
우측의 도로를 백호에 비유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이러한 비유들은 도시환경을 풍수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어 집니다
우리가 수시로 변하는 도시환경 속에서 좌 청룡이니 우 백호니 하면서
따지는 것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자연의 형태를 거부한 건물이나 도시환경이 오래 지속할 수 없듯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지향하는 전통풍수의 기본적 관점들은
아무리 복잡한 도시환경 속에서도 일관되게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이지요
이제는 이러한 전통풍수가 개인적 발복이나 비는
묘 자리 풍수에서 벗어나 어떻게 도시에서, 마을에서,상점에서,
우리집에서 활용되어져야 하는가를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