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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양역우
    ♤좋은글 2022. 11. 17. 19:46

    이양역우(以羊易牛)
    양으로 소를 바꾸다, 작은 것으로 큰 것을 대신하다. 
     
    보통 사람은 즐거운 마음으로 손해를 감수하는 일이 드물다. 모든 것을 주고도 아무렇지 않은 호인을 제외하고는 조그만 물건을 교환할 때도 이익이 되는 쪽을 택한다. 投桃報李(투도보리)라 하여 복숭아를 주고 자두를 받는다면 격에 맞다.
     
    모과를 선물했는데 구슬을 받았다면 投瓜得瓊(투과득경)은 받는 사람도 마냥 이득이라 생각하지 않고 속셈이 무엇인지 살필 것이다. 그런데 덩치가 작은 양을(以羊) 소 대신 바꾸었다면(易牛) 장사로 볼 때 큰 이익을 남긴 셈이다. 그런데 실제는 희생이 될 소를 애처롭게 생각하여 양으로 바꾸도록 한 고사에서 작은 것을 큰 것의 대용으로 했을 때 사용하는 성어가 됐다.
     
    ‘孟子(맹자)’의 梁惠王(양혜왕) 상편에 실린 내용을 먼저 보자. 齊(제)나라 宣王(선왕)이 맹자를 초청해 가르침을 받을 때 이야기다. 맹자가 신하에게서 들었다면서 왕께서 희생으로 끌려가는 소를 보고 애처로워 양으로 바꾸라고 한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새로운 종이 주조되면 희생물을 죽여 피를 바르는 釁鐘(흔종, 釁은 피칠할 흔) 의식을 치르는데 끌려가던 소가 눈물을 흘렸다. 아무 죄도 없이 사지로 끌려가는 것을 왕이 못 보겠다며 놓아주라 하고, 흔종을 ‘폐지하는 대신 양으로 소를 대체하라(何可廢也 以羊易之/ 하가폐야 이양역지)’고 한 명령이 사실인지 물었다.
     
    선왕이 그렇다고 답하자 맹자는 왕 노릇 하기에 충분하다고 칭찬한다. 일반 백성들은 큰 재물을 아끼기 위해서라 생각하더라도 사지로 끌려가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설명한다. ‘그것이 바로 인을 실천하는 방법이니, 소는 직접 보고 양은 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是乃仁術也 見牛未見羊也/ 시내인술야 견우미견양야).’
     
    애처로운 소의 모습을 보고 惻隱之心(측은지심)이 일어난 것이니 왕이 어진 마음을 갖고 백성을 아끼는 정치를 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양은 도살될 때 눈물을 흘리는지 알 수 없어 본 것과 보지 못한 것이 생사를 가른 셈이다.
     
    맹자가 소의 눈물만 측은하게 생각하고 보지 못한 양의 희생을 대수롭지 않게 본 것은 생명은 모두 같다고 주장하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겐 불만일 듯하다. 더군다나 군자는 짐승의 죽어가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애처롭게 우는 소리를 듣고서는 그 고기를 먹지 못해 주방을 멀리한다고 한 말은 더하다. 하지만 눈에 보이건 보이지 않건, 덩치가 크건 작건 생명을 유지하는데 自給自足(자급자족)은 할 수 없어 弱肉强食(약육강식)은 계속된다. 양을 소로 바꾸어 이득을 보면 흐뭇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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