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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파와 온양온천
    벽화이바구 2012. 3. 9. 07:04

     

    아득한 옛날 충청도 땅에 아주 가난한 절름발이 노파가 삼대독자 아들이 혼기를 맞게 되어 사방팔방으로 혼처를 구했으나 자리마다 고개를 저었다. 가문도 볼 것이 없고, 살림도 넉넉치 못한 데다 시어머니마저 절름발이이니 누구도 선뜻 딸을 내주려 하지 않았다.

    이러한 노파를 측은히 생각한 중매쟁이는 좀 모자라는 처녀라도 그냥 며느리로 맞자고 다짐을 받고는 아랫마을 김첨지 집으로 달려갔다. 그 집에는 코찡찡이 딸이 있었기에 말만 꺼내면 성사가 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한마디로 거절당하고, 팔을 제대로 못 쓰는 딸이 있는 황영감에게도 말을 넣어보았으나 매정하게 거절당했다. 이제 더이상 알아볼 곳이 없다는 중매쟁이의 말을 들은 노파는 서글프기 짝이 없었다.

    노파는 마지막으로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기로 결심하고 불편한 다리를 끌고 산사를 찾았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온 정성을 다해 불공드리기 백일째 되던 날 밤. 깜빡 잠이 든 노파 앞에 관세음보살이 나타났다.

    '쯧쯧… 정성은 지극하나 순서가 틀렸으니 이 일을 어이할까.'

    '아들이 장가를 못 드는 까닭을 모르지는 않을 터인데….'
    '그야 어미 된 제가 한쪽 발을 못 쓰는 탓이옵니다.'
    '그렇다면 먼저 자네의 두 발을 온전히 쓰도록 빌어야 하지 않겠느냐?'
    꿈을 깬 노파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싶어 관세음보살이 일러준 대로 다시 불공을 시작했다.

    '관세음보살. 제발 이 몸의 다리를 고쳐 주옵소서.' 다시 백일째 되는 날 밤. 난데없이 허공에서 우렁차고 경건한 목소리가 울려 왔다. '내 그대의 정성에 감복하여 그대의 소원을 들어주리라. 내일 들판에 다리를 절름거리는 학 한 마리가 날아와 앉을 터인즉 그 모양을 잘 살펴보면 다리 고치는 비법을 알게 되리라.'

    이튿날 저녁나절이 기울 무렵, 하얀 학 한 마리가 훨훨 날아와 논 가운데 앉았는데 정말 한 다리를 절름거리고 있었다. 그 학은 이상하게도 앉은 자리 근처를 뱅글뱅글 돌면서 껑충껑충 뛰고 있었다. 그렇게 하기를 사흘. 학은 언제 다리를 절름거렸냐는 듯 두 발로 뚜벅뚜벅 걷더니 힘껏 땅을 박차고 하늘로 치솟아 훨훨 날아가 버렸다. 이 모양을 지켜보던 노파는 하도 신기해서 급히 학이 뛰며 뱅글거리던 논둑으로 달려갔다. 논에서는 물이 펄펄 끓고 있었다. 괴이하게 생각한 노파는 발을 물 속에 담궈 보았다.

     '아 뜨거! 옳지 이 물에 발을 담그면 낫는 모양이구나.'

    노파는 뜨거운 물에 발을 담근 채 이를 악물었다.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몸이 시원해지기 시작했다. 노파는 신이 나서 열심히 발을 담그었다. 그렇게 열흘째 되던 날 신통하게도 노파의 절룩거리던 발은 씻은듯이 완쾌됐다. 노파는 기뻐 아들을 부둥켜안고 덩싱덩실 춤을 추며 울었다.

    마을에선 부처님의 가피를 받은 집이라 하여 혼인 말이 빗발치듯 했고 그 아들은 예쁘고 가문 좋은 색시를 맞아 어머니를 모시고 잘살았다. 그 소문이 널리 퍼지자 뜨거운 물에 병을 고치기 위해 사람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이곳이 바로 오늘날의 온양온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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