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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살맞은 지장보살
    벽화이바구 2012. 3. 7. 06:48

     

     

    영산인 보개산 중턱에 돌배나무가 하나 있었다.
    어느 해에 가지가 휘도록 돌배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 때 까마귀가 날아와 배를 맛있게 쪼아먹기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좀더 커 보이는 돌배가 있는 옆 가지로 가려고 펄쩍 뛰었다. 그 바람에 배 하나가 뚝 떨어져 바로 나무 아래서 또아리를 틀고 있던 독사의 머리통을 정면으로 쳤다.

    영문도 모르고 갑자기 얻어맞은 독사는 눈에 불을 켜고 위를 올려다 보았다. 거기에는 까마귀라는 놈이 정신없이 배를 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화가 치민 독사는 머리를 쭉 뻗어 올려, 힘을 다하여 독을 뿜어대었다. 독기가 까마귀의 깃털 속까지 스며들어 서서히 퍼지기 시작하였다. 까마귀는 점점 힘이 빠지고 몸이 저려 마침내 독사 앞에 뚝 떨어졌다. 그러자 독사가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배를 떨구어 나를 쳤으니 네놈은 죽어도 싸다."
    그 때 까마귀는 꺼져 가는 의식을 간신히 붙들고 애원하였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배가 떨어져 그리 된 것이니 용서하시오." 그러나 독사는 사정없이 까마귀의 목을 물어 버렸다. 까마귀는 일부러 싸움을 건 것도 아닌데 목숨을 모질게 빼앗은 독사에게 복수할 것을 다짐하면서 죽었다.

    이윽고 독사도 사력을 다하여 독을 뿜어낸지라 얼마 못 가서 죽었다.
    이렇게 까마귀와 독사의 숙명적인 싸움이 시작되었다. 독사는 죽어서 산돼지가 되고 까마귀는 까투리로 태어났다. 어느날 산돼지는 절벽의 둥지에 알을 낳는 까투리를 발견하였다. 돼지는 까투리가 전생의 원수인 까마귀인 것을 알아보고 절벽 위로 올라가 "야 원수놈아, 네가 까투리가 되면 내가 모를 줄 알았더냐."고 하며 돌을 굴려 내렸다. 까투리는 한을 품은 채 돌에 맞아 죽고 말았다.

    이 때 인근 마을에 살던 사냥꾼의 우두머리가 사냥을 나갔다가 이러한 현장을 보게 되었다. 그는 산돼지를 급히 쫓았으나 잡지 못하고 까투리를 가져다가 부인과 함께 구워 먹었다. 그런데 그후로 부인에게 태기가 있었고, 달이 차자 튼튼한 사내아기를 낳았다. 아이는 무럭무럭 잘 자랐다.

    그 아이가 바로 이순석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아버지에게 사냥하는 법을 배워 훌륭한 사냥꾼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까투리는 절대로 잡지 않고 꼭 산돼지만을 쫓아다니는, 이상한 사냥꾼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황금색을 띤 커다란 산돼지를 발견하고서 화살을 쏘았다. 화살은 분명히 황금돼지의 왼쪽 어깻죽지에 박혔다. 산돼지는 화살을 달고 피를 흘리면서 환희봉 쪽으로 달아났다.

    사냥꾼은 돼지를 쫓아 부지런히 달렸으나 계곡에 이르러 돼지의 행방을 잃고 말았다. 그는 돼지가 흘린 피를 따라서 연못 속을 살피었다. 그랬더니 거기엔 어깨에 화살이 꽂힌 지장보살상이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그는 짚히는 바가 있어 합장을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 때 부드러운 음성이 들렸다. "악연은 악업을 낳고, 그 악업이 다시 악연을 만든다. 자비와 용서만이 악연과 악업을 끊는다." 그 순간 사냥꾼은 까마귀와 독사 사이에 우연히 시작된 싸움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 사연, 또 계속되는 악연을 끊기 위해 지장보살이 산돼지로 변신해서 이적을 보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크게 깨달은 바가 있어 동생 순득과 함께 출가하여 숲 속의 돌을 모아 석대를 쌓고 그 위에 앉아 정진하였다. 그리고 3백여 명의 사냥꾼들을 제도하였으며, 마침내 인생윤회의 이치를 깨달았다. 또 암자를 지어 석대암이라 하고 거기에 지장보살상을 모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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