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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대로 해도 안 되고, 참아도 안 되고..법륜스님 즉문즉설 2012. 2. 15. 06:52
문
저는 어렸을 때부터 마음대로 한 번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할머니한테서 귀여움을 많이 받고 살았기 때문에, 맘대로 했다간 사랑을 빼앗길 거 같아서
마음대로 못 하고 할머니가 원하는 대로 착하고 순한 아이로 자랐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는 부모님과 함께 살았는데 아버지는 아주 폭력적이고 무서워서
또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눈치보며 살았고, 어머니 또한 무서워서 마음대로 못했습니다.
같이 산 여동생 두 명도 성격이 만만치 않아서 힘으로도 말로도 모두 지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힘있는 사람만 보면 싸우고 싶고, 이기고 싶은 심리적 특성이 있다는 것을
깨달음의 장에 다녀오고 알았습니다. 그런데 나눔의 장에 갔더니
내가 마음대로 표현해도 아무도 저지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원래 모든 것에 대해서 마음에 드는 것보다 마음에 안 드는 것이 많았는데
이제는 마음에 안 들면 참기 싫어지고 아이도 보기 싫어지고
그냥 편하게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뿐입니다.
그런데 막상 자유롭고 편안하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정토회에 마음을 두고 위안받으며 살았는데, 이제는 정토회도 위안이 되지 않습니다.
무서운 것이 없어지니 마음이 편하고 좋아야 하는데, 오히려 불행하게 느껴집니다.
지금 제가 그래도 무서운 사람이 있다면 스님이 무섭습니다. (폭소)
지금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답
첫째, 아주 잘 했어요. 솔직하게 드러낸 건 잘 한 거고.. 그런데,
마음대로 못 했기 때문에 마음대로 하고 싶다.. 이렇게 말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 반대로) 마음대로 하고 싶기 때문에,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내가 마음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으면, '이 상황이 나를 마음대로 못하게 한다' 하는 의식이 안 일어납니다.
본인이 어려서부터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려는 의식이 너무 강하다보니까
그게 할머니하고 부딪치고, 아버지 어머니 형제들하고도 부딪치는 겁니다.
할머니가 강하고 아버지가 강하고 형제들이 강해서, 내가 맘대로 못한 게 아니고
내가 맘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해서, 할머니 아버지 형제들하고도 부딪치고
애하고도 부딪치고.. 이젠 정토회하고도 부딪치는 겁니다.
이런 욕구를 계속 가지고 있으면, 내 아이도 그 까르마를 넘겨 받아 그렇게 돼서
자라면서 점점 저항이 커지고.. 나중에 뭐 뛰쳐나가든지 그런 문제가 생길 겁니다.
그리고 그 아이가 또 아이를 낳으면, 또 그런 문제가 반복될 것입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또 그 콩 심은 데 또 콩이 나오고..
까르마(업식)도 그렇게 반복이 됩니다.
그럼 자기가 살아봤는데.. 하고 싶은 업식이 강한 이것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를 행복하게 했던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행복했다면 그냥 그렇게 사세요.
이렇게 끊임없이 내 하고 싶은 욕구를 움켜쥐고 사는 게
나에게나 자식에게나 과연 행복한 것인가?
어려서부터 할머니, 부모, 형제 눈치보고 사는 게 행복했나?
남편 눈치보면서 사는 게 행복했나?
이젠 애하고까지 싸우면서 사는 게 행복인가?
뭐 그렇다면 그렇게 살아도 되지만, 만약에 아니라면
나 자신을 위해서도 바꿔야 하고, 무엇보다도 내 아이를 위해서..
내 아이가 나처럼 그렇게 억압받았다가 저항했다가 하면서 살면 되겠는가..
에너지를 항상 좀 긍정적으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안 쓰고
늘 에너지를 '내 하고 싶은 대로 하나 못하나?' 억압받았다가 저항했다가..
이렇게 에너지를 쓰는 게 과연 좋은가.. 본인은 지금 어때요?(불행하죠..)
속이 시원했다며? 정토회도 안 나오고 지 맘대로 하니까..
(예, 저번 주까지는.. 이제 정토회도 다 때려치고 다 그만두려고 마음먹었는데..)
쥐가 쥐약을 먹을 때는, 먹고 싶은 걸 참다 참다..
칵 먹을 땐 속이 시원해.. 좀 있다가 배가 아파서 그렇지.. ㅎㅎ
그러니까 이런 기질이 바뀐 거 같지만 안 바뀌었습니다.
내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그 생각을 버려야 해.
그런데 지금 어떠냐 하면.. 하고 싶은 이 맘은 강한데, 이걸 억압을 했다 이 말예요.
억압을 했기 때문에 이게 더 커졌지 작아진 게 아녜요.
그래서 이 생각 자체를 버려야 합니다. 억압할 게 아니라..
이 생각을 움켜쥐고 있을 땐 차라리 그냥 했던 게 더 낫다..
그래서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더 낫다' 그런 얘기 하는 것이고..
그러나 이건 근본적인 치유가 아녜요.
억압이 됐기 때문에 터지는 게 더 속이 시원하고 좋은데
근본적으론, '내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한다'는 이 생각을 버려야 근본적으로 치유가 됩니다.
만약에.. 물이 부글부글 끓는데 이게 넘치지 않게 하려고 솥뚜껑 위에 계속 돌을 갖다 누르면
조금 괜찮은 거 같고, 조금 괜찮은 거 같고 그렇지만.. 갈수록 압력이 커져 나중엔 결국 폭발하고 맙니다.
그래서 뚜껑을 열어 김을 좀 빼고, 뚜껑을 열어 김을 좀 빼고..
이러면 이제 괜찮은 거 같지만, 그래도 그건 끝이 안 나요.
문제는 밑에 때는 불을 꺼야 합니다.
때는 불이 뭐냐? 내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는 그 생각입니다.
그래서 스님이 늘 법문하잖아요?첫째, 내 하고 싶은 대로 세상은 다 될 수가 없다..
둘째, 내 하고 싶은 대로 된다고 해서 꼭 좋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사람이 '내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러나 그것이 내 하고 싶은 대로 안 된다고 해서 불만을 가지면 안 된다..
길 가다가 어디 멋진 남자 있다고 가서 데이트를 하면 속이 시원하지만
그것이 후유증이 있나? 없나? 있지..그런 것처럼..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걸 억압하잖아? 본인은.. 꾹 참는단 말예요.
그걸 참으니까.. 참다가.. 내가 이렇게 살 필요 뭐 있나?
까짓 거.. 좋은 남자 있으면 연애도 한 번 해보고 살지..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남편 눈치만 보고 살 필요 있나?
본인 생각이 자꾸 이렇게 간단 말예요. 참다가 보니까..
그게 아니라.. 참는 게 아니라.. 이런 마음이 일어나는 걸 지켜보고
하나의 욕구일 뿐임을 알고.. 참지 말고.. 그것이 사라지도록..
이렇게 공부를 해야 합니다.
나눔의 장에 가서 억압하고 말 못했던 걸 확 드러내 놓으니 속이 시원하구나..
이걸 공부라고 알면, 이건 공부가 아녜요.
드러내 놓고 보니까, '아 나에게 이렇게 억압된 마음이 있었구나..
이것이 나의 모습이었구나.. 그래서 그렇게 불만이 많았구나..'
그 실체를 보라는 겁니다. 자기 상태를 점검하고..
그러면 이제 여기서 더 나아가서, 이런 마음이 일어날 때,
아.. 이런 욕구가 일어나는데.. 그걸 따라가도 과보가 따르고
눌러도 어때요? 나를 괴롭히고..
그러니까 이걸 다만 알아차리고.. 지켜보고.. 내려놓고..
이런 것이 공부입니다.
본인은 지금 내리누르거나 폭발하거나.. 두 가지밖에 안 살아왔잖아?
그것을 늘 알아차리고 내려놓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이렇게 자꾸 참고, 참고, 참다가 잘못되면.. 이제 머리가 헤까닥해지면..
'굳이 이래 참으면서 살 거 뭐 있나? 까짓 거 확.. 한 번 해 버리고 살지!'
이런 생각이 자꾸 내부에서 일어납니다.
그러면 이제 애도 나중에.. '내가 뭐 이래 참을 거 뭐 있나?' 이렇게 됩니다.
그래서 자식이 부모를 폭행하고.. 뭐 그런 일이 생기는 겁니다.
애가 부모를 폭행할 때, 애는 많이 참았을까? 조금 참았을까? 엄청나게 참았어요.
아내가 남편을 칼로 찌를 때는 아내가 많이 참았을까? 조금 참았을까? 엄청나게 참았어요.
참다가 참다가.. 더 이상 못 참으면 터지는 거예요.
우리가 얼른 볼 때는 그저 '나쁜 놈이다, 파렴치하다' 그러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 사람이 엄청나게 참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기는 겁니다.
애도 그렇게.. 참다 참다 못 참으면 터지는 거예요.
그래서 기도는..
'부처님.. 성질 버리겠습니다' 이렇게 기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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