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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벌써 귀가 솔깃해진 분 많지요?
이건 제가 겪은 실화인데요.... 전달이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한 번 이야기를 전개해 보기로 합니다.
음~~~
좀 된 이야기인데요.
어느날 어떤 아저씨에게 저의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어요.
"아.... 죄송하지만 거기 어디시죠?"
저야 워낙 심성이 곱다 보니까 묻는대로 대답을 해주죠.
"예,.. 여기는 어떤 어떤 사무실인데요?"
그러면 잠시 뜸을 돌리다가 끊어버립니다.
세상에 온갖 별종들이 많기에
그러려니하고 마음에 두지 않았죠.
근데 그게 아니더라니까요?
다음날 또 전화가 왔네요.
아주 점잖은 분 목소리고 나이는 50대 정도 되었겠더라구요.
"미안합니다만... 거기 지역은 어딥니까?"
"혹시 혼자 사시는 분이신지요?"
처음에 별 생각없이 곧이 곧대로 대답을 해주다가....
아무래도 이상한 생각이 들더군요.
워낙 험한 세상이라 덜컥 무서운 생각도 들고요......
그렇게 며칠 뜸하다가는 또 전화가 오고....
또 잊을만하면 다시 오고 그러길 여남 날은 된 것 같습니다.
기분은 나빴지만 워낙 예의가 바르고 목소리도 단정했죠.
그래도 저는 화가 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벌써 며칠째 그 사람의 전화로 시달렸으니까요.
사생활을 경찰취조하듯 꼬치꼬치 묻고 말이죠.
그러던 어느날 결국은 화를 냈습니다.
그리고 정식으로 항의를 하였죠.
자꾸 이렇게 괴롭히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구요.
그랬더니만 이 사람 당장 하는 말이.......
"우리 집사람과는 언제부터 만났죠?" 이러는게 아닙니까?
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아닌 밤에 홍두깨라도 유분수지 그게 무슨 말이냐구요.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짝이 있는 남의 여자랑 만나 본적이 없는데요.
진짜거든요.
억울한 게 아니라 기분이 너무 나쁘더군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자꾸 전화를 해대더니
느닷없이 자기 아내와 언제부터 사귀었나고 따져오니 말입니다.
기가 찰 노릇이었죠.
그래서 급기야는 전화상으로 싸움이 벌어지고 말았네요.
애그~ 암탉 한마리 두고 숫놈 두 마리 싸우는 꼴이라곤~~~~
몇 번의 고성이 오가고 난 후
저는 지금 당장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분명히 밝히고 전화를 끊었죠.
그러고선 일 이 분이 지난 후 이 사람 다시 전화를 하대요?
아까와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로요.
이제는 아주 달래기 전법으로 전략을 바꾸었더군요
화를 내서 미안하다고....
실은 같이 이야기 하고 싶어서 전화했다면서
그냥 서로 얼굴 붉히지말고 남자대 남자로 대화를 하자고.....
저는 줄곧 기분은 나쁘고 불길한 예감도 들곤 했지만
왠지 그사람이 사실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고 느껴졌는데
하여간 우선 그렇게 하자고 할 말이 있으면 해보라고 했죠.
이 아저씨 이야기는 대충 이랬습니다.
아내의 태도가 얼마전부터 좀 이상해졌다네요.
외박까지는 않지만 늦게 들어올 때가 많고
아이를 잘 챙겨주지 않구요.
자기에서 소원히 대하고....
자꾸 며칠 여행을 가고 싶다고 어디론가 떠나려고 하구요.....
그래서 아내를 미행해 보기까지 했다는데
별 다른 증거를 잡질 못했다는 겁니다. 내참~~
그러던 중 결국은 집 전화 통화내역서를 떼봤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놀랍게도 통화내역서에는
저의 핸드폰 번호로 거의 도배가 되어있다시피 하더라는 것이었어요.
낭패도 이런 낭패가 어디 있겠습니까?
제 입장에서는 그 남자도 그 여자도 전혀 누군지도 모르는데
통화내역에는 제 행드폰 번호로 가득차 있었으니까요.
몇 월 몇 일 몇 시 몇 분에서 몇 분동안 통화했는지
대충 줄줄줄 읽어주기까지 하더라구요.
참 별일 다 있죠?
진짜 불륜이라도 저지르고 그런 수모를 당하면 그도 그렇다하겠지만
도대체 생판 듣도 보도 못한 여자집 전화통화내역에
제 핸폰과의 통화가 그렇게 소복히 쌓여있었다니 말입니다.
이 정도 되면 여러분은 어쩌시겠어요?
어떤 날은 저와 1시간 정도를 통화한 적도 있구요.
심야에 아주 장시간 통화를 한 적도 있다고 하더라구요.
매일 두 세 통 많은 때는 열 통화도 넘게 했다는 게 다 나와있다고 하니
그 사람 입장에서는 제가 확실한 아내의 남자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러나 자기는 저를 원망하거나 욕하거나 하려고 전화한 게 아니라고 말을 하더군요.
그냥 사실을 알고 싶다고... 솔직히 말만 해주면
조용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만나지 않고 통화로만 사귀어 온 것일 수도 있고
학창시절 동창이면 꼭 나쁜 관계라 아니더라도 전화 통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구...
별의 별 감언이설을 다 동원하여 저의 자백을 유도하더군요.
그렇게 증거가 확실한데 제가 할 말이 더 이상 뭐가 있겠나요?
저는 뭐가 어떻게 됬든 당신 아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통화 한 적도 없으니
당신 말대로 다툴 필요도 없고 경찰에 가서 모든 걸 밝히자고 말 할 수 밖엔 없더군요.
그렇게 옥신각신하길 또 이 삼일을 보냈는데
아.......... 드디어 그 전모가 밝혀질 확실한 실마리가 발견되었죠.
참 세상에 별 일이 다 있더라구요.
이 사람이 다시 저한테 전화를 걸어서
여전히 자백을 회유하면서.....
자신의 사회적인 지위와 부까지 은근히 과시를 하더군요.
이 정도에서 물러나 주면 없던 일로 하고
사례도 얼마든지 하겠다나요?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줄 건지 물어볼 걸 그랬다 싶더라구요. 피
그 사람은 제가 자기 아내와 연인이라고 100% 믿고 있으니까
그 사람 입장에선 당연한 거죠? 통화내역에 다 나와있으니까....
그 사람은 그 날도 통화내역서를 죽 읽어주었는데
저 핸드폰과의 통화가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많은 어떤 핸폰번호도 있는데
거기는 전화해보니까 여자더라고 하더군요.
응? 여자??
바로 그 때였습니다...................짠~~~
제 귀에 번쩍 뭔가 이상한 말이 짜릿하게 자극을 하는데
그건 그 전화통화내역에 제 핸폰번호 다음으로 많다는 핸드폰 번호였습니다.
응?? 뭐라구요? 그 전화번호 다시 한 번 더 불러 보세요라고
제가 다급하게 이야기했죠.
와~~ 아니나 다를까~~ 정말 그랬습니다.
그 사람이 불러준 그 핸드폰 번호는 바로 제 아내의 핸드폰 번호였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정말 해깔리죠?
여기서 사건의 전모는 백일하에 모두 드러났지요.
어떻게 된 일이냐구요?
그러니까 이 사람이 떼어봤다는 통화내역서는
자기집 통화내역서가 아니라 우리집 통화내역서였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 사람네 전화번호와 우리 전화번호가 꼭 같았던 것이죠.
단지 지역번호만 다를 뿐.........
그사람은 뭘 어떻게 잘못하여
우리집 전화번호인 031-123-1234의 통화내역서를 뗐던 것입니다.
자기집 전화번호는 02-123-1234인데 말이죠.
휴~~
그러니 그 집 통화내역엔 저하고 우리 아내와의 통화내역이 제일 많을 수 밖에요
그래서 이 사람은 저와 아내에게 전화를 해봤고
아내는 여자 목소리였으니 예선 탈락시키고
저를 완전 자기 아내의 애인으로 확신을 했던 것이지요.
정말 한숨이 났습니다.
저의 누명이 벗겨진 건 별 것도 아니죠.
엄연히 아닌 사실을 그 사람이 잘못 알고 있던 것에 불과하니까요.
그보다 그 사람의 입장이 참으로 안됬더라구요.
막말로 얼마나 넘사스러웠을까요?
자기 말 맞다나 사회적인 위치도 있다는 사람이 참내~
전화국에서 02를 031로 잘못 떼주었는지 어쨌는지 원~~~
그 사람 왈 "정말 죄송합니다. 명목없네요....."
그런데요......
이 한심한 자슥~~ 이라고 욕할 순 없더라구요.
전혀 원망이 안나오구요.
너무 너무 안됬다는 생각이 앞서더군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기도 했구요...
오죽했으면 거의 한달간 저와 실갱이를 벌이며
구슬러도 보고, 협박도 하고 그랬을까요?
사실 그러면서도 이 사람...
지킬 예의는 참 똑바로 지키긴 한다고 여겨졌거든요.
목소리도 아주 점잖구요........
그 사람은 저의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요?
자신의 아내와 불륜을 저지른 남자의 목소리.....
아내와 밤늦도록 전화로 사랑을 속삭이던 그 목소리였죠.
참으로 싸늘하고 처절했겠죠?
지나고 나니 그 사람의 심정을 고스란히 다 이해하겠더라구요.
처음에 조금씩 조심스럽게 전화하던 일부터
강하게 밀어 붙여도 보고....
남자대 남자로 터놓고 이야기하자고 회유하기도 하구요...
고소하겠다고 위협도 하구요......
자기 자신도 다른 남자의 여자를 사랑할 수도 있는거라고
모든 것을 이해하겠다고 아주 관용을 베풀기도 했구요........
정말 정말 얼마나 속이 타들어갔을까요?
모르긴 해도 그 통화내역서에 있는 전화번호 모두 다 전화를 걸어보진 않았을까요?
그 때 우리가 서울에서 안산으로 막 이사를 온 무렵이었는데
일 터 이전문제가 해결이 잘 안되어
서울집 안산집 두 집 살림을 잠시 했거든요.
저는 서울에 있고 아내는 먼저 안산에 와 있으면서
유달리 전화통화를 많이 하긴 했었죠.
그래서 새벽에 통화한 적도 있고 뭐 하루에 10통화 이상도 햇고
뭐 등등 그 사람 말이 그대로 다 맞는거죠.
정말 이건 사람 할 일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랑이 아름답다는 것은 그것이 순수한 기쁨이 되었을 때 한하는 말이 아닐까요?
아무리 근원이 깨끗한 마음에서 우러난 연정이라 할지라도
그것으로 인해 다른 한 상대방이 상처를 받는다면
그건 이미 사랑으로서의 가치는 없다고 봐야하지 않을까요?
솔직히 저 녀석 아내 정말 예쁘다~~ 이런 생각 들 때도 많죠.
그리고 주변 아줌마들 중에서도 호감 가는 분들도 가끔 있구요.
이러다 오늘 밑천 다 드러나겠네요?
하지만..... 저는 불륜은 그 사람의 아내와 해본
그 간접불륜 꼭 한번으로 만족하기로 했답니다.
사랑은 만인을 공히 기쁘게 할 때만 사랑으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지
그 누군가를 희생시키고 그 누군가는 도태시켜야 하는 것이라면
그건 이름만 사랑일 뿐 실상은 불장난일 뿐이란 것이지요.
그나저나 불륜을 그렇게라도 한 번 경험해봤네요.
그 사람 아내 한 번 보고 싶더라구요.
아름다운 별빛 고요히 떨어지는 밤 늦도록
황홀한 꽃잎 이야기로 밤을 지새던 그 여인은....
얼마나 예쁜 여인일까요?
그 후의 일은 어떻게 되었는지 전혀 모른답니다.
그 사람 저의 뒤를 캐느라 고생도 많이 했던데.....
혹시 제 카페도 아신다면 이 글 읽을 수도 있겠네요.
인간사 정말 복잡하지만 재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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