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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에게 극락왕생 표현은 좀 어색하다宗敎 단상 2012. 1. 4. 06:57
지관 큰스님께서 입적하셨습니다.
방송에서 그 소식을 전하면서 '극락왕생' 하시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재가자도 아니고 스님이시고, 더군다나 큰스님이신데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것은 좀 어색해 보였습니다.
스님들께서 돌아가시는 것을 '입적(入寂)하셨다' '원적(圓寂)하셨다' 라고 합니다.
이제 육신에서 벗어나 법신의 경지, 열반적정(涅槃寂靜)의 경지로 들어간다 해서 '입적'이라 하고
입적은 입열반(入涅槃)이라고도 하는데, 모든 고통을 벗어나 열반(Nirvana 니르바나)의 증과를 얻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열반의 경지는 극락보다 훨씬, 훠얼씬 수승한 경지입니다.
극락은 윤회에서는 빗겨 앉았으나, 아직 완전한 해탈의 경지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천당(천상)보다 좋은 것이 극락이라면, 극락보다 좋은 것이 열반입니다.
열반이야말로 구도의 최종 목표이며, 극락은 열반으로 가기 위한 준비일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행자로서, 구도의 길을 가시는.. 스님께서 돌아가시면
열반에 드시기를 기원한다는 뜻으로 '입적'이라는 표현을 하는 것이고
그 열반의 경지가 원만하고 완전하다는 뜻으로 '원적'이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입적이라는 표현을 하면서도, 극락왕생을 기원한다고 하는 것은..
물론 그 마음이야 충분히 이해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좀 어색하다고 생각합니다.
입적이라는 말을 그저 '죽음'이라는 뜻으로 확 축소한 것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이것은 마치, 박사가 되려는 사람 보고 학사학위를 받으라는 것과 같고
금메달 따려는 사람 보고 동메달 따라는 것과 같은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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