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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는 상대를 좋아하는데, 상대가 미워하면 다가가지 말아야 하나요?|
    법륜스님 즉문즉설 2011. 12. 21. 11:55

     

    [질문]
    저는 상대를 좋아하는데 상대가 저를 미워하면 그냥 다가가지 말아야 하나요? 


    [답변]
      입장을 바꾸어 놓고 생각해 보면 됩니다. 어떤 남자가 나를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나는 그 사람이 꼴도 보기 싫다고 합시다. 그런데 그 사람이 나에게 선물도 사주고, 나를 보기만 하면 껴안고 키스하려고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눈치 없이 다가오는 그 사람 때문에 나는 남의 눈도 신경 쓰이고 거북해져서 괴로워집니다. 이렇게 나는 좋아서 하는 행동이 상대를 괴롭히면 그걸 추행이라고 합니다. 좋으니까 종아리 좀 만져보고 싶다, 가슴 좀 만져보고 싶다, 포옹하고 싶다고 하지만 결과는 내가 좋아하는 상대를 괴롭히는 것입니다. 내가 좋은 마음으로 했든 나쁜 마음으로 했든 그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내가 좋아하더라도 상대가 싫어하면 안 하는 게 좋습니다. 내 욕구를 감당 못해 상대가 싫어하는데도 강제로 하면 사랑이 아니라 욕망이에요. 부처님은 욕망은 절제하고 버려야 한다고 가르치셨어요. 사랑은 더 많이 베푸는 건데 지금 하는 것은 상대를 괴롭히는 것이지 사랑이 아닙니다. 이것은 다가가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니라 행하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상대가 싫어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건 상대의 문제가 아니라 내 욕구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내 욕구를 어떻게 절제하느냐가 문제지 상대를 문제 삼으면 안 되지요. 남편이든 아내든, 연인이든, 자녀든, 부모든 다 마찬가지에요. 

     

      예를 들어, 여러분들은 자녀가 잘 되라고 얘기를 하지만 아이들은 잔소리라 그러잖아요. 아이들이 잔소리라고 하는 정도를 넘어설 때는 그 말은 안 하는 것보다 못하게 됩니다. 나는 걱정이 돼서 이야기하지만 이미 내 의도와는 관계없이 역효과가 나기 때문에 정말 자녀를 사랑한다면 잔소리를 안 해야 합니다. 그러면 아무 얘기도 안 해야 하느냐고들 하시는데 그런 얘기가 아니라 효과가 나도록 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효과가 나도록 이야기 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첫 번째는 아이가 엄마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마음이 들도록 살아야 합니다. 그러면 내가 말하는 것이 아이에게 효과가 있어요. 두 번째는 아이가 정말 어려워서 도움을 요청할 때 적절한 말을 하면 효과가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자꾸 아이를 붙들고 귀찮게 굴면 아이는 엄마에게 안 옵니다. 또 도움을 요청할 때 안 도와줘도 효과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지나치게 간섭해도 안 되고 무관심해도 안 돼요. 내 맘대로 하려다가 안 되니까 팽개치는 게 무관심이거든요. 애정을 갖고 지켜봐야 합니다. 지켜보다가 아이가 도움을 요청할 때 적절하게 도와줘야 합니다. 꼭 말로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에요. 말은 하지 않더라도 그걸 아이 편에서 알아차릴 수 있도록 얘기를 해야 도움이 됩니다. 

     

      여러분들은 자녀들에 대해서는 약간 냉정하다 할 만큼 애정을 줄여야 하고, 남에게는 필요 이상의 애정을 갖는다 할 만큼 관심을 더 가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자녀에 대해서는 사랑과 관심이 너무 넘치고, 타인에 대해서는 아예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타인에 대해서는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하고, 자녀에 대해서는 있는 마음도 조금 내려놓는 냉정함을 유지해야 균형점에 이르게 됩니다. 

     

      지금 질문하신 분은 “상대가 나를 미워하고 싫어하니까 그냥 내버려 둘까요?” 하셨는데, 자신은 상대가 좋아서 도와주고 싶지만 상대는 혼자서 해 보겠다고 하니까 지켜보셔야 합니다. 예를 들면 한 남자가 좋아하는 한 여자가 있어서 여자가 싫다는데도 자꾸 도와주려고 하고,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좋아해서 남자가 싫다는데도 가서 도와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그건 딴 마음이 있어서 그렇거나 아니면 어리석어서 그런 거예요. 사랑한다고 말 하지만 실은 자기감정에 빠져서 그래요. 이런 감정은 절제하고 지켜봐야 합니다. 정말 사랑한다면 적절한 도움이 필요할 때 그때 도와줘야 합니다. 그것이 사랑입니다. 자기에게 일어나는 감정을 억눌러서 도와주고 싶은 것도 자제하고 어느 정도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버리는 건 욕망이지 사랑이 아닙니다. 그래서 사랑에는 약간의 자기 아픔이 있는 것이지요. 

     

    제 얘기를 잘 귀담아 들으시고 자기 마음을 관찰하면서 그 분, 그 사람, 또는 아이하고 관계를 잘 갖기를 바랍니다.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주고 홀로 서려 하면 물러나 주는 자세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인간관계가 오래 갈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정진을 하시기 바랍니다. 정진을 하면 지혜가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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