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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 아래 첫 마을 까르갸 주민들의 하소연-청전스님
    ◑解憂所 2011. 11. 7. 07:03

     

    하늘 아래 첫 마을 까르갸 주민들의 하소연


     히말라야 산중 오지마을 중 까르갸란 동네에서 생긴 이야기다.
    마을 높이만 해도 해발 4150메타로 오고가기가 좀 힘들다. 이쪽에서 가자면 히말라야 주능선 5300메타의 싱고라 만년 설산 고개를 넘어 첫 동네가 바로 까르갸 마을이다

    . 조그마한 보리밭이 전부이고 거의 야크, 양, 염소를 생업으로 하는 유목민 마을이다. 아마 마을 호수는 30여 가구 정도 일게다.  필자가 그곳을 처음 간 것이 1991년 7월 보리대궁이 피어오를 때였다. 


      그쪽을 유난히 넘나들게 된 사연이란 그저 곰빠(절)가 있고 주민들의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이다. 작년에는 이제 이 방문길이 마지막임을 선언했다. 정말 이젠 힘이 들기도 하고 그 높은 설산 고개를 넘나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저녁에 주민 대표 몇 분이 찾아와 마을 숙원사업으로 마을 위쪽에 조그만 기도 법당을 한마음으로 만들었고 마지막 일로 불상을 모셔야 되는데 그 비용이 어렵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얘기였다.

    듣고 보니 이 황량한 산골 마을에서 불상 한 구 아니면 삼존불 정도를 모신다면 그들의 희망과 의지처가 되리라 생각하여 쉽게 허락 했다.

    합장하며 고맙다는 말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오늘 저녁에 주민들이 모여 어떤 불상을 조성할지 회의를 한 후 내일 아침에 다시 온단다.

     

     사실 필자는 우상 파괴주의자라 할까.

    출가 이후 어떤 불상을 조성하거나 만들어 절에 안치하는 일은 안한다.

    우선 그것은 불상일 뿐, 부처는 아니니까.

    단 종교적인 방편으로 법당에 불상을 모셔 지금 이 자리에서 현존하는 2600년 전의 부처님을 보며 또 가르침을 알아차릴 수 있음은 수긍한다.  그래서 불상을 조성 할 때 지극정성으로 신명을 바쳐 만들어 모시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요즘 불상은 그냥 공장에서 팍팍 찍어내는 상품화 된 제품일 뿐이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몇 천개를. 또 경제적인 이유로 중국에서 만든 수입품이라니, 신성하고 종교적이어야 될 불상도 완전 사고파는 한낱 상품으로 전락 되어버린 게 현실이란다.

     

     이튿날 아침, 주민 어른 분들이 몇 분이 아닌 온 동네사람이 다 몰려온다.

    어제 밤 의논했다는 결정을 듣는 순간, “아이고 이젠 나 죽었다.”를 외치게 되었다.

    사연인즉 마을 법당에 모실 불상이 부처님 한분이나 세분정도가 아닌 것이다.

     

     티벳  불교 전통에서 돌마 보살이 있는데 우리식의 관세음보살에 해당되며 민중의 가장 인기 있는 보살이다.

    사람 이름도 여성분들께 돌마라는 이름이 많기도 하다.

    그런데 이 불상을 모실 때는 꼭 21존의 불상을 모시는 게 전통인데 마을 주민들의 한결같은 소원이 자기 고을 기도 법당에 돌마 보살 스물 한분을 모시는 것을  소원으로 결정했으니 부디 그걸 도와달란다.

     

     어쩔거나. 이 척박한 산중 마을 주민들의 소원이라니. 그렇다고 내 경제력 운운하며 아니 된다고도 할 수 없고. 속으로 이거 수업료 단단히 물게 되네 하면서 당신들 의견을 따라 올 해 안에 해드릴 것을 선언 했다.


      오죽 했으면 나 같은 구닥다리 털뱅이 외국인 스님에게 부탁할건가.  또 이런 일로 산골 주민들이 행복하고 삶에 희망이 있다면 비용 이상의 가치가 될 거라며 스스로 위로를 했다.

    마을을 떠나올 땐 온 동네 마을 사람들이 때 묻은 하얀 카타(티벳 사람들이 인사로 쓰는 화환 대용의 긴 천)를 걸어준다.

     

     돌아오자마자 한 티벳 스님의 도움으로 겨울 전 첫눈이 내리기 전까지 21구의 불상을 델리의 불상 제작소에서 빚을 수가 있었다.

    바로 마날리 까지 운반, 마을 주민들이 말을 끌고 산을 넘어와 무사히 까르갸 마을 까지 운반 했단다. 

    마지막 그 곳의 관할 곰빠 스님들의 기도 점안으로 마을 법당에 돌마 스물 한분의 보살 존상을 모시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받았다.


     언제 다시 그 험하고 힘든 고개 넘어 그곳에 갈수 있을까. 부디 마을 주민들이 병 없이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어려움이 있다 해도 모신 부처님께 의지하여 다 극복하는 용기와 지혜를 빈다. 

    문명의 첨단 이기물 속에서 편리와 풍요, 물질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감사 할 줄 모르고 만족이 없으며 행복이 없기 쉬운 우리들, 그 외딴 하늘 아래 첫 마을 주민들의 삶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곁들이는 힘찬 사진은 1991년 7월에 싱고라 고개 넘어 도착하면서 촬영한 풍광이다. 그때 첨 찍은 사진을 여기서 써먹을 줄이야.  산중 마을의 맑은 기운을 느낄 수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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