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초등학교의 '은밀한 종교 강요'

서울시 은평구의 ○○초등학교에는 올 1학기부터 ‘○○어린이 암송상’이 생겼다. ‘남을 힘껏 돕는다’, ‘양심을 지킨다’ 등 10가지 다짐을 외우면 표창장 형식의 상을 받는다.

그러나 이 상을 받기 위해서는 10가지 다짐 외에 비공식적인 ‘11번째 다짐’을 해야 한다. 10개 다짐을 다 외운 학생들은 담임선생님 앞에서 암송을 한 뒤 교장실로 가서 다시 한 번 테스트를 받는다.

교장선생님은 그 자리에서 ‘○○어린이는 항상 하나님께 기도를 합니다’라는 11번째 항목을 따라 하게 한 뒤에 상을 준다.

상을 받은 아이들은 모두 이 11번째 항목을 외웠다. 5학년 박모(11)군은 “상장을 받으려면 ‘항상 기도한다’는 교장선생님의 말을 꼭 따라 해야 한다”고 했다.

이 학교 학부모들은 “탐탁지 않지만 교장과 관련된 일이라 불만을 꺼내기가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4학년 아이를 두고 있는 김모(35)씨는 “누가 봐도 기독교 강요다.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딸이 ‘나하고 상관없는 일인데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편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학교 내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지난달 4일 한 담임교사가 퇴근 전 직원회의 시간에 “한 사람의 교사로 말씀드린다. 교육법에 보면 공개적인 종교 강요는 할 수 없다”며 “하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다”고 교장에게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헌법과 교육기본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종교에 따른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김종서 교수는 “국·공립인 초등학교 교장이 특정 종교에 관한 내용으로 상을 주겠다고 하는 것은 종교 차별에 해당된다”며 “교육기본법 6조에서 보장하는 교육의 중립성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 이모(54) 교장은 “10개의 정식 항목에 들어 있지도 않고, 교장실에서 아이들을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 전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왜 한 가지가 더 있어요?’라고 물으면 ‘교장선생님은 이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으며 종교를 강요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1. 8. 9(화)[김수현 인턴기자 (서울대 경제학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