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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두를 배꼽 밑에 두고 관하라
    ◑解憂所 2011. 8. 7. 11:32

     

    화두를 배꼽 밑에 두고 관하라

    3백60 골절과 8만 4천의 털구멍을 한꺼번에 뭉쳐 한 개 의심덩어리를 만들어서 이 한 개의 무자(無字)를 참구(參究)하여 의심하되 주야로 공부하여 놓지 마라. 그러나 이 무자를 허무의 무(無)로 알려고도 하지 말며, 유무(有無)의 무로 알려고도 하지 말고, 마치 뜨거운 무쇠덩어리를 목구멍에 삼켜 넘긴 것같이 하여 삼킬 수도 없고 뱉을 수도 없이 하여 종전의 악지악각(惡知惡覺)을 탕진하고 오래오래 무르익게 하여 자연히 안팎이 한 조각을 이루어 나가면 벙어리가 꿈을 꾼 것처럼 다만 저 스스로만 앎이로다.

                                                                                                        - <무문관(無門關)>
    ‘부처님께서는 일체중생에게 불성이 있다고 하셨는데, 어째서 조주스님은 개에게는 불성이 없다고 하셨을까?’ 이렇게 의심해나가는 것이 무자화두이다. 여기서 ‘3백60골절과 8만4천의 털구멍을 한꺼번에 뭉치라’는 표현은 말 그대로 온몸으로 혼신을 다해서 화두를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즉 무자(無字)라는 조사관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온몸으로 의심덩어리를 지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는 몸조차 없는 듯 잊은 듯 ‘안팎이 한 조각을 이루어 나가도록’화두삼매에 드는 것이 올바른 방법일 것이다.

    본래 마음에는 일정한 방소(方所)가 없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 화두를 어느 한 자리에다 묶어 놓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위에서 가리키는 바와 같이 온몸으로 간절히 화두를 참구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다. 자칫하면 머리로 생각이 집중되어 상기병(上氣病)에 걸리기도 쉽고, 또는 호흡의 부조화상태에 이르러 격심한 가슴의 통증을 수반하기도 하는 것이다.

     

    일체처에 무심하게 되면

    차별경계 스스로 없어져


    그러므로 화두에 간절한 의심을 갖되 ‘머리’로 해서는 안 된다. 즉 화두를 ‘배꼽 밑에 두고 관하라’고 권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실제로 눈은 전방을 주시하고 있지만, 마음의 시선을 배에 두고 있는 것을 말한다. 즉 아랫배가 일어나고 사라짐을 느끼면서 화두를 참구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생각이 단전에 가 있게 되고, 생각이 단전에 가 머무는 그곳에서 알 수 없는 의심을 내어 ‘일체중생에게 불성이 있는데, 어째서 개에게는 불성이 없다고 하였을까?’하면 화두가 단전에 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머리로서만 ‘어째서 없다고 하였을까?’하면 기(氣)가 상승해 상기병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이 때 호흡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과 같이 복식호흡을 하면서 화두를 챙기다 보면 자연히 머리로써 사량 분별하지 않게 된다. 마음의 시선이 배에 가 있기 때문이다. 배는 분별치 않는 것이다. 더러 화두를 전방에 놓는다거나 혀끝에 놓는 것이 좋다는 주장도 있다. 화두를 어느 곳에 두는 것이 가장 좋은가는 참구하는 이가 실제로 활용해보고 선택할 일이다.

    아무튼 화두는 염하거나 머리로써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면 될 것이다. 번뇌 망상을 배에 맡기고 화두에 맡겨버리면 된다. 그러므로 일체 처에 무심하면, 차별경계가 스스로 없어지는 것이다. 화두에 모든 것을 맡겨버려 잡을 곳도 없고 재미도 없어서(沒巴鼻 無滋味-몰파비 무자미)뱃속이 고민할 때가 문득 이 좋은 시절인 것이다.

    월호스님 / 쌍계사 승가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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