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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우장
    #佛敎 2007. 11. 28. 10:15





    심우장 1  / 한용운

    잃은 소 없건마는
    찾을 손 우습도다.
    만일 잃을시 분명타 하면
    찾은들 지닐소냐.
    차라리 찾지 말면
    또 잃지나 않으리라.
    잃은 소 없건마는
    찾을 손 우습도다.
    만일 잃을시 분명타 하면
    찾은들 지닐소냐.
    차라리 찾지 말면
    또 잃지나 않으리라.
     
     
    심우장 2
     
    선(禪)은 선(禪)이라고 하면 선(禪)이 아니다.
    그러나 선(禪)이라고 하는 것을 떠나서 별로히 선(禪)이 없는 것이다.
    선(禪)이면서 선(禪)이 아니요.
    선(禪)이 아니면서 선(禪)인 것이 이른바 선(禪)이다.
    ......달빛이냐
    갈꽃이냐
    흰모래 위에 갈매기냐
     
     
     



     요시찰 인물이 되어 떠돌이의 신세를 면하지 못하던 한 용운. 나이 55세에야 비로소
    성북동 막바지에 집한칸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 집을 지을 때 남향으로 주춧돌을 놓으니
    "그건 안돼, 날더러 총독부를 바라보라는 모양인데 차라리 북향하는 것이 났겠어" 하며
    북향집 심우장을 지었다. 이곳 심우장은 일제 강점기동안에도 민족 혼을 간직한 조선의 땅이었다.
     
    손수 지은 이 택회의 심우(尋牛)는 소를 찾는다는 뜻이다. 소를 마음에 비유하여"마음자리
    바로 찾아 무상대도(無上大道)를 깨치기 위한 집이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만해는 비밀 결사인 만당(卍黨)의 영수로 추대되고 단채 신채호 선생의 애국지사
    묘비명을 썼으며 마포형무소에서 옥사한 독립운동의 선구자 일송 김 동삼선생의 시신을 업어다
    장례를 치르면서 뜨거운 눈물을 흘린 곳이기도 하다.
     
    일제의 황민화정책, 창씨개명운동, 조선인 학병 출정등을 반대하던 북향집 심우장이다.
    손수 심은 향나무 한 그루가 잘자라 오늘도 길손을 기다리고 있다. 
     
     
    확암의 십우송을 만해 한용운이 차운하다
     
    십우송은 사람의 수준에 따른 가르침으로 소 치는 일을 예를 든 것이다.
    처음에는 차차 마음이 밝아지는데서 시작하여 역량이 부족함을 나타내고,
    다음에는 마음이 순진한 경지에 이르러 근기가 점차 성숙해감을 표시하고,
    드디어 사람과 소의 구별이 보이지 않으메 이르러, 주관과 객관을 아울러 잊음을
    표방한 내용으로 수심견성(修心見成)의 차제(次第)를 비유한 것이다.
    송나라 확암선사의 십우송을 만해 한용운 선사가 차운한 시다.
     
    1. 심우(尋牛)
     
    원래 못 찾을 리 없긴 없어도
    산 속에 흰 구름이 이리 낄 줄이야
    다가서는 벼랑이라 발 못 붙인 채
    호랑이 용 울음에 몸을 떠느니
     
    2. 견적(見跡)
     
    여우니 삵괭이니 득실대는 산
    머리를 돌려 또 물으니 "이것이 무엇?"
    문득 보니 풀 헤치고 꽃 밟은 자취!
    다른 데 가 굳이 찾을 필요 있으리
     
     
    3. 견우(見牛)
     
    이제 꼭 그 소리를 들어야 하랴.
    푸른 풀밭 딛고 선 희고 희 모습!
    한 걸음을 안 옮긴 채 그를 보느니
    저 털 저 뿔 오늘에 됨은 아닐세.
     
     
    4. 득우(得牛)
     
    보고는 못 붙들까 애태웠듯이
    잃을세라 이 걱정 끊기 어려워...
    깨달으니 그 재갈 손에 있는데
    본디 같이 있은 듯함 이상도 해라
     
     
    5.목우(牧牛)
     
    기르고 길들이기 잊지 않음은
    행여나 옛 버릇 나 달아날세라.
    어느덧 굴레 씌워 끌지 않아도
    온갖 일 따르게 됨 신기하여라.
     
     
    6. 기우귀가(騎牛歸家)
     
    채찍질함도 없이 돌아가는 길
    안개 놀 끼었는들 상관 있으랴.
    긴 길가 그 많은 풀 먹어치울 제
    봄바람의 향기도 입에 씹히네
     
     
    7. 망우존인(忘友存人)
     
    빠른 걸음 소에 맡겨 산이며 물을
    달리느니 세월은 한가롭기만...
    도림을 휘돌던 일 잊고 난 뒤로
    간간이 창 밖으로 꿈은 달리네
     
     
    8.인우구망(人牛俱忘)
     
    색만이 공 아니라 공도 또한 공이기에
    막힘도 없으려니 통함인들 있을 줄이..
    하늘높이 빼어 든 칼 먼지 하나 못 앉거니
    천주에 조종 있음 그 어찌 용납하리
     
     
    9. 반우환원(返牛還源)
     
    삼영이라 육통이라 별 것 없거니
    소경인 양 벙어린 양 됨만이야 하랴.
    돌아보니 털도 뿔도 나지 않는 곳
    봄이라 활짝 핀 꽃 붉기도 한 빛!
     
     
    10.입전수수(入廛垂手)
     
    어디에나 마음대로 드나들면서
    울고 웃고 그 볼엔 흔적도 못내..
    괴로움의 바닷 속 언제인가는
    불길 중에 연꽃을 피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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