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값을 따지고,
아내는 상표를 따진다.
바깥 나들이를 할 때 어머니는 으레 긴 치마를 입고,
아내는 짧은 스커트를 입는다.
옷에 때가 묻고 더러워지면 어머니는 자주 손빨래를 하지만,
아내는 빨랫감 대다수를 전자동 세탁기에 맡긴다.
어머니는 빨랫방망이와 빨래판이 있으나,
아내에게는 없다.
어머니가 빨랫비누를 쓸 때
아내는 가루비누를 쓴다.
아침 출근 시간에 어머니는 "밥 먹자"하시고,
아내는 "식사하세요"한다.
어머니는 밥상을 차려 어떻게든 아침밥을 먹이려고 하고,
아내는 식탁 위에 샌드위치와 우유를 내놓을 때가 많다.
어머니가 "얘야, 사람은 밥을 먹어야지"하면,
아내는 "이 정도 열량이면 건강에 아무런 지장이 없대요"한다.
그럴 때면 배운 게 없는 어머니는 위축되고,
배운 게 많은 아내는 당당해진다.
어머니는 손주가 먹다 남긴 밥이며 국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지만,
아내는 아들이 먹다 남긴 밥과 국물을 미련없이 버린다.
설거지를 할 때 어머니는 수돗물을 받아서 하지만,
아내는 아예 처음부터 끝까지 수도꼭지를 틀어 놓고 한다.
기름기 많은 그릇을 씻을 때 어머니는 밀가루를 풀고,
아내는 합성세제를 사용한다.
아내가 방이며 거실이며 화장실에 켜놓은 불을
어머니가 하나씩 끄고 다니는 것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풍경 중의 하나다.
어머니는 아무리 급해도 김치를 손수 버무려 담그지만,
아내는 시간이 없을 때 슈퍼마켓에서 사서 먹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생신날에도 그냥 집에서 한끼 때우자 하고,
아내는 생일날이면 분위기 좋은 데 가서 외식을 하자고 한다.
어머니는 나이가 들어도 아들의 생일을 기억하고 있지만,
아내는 가끔 아이의 생일을 잊어버리고 넘어갈 때가 있다.
어머니는 아들의 생일에 밥을 고봉으로 푸지만,
아내는 아들의 생일이라고 해서 밥공이게 굳이 밥을 많이 푸지는 않는다.
어머니는 마당이 있는 집에서 상추를 가꾸며 살고 싶어하고,
아내는 아파트에서 분 재나 난을 바라보며 살고 싶어한다.
어머니는 방바닥에 요를 펴고 주무시는 게 편하지만,
아내는 언제나 시트가 깔려 있는 침대에 누워야 잠이 잘온다.
뜨거운 여름날, 어머니는 부채와 선풍기로 더위를 이기지만,
아내는 에어컨을 틀어야 여름을 견딜 수 있다.
어머니는 사과를 깎고 나면 씨방 부근에 남은 과육을 다 발라 드시지만,
아내는 껍질과 함께 그냥 버린다.
어머니는 갓난 손주에게 모유를 먹이는 게 어떻겠냐고 며느리에게 묻고,
아내는 모유를 먹이면 가슴이 바람 빠진 풍선처럼 된다면서 분유를 먹이자고
남편을 설득한다.
어머니는 장가 든 아들이 가슴 만지는 것을 싫어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가슴을 만져 주는 것을 좋아한다.
세월이 갈수록 어머니는 부끄러움이 많아지고,
아내는 점점 대담해지는 것이다.
어머니와 아내가 목욕탕에 갔을 때 우유 한 통을 두고도 생각의 차이가 드러난다.
어머니는 그 우유를 손주에게 먹이려고 하지만,
아내는 우유로 마사지를 하고 싶어한다.
어머니는 손주를 생각하지만,
아내는 남편을 생각하는 기특한 순간이다.
혹시 시간이 나거든 어머니의 옷장과 아내의 옷장을 각각 들여다보라.
어머니는 시집올 때 가지고 온 저고리를 장롱 밑바닥에 두고두고 보관하지만,
아내는 3년 전에 산 옷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어머니는 무엇이든 모아 두려고 하고,
아내는 필요없는 것은 버리려고 한다.
어머니의 반짇고리 속에는 크고 작은 단추가 수없이 많이 들어 있지만,
아내는 반짇고리 같은 것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사물의 명칭도 다르다. 일제 때 태어난 어머니는 '아까징끼'라 하고,
근대화의 세례를 받은 아내는 '머큐로크롬'이라 한다.
어머니가 '다꾸앙'이라고 부르는 것을
아내는 '단무지'라고 부른다.
어머니는 IMF를 '아앰프'라고 발음하고,
아내는 '아이엠에프'라고 발음한다.
어머니는 '시내 뻐스'라고 하고,
아내는 '시내 버스'라고 한다.
어머니는 '고르땡 바지'라 하고,
아내는'코르덴 바지'라고 한다.
어머니는 '빤스'라고 하고,
아내는 '팬티'라고 한다.
어머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누구보다 존경하지만,
아내는 그이를 독재자라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이미자와 설운도와 주현미를 좋아하고,
아내는 신승훈과 김종환과 노사연을 좋아한다.
어머니는 최무룡을 좋아하지만,
아내는 최민수를 좋아한다.
그럴 때면 우리 집안에 시집온 두 여인이 왜 이러나 싶을 때가 있다.
어머니는 주말연속극 '아씨'를 보며 울지만,
아내는 '모래시계'를 보고 운다.
텔레비전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를 볼 때도
어머니는 캡틴 박이 이경진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하시고,
아내는 그이보다는 박원숙하고 맺어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어머니는 신 김치를 좋아하지만,
아내는 금방 담근 김치를 좋아한다.
어머니는 인절미나 수수경단 같은 떡을 좋아하고,
아내는 생크림이 들어 있는 제과점 빵을 좋아한다.
어머니는 설탕을 많이 넣은 자판기형 커피를 좋아하고,
아내는 묽은 원두커피를 좋아한다.
어머니는 부적을 가지고 다니면 귀신이 달아난다고 믿고,
아내는 누런종이에 붉은글씨며 그림이 그려진
부적을 께름칙한 귀신같다고 생각한다
어머니는 사찰에 가면 꼭 엎드려 절을 올리는데,
아내는 대웅전의 건축 구조나 풍경 소리에 관심을 가진다.
어머니는 되도록 개고기를 먹지 말라 하시고,
아내는 남편이 보신탕 먹는 일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어머니는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할 줄 알지만,
아내는 가을날 피는 모든 꽃들을 들국화라 부른다.
어머니는 들에 피는 꽃이름을 많이 알고,
아내는 화원에서 파는 값비싼 꽃들의 이름을 많이 안다.
어머니는 "찔레꽃잎에 세 번 빗방울이 닿았으니 올해는 풍년이 들겠다"고 하는데,
아내는 "엘니뇨 현상 때문에 요즈음 비가 많이 오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한다.
어머니는 손주에게 친구들하고 싸우지 말고
싸우더라도 차라리 네가 한 대 더 맞는 게 낫다고 하지만,
아내는 싸울 때는 바보같이 맞지만 말고
너도 때려야 한다고 아이에게 가르친다.
그런데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 손주가 학교에서 같은 반 친구
한 명을 때렸다고 문득 집으로 전화가 온 날,
어머니는 은근히 좋아하시고
아내는 아이를 잡도리해야겠다며 벼르는 것이다.
어머니는 아이가 잠들기 전에 배가 고프지 않은지 묻고,
아내는 숙제를 다했는지 묻는다.
어머니는 다 큰 아들을 내 새끼, 내 새끼라고 말하는데,
아내는 그 어머니의 아들을 이 웬수, 저 웬수라고 부를 때도 있다.
어머니는 가는 세월을 무서워하고
아내는 오는 세월을 기다린다.
어머니는 며느리한테 자주 잔소리를 하시지만,
아내가 나한테 잔소리하는 것은 매우 듣기 싫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