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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지 않는 바이올린
    ♤좋은글 2008. 5. 6. 08:02



     

     

     

    울지 않는 바이올린

     

     

    남편의 친구가 어느 날 우리 집에 방문을 했다.
    그는 얼굴도 잘 생겼으며 건강해 보였고 모든 면에서 뛰어난 사람처럼 보였다.

    남편과 같이 있는 동안 아름다운 목소리로 시를 읊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매혹된 나는 "악기도 다룰 줄 아세요?" 하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악기요...?" 하더니 한참 무언가를 망설이던 그는 입을 열었다.
    "실은 바이올린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 되었지요"

    나는 왜 그만 두었냐고 물었다.
    "실은 결혼 당시 제 아내에게 바이올린을 켜주었을 때... 제 바이올린 솜씨가 형편없다고 말하진 않았지만... 자기는 바이올린을 정말 잘하는 사람을 몇 안다고 하더군요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있었죠"

    그 후로 그는 20년 동안 단 한번도 바이올린을 잡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 사람 같아 보이지 않던데... 자기 아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20년 동안이나 바이올린을 잡은 적이 없다고 생각하니 인간이란 참 상처받기 쉬운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의 남편도 얼마나 많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숨기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 그 사람은 노래를 아주 잘했다.

    그런데 그는 자기 집에서 편한 마음으로 노래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아이들도 싫어하고... 아내는 너무 시끄럽다고 한다고...
    나는 진정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듯 정감 있고 사랑이 넘치는 노래를 어째서 그 사람의 아내와 아이들은 들어주질 않는지 이상할 정도였다.

    설사 자기의 남편이 노래를 음정이 틀리게 부른다 해도 가슴에 사랑이 있다면 기꺼이 들어주고 만족해 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언젠가 쉬는 날 집에서 조그마한 의자 하나를 만들었다.
    값 비싸고 고급스런 의자와는 달랐지만 나는 그것이 나름대로 큰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 마음을 전해주는 방법은 그저 아무 말없이 그 의자에 앉아서 기뻐해주는 것이 전부였다.
    남편이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자랑 삼아 얘기할 때 그것이 다소 지루할지라도 조금은 감탄하며 들어주는 것 역시 그에 대한 작은 사랑이자 배려라고 생각해왔다.

    이렇듯 가정이란 별 것 아닌 작은 이야기도 자랑 삼아 나눌 수 있고 받아 드릴 수 있는 다정하고 관대한 곳 이어야 하지 않을까?

    "
    그렇게 볼품없고 조잡한 의자는 당신이나 앉아라"는 말로 남편을 외롭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

    그런 의미 없는 말들은 남편의 가슴에"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하나 더 보태는 거밖에 되지 않는다.

    그 사람이 돌아 간 후... 나의 남편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당신은 "울지 않는 바이올린"을 울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라고,,,
    내가 울지 않은 바이올린을 울게 해주었다는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계속 되는 한 내 마음 속에도 역시 울지 않는 바이올린이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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