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자격증'이 필요하다!
TV뉴스를 보면 가끔 아동을 학대하는 부모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모자이크 처리된 모습을 통해 자기변명을 한다. 내가 내 아이 사랑하는 방법이 이것인데 니네들이 뭐라고 간섭하느냐? 학대 받은 아이들의 모습이 영화 속 장면처럼 오버랩 된다. 뜨거운 다리미에 화상을 입은 아이, 날카로운 쇠고챙이로 찔린 아이, 밥도 제대로 먹이지 않고 굶어서 사람의 형상이 아니라 마치 빼빼로처럼 말라 비틀어져 차마 눈으로 보기가 괴로운 아이. TV화면을 통해 그 고통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는 한마디씩 내뱉는다.
아니, 사람의 탈을 쓰고 어쩜 저렇게 잔혹하지? 설마 저런 사람들이 정말 있을까?
그리고 손가락질한다. 저 사람들은 불량부모가 틀림없어! 그러나 우리는 우량부모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이 시점에서 우리의 모습을 냉정하게 한번 돌이켜 보자. 육체에 가하는 학대만 학대가 아니다. 아이들의 정신에 뜨거운 화상을 입히는 어른들의 말 한 마디! 아무 생각 없이 돌진하는 어른들의 거침없는 행동 하나! 그 모든 것이 아이들의 보드랍고 풋풋한 영혼에 닿으면 뜨거운 다리미가 되고 날카로운 쇠고챙이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지갑 속에 많은 것을 넣고 다닌다. 각종 카드와 운전면허증, 그리고 무슨 무슨 자격증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자격증'이 아닐까? 아이를 존중하고 지켜줘야 할 '최소한의 의무' 가 모든 부모들에게 있다. 그 의무를 지키지 않는 부모는 부모자격증이 없다. 한 부모자격증에도 등급이 있을 것이다.
초급반 - 무조건 1등을 좋아한다.
아이가 1등이라도 할 땐 박수치고 칭찬. 그러나 만약 꼴등을 했다면 아이를 잡을 듯 난리법석을 떤다. 성적에 목을 매다는 부모. 얼굴에 희노애락이 그대로 나타난다.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 흉보는 것은 다반사. 식탁에서의 대화는 주로 불평불만, 다른 사람 욕하는 것도 기본. 부부싸움은 밥 먹듯 자주 하는 1일 필수행사. 집안 분위기는 바람 잘날 없다. 모든 일은 부모 맘대로 결정하고 아이들은 까맣게 모른다. 부모들은 언제나 이마에 초가집, 기와집, 다세대 연립주택까지 지으며 인상을 찌푸린다.
중급반 - 애들로 하여금 스스로 공부하도록 약간의 자유를 준다.
공부하라고 말하기 보단 공부할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편. 성적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목매달진 않는다. 부부싸움도 아이들 앞에선 될수록 자제한다. 그러나 가금 다른 집 아이랑 비교해서 스트레스를 팍팍" 느끼게 한다.
고급반 - 아이들한테 공부하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
부모들이 솔선수범해서 TV를 끄고 손에 책을 붙들고 사는 편. 하루에 1시간 이상 아이들과 함께 대화한다. 주말이면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프로그램을 짠다. 무슨 일을 할 때 아이들 의견이 최우선이다. 뻑^하면 가족회의를 소집한다. 식탁에서는 남을 칭찬하고 감사정신을 생활화한다. 부모들이 입술에 웃음을 달고 산다.
학창시절로 돌아가 당신의 등급을 스스로 매겨 보라, 과연 당신은 초급반인가? 중급반인가? 혹은 고급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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