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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냥 가, 뛰지 말구. 다쳐
    ※잡동사니 2008. 1. 15. 07:18



     

     

     

    그냥 가, 뛰지 말구. 다쳐



    살다 보면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진한 감동을 주는 실화를 만납니다.

    서울 용산의 삼각지 뒷골목엔 달랑 식탁이 4 개뿐인 옛집이라는 허름한 국수 집이 있다.
    주인 할머니는 25 년을 한결같이 연탄불로 뭉근하게 멸치국물을 우려내 그 멸치 국물에 국수를 말아낸다
    .

    10
    년이 넘게 국수 값은 2,000원에 묶어놓고도 면은 얼마든지 달라는 대로 더 준다
    .
    년 전에 이 집이 SBS TV에 소개된 뒤, 나이 지긋한 남자가 담당 PD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

    전화를 걸어온 남자는 15 년 전 사기를 당해 재산을 들어먹자 아내까지 떠나버렸다
    .
    용산 역 앞을 배회하던 그는 식당들을 찾아 다니며 한끼를 구걸했다
    .
    음식점마다 쫓겨나기를 거듭하다 보니 독이 올랐다
    .
    휘발유를 뿌려 불질러 버리겠다고 마음 먹었다
    .

    할머니네 국수 집에까지 가게 된 사내는 자리부터 차지하고 앉았다
    .
    나온 국수를 허겁지겁 먹자 할머니가 그릇을 빼앗아갔다
    .
    그러더니 국수와 국물을 한 가득 다시 내줬다
    .
    두 그릇 치를 퍼 넣은 그는 냅다 도망쳤다
    .

    할머니가 쫓아 나오면서 뒤에 대고 소리쳤다.

    그냥 가, 뛰지 말구. 다쳐!”

    그 한 마디에 사내는 세상에 품은 증오를 버렸다.
    그 후, 파라과이로 이민 가서 꽤 큰 장사를 벌인다고 했다.
    단 한 사람이 베푼 작다면 작은 온정이 막다른 골목에 서 있던 한 사람을 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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