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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도 있는 집에 시집가려면 음식 백팔십수를 익혀야 했다.
    ※잡동사니 2008. 1. 7. 07:03
    법도 있는 집에 시집가려면 음식 백팔십수를 익혀야 했다.
     
    장 36가지, 김치 36가지, 젓갈 36가지, 죽 36가지, 그리고 떡 36가지, 합계 180가지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 해서 백팔십수다. 그래선지 계집아이는 어릴 적부터 그 음식 가지 이름을 타령조로 외우면서 철이 든다. 떡 타령을 들어 보자. ‘왔더니 가래떡/ 울려 놓고 웃기떡/ 정 들라 두텁떡/ 수절과부 정절떡/ 색시 속살 백설기/ 오이서리 기자떡/ 주눅 드나 오그랑떡/ 초승달이 달떡이지’ 하는 식으로 지방에 따라 달라진다.
     
    이 밖에도 떡 문화가 발달한 증거로 1년 열두 달 명절마다 떡을 달리 빚어 먹었다. 정월 보름에는 달떡이요, 이월 한식에는 송편이며, 삼월삼질 쑥떡이로다/사월 팔일에는 느티떡, 오월 단오에는 수리치떡, 유월 유두 밀전병이라/ 칠월칠석 수단이요, 팔월 가위 오려송편, 구월 구일 국화떡이라/ 시월 상달 무시로떡, 동짓달 동지에 새알심이, 섣달 그믐에 골무떡이로다.
     
    한국음식 가운데 떡만큼 주술(呪術)적 요인이 많은 음식도 드물 것이다. 연변지방에 가면 손님 밥상 복판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떡 한무럭이 올라 있게 마련이다. 주인과 손이 이 흰떡 한쪽을 끌어 떼어먹는 것으로 식사가 시작되는데 이것을 떡의 발생의 원초적 형태로 보는 학자도 있다. 흰떡을 끌어서 자른다는 인절미(引切米)라 일컬은 것도 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떡에는 서로를 붙게 하는 찰기가 있고 이를 더불어 먹음으로써 심정적으로 접착시킬 수 있을 것으로 알았다. 제사 때 반드시 떡이 오르게 된 것은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조령(祖靈)이나 신령(神靈)과의 접착제 구실을 하기 때문이요, 그 떡을 고루 돌려 먹었으니 동심일체를 다지는 떡은 정신 음식인 것이다.
     
    과거 보러 가는 서생이 내내 찰떡을 먹는 것이며 그 찰떡을 당산목에 붙이고 떠나는 것이 모두 방 붙기를 염원하는 급제 염원에서 비롯된 것이요, 그것이 지금 대학입시 교문에 나붙는 찰떡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첫 친정나들이에서 시집으로 돌아올 때 ‘입미 개떡’이라 하여 인절미 한석작 들려 보내는 관행도 그 떡으로 시집식구 며느리 욕하는 입을 봉하려는 것이 아니라 시집식구와 며느리 사이를 접착시키려는 염원에서다.
     
    우리나라 전통 떡 만들기와 떡 장인(匠人) 뽑기 등 떡에 얽힌 민속 재연 등으로 묻혀 있는 떡 문화의 발굴에도 마음을 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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