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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처님, 고추도 넣을까요?`|
    ◑解憂所 2012. 2. 23. 06:51

     

     

    우리 불가에서 먹지 말라는 게 몇가지 있습니다.

    우선 다른 생명을 죽여 그 몸을 먹지 말아야 합니다.

    또 육식은 아니더라도 금하는 게 있는데 이른바 오신채입니다.

    마늘, 파, 부추, 달래, 그리고 흥거..

    이런 것들은 몸과 마음에 자극성이 강해서

    마음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수행자에게 방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요 부처님, 여기에 고추도 넣어야 하지 않을까요?'

    요즘 우리나란 매운 맛에 대한 집착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습니다.

    김치도 매워지고, 찌개도 매워지고, 불닭은 말할 것도 없고, 갈비까지 점점 더 맵게 맵게.. 

    거의 중독성에 가까운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왜 오신채에 고추가 없을까요?

    '사실 부처님은 그때 고추가 뭔지 모르셨죠?'

    하기야 고추는 저 멕시코지방이 원산지고

    콜럼버스에 의해서 비로소 유럽과 아시아로 전해졌다니까..

    부처님 열반하시고 1500년 이상이나 지난 때였으니까..

    모르셨을 겁니다. 그래서 오신채에 없죠..

    아마 그때 있었다면 육신채가 됐을지도 모르죠.

     

    세월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쫓고 있습니다.

    노래와 춤은 점점 더 선정적인 분위기를 돋우고

    TV와 영화도 섹스와 폭력이 점점 더 심해지고

    게임도 그저 죽이고 부수고 깨고..

    더, 더, 더 자극적인 것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연예인들은 '섹시'라는 미명하에 노출경쟁을 자랑스러워 하고

    스포츠 용어는 전쟁용어 못지않게 과격하고 공격적이며

    아이들은 욕을 섞어대지 않으면 대화가 안 된다고 합니다.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까?

    사회가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돈만 아는 탐욕의 횡포는 더욱 노골화 되어 가고 있으며

    범죄는 점점 더 악랄하고 무자비하고 잔인해져가고 있습니다.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보고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듣고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먹으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은 점점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웬만한 것엔 만족할 줄 모릅니다. 웬만한 것엔 놀라지 않습니다.

    그 끝은 어디입니까?

     

    모기에 물려 가려울 때 거기가 가렵다고 해서

    자꾸 긁으면, 긁으면 긁을수록 점점 더 가렵습니다.

    벌겋게 되다가, 피가 나다가, 상처가 커져 곪아 들어갑니다.

    멈춰야 합니다. 자제해야 합니다.

     

    보이는 자극을 줄이기 어려우면

    들리는 자극을 줄이기 어려우면

    먹는 자극부터 줄여 나가야 합니다.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치 그물처럼, 하나를 당기면 다른 것도 따라옵니다.

    음식이 차분해지면 말도 차분해지고 행동도 차분해지고

    내가 차분해지면 가족이 차분해지고, 사회 분위기도 차분해지지 않을까요?

     

    매운 맛부터 진정시켜봅시다.

    내가 매운 맛을 더 찾으면, 그만큼 사회에 성폭행과 패륜과 폭력이 늘어나지만

    내가 매운 맛을 덜 찾으면, 그만큼 사회에 성폭행과 패륜과 폭력이 줄어든다는 생각으로

    나부터 매운 맛을 진정시켜봅시다.

    그것과 그것이 무슨 상관이냐고 묻지 마십시오.

    봄날의 소쩍새 울음이 가을에 국화꽃을 피운다 하지 않습니까?

    북경의 나비 날개짓이 미국에 태풍을 일으킨다 하지 않습니까?

    그러니 매운 맛부터 진정시켜봅시다.

    아니, 육신채라 생각하고 확 줄여봅시다.

     

    큰 소리를 줄이면 작은 속삭임도 들리듯이

    강렬한 매운 맛을 확 줄이면 이런저런 음식의 맛들이 살아날 겁니다.

    말초적인 쾌락의 자극을 확 줄이면 섬세하고 온유한 감정들이 살아날 겁니다.

    우리의 행복은 강렬한 자극보다는 조용하고 차분함과 친합니다.

    '부처님, 그러니까 고추도 넣어야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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