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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보가 되어라 -진제스님
    ◑解憂所 2011. 10. 6. 06:49

     

    바보가 되어라                                                       

    우리가 세상 일을 다 저버리고 절집에 와서
    중노릇을 하는 것은 부모를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요,
    남을 위해서 하는 것도 아니요,
    오로지 자기 자신을 위해서 택한 것입니다.

    마음 가운데 가지가지의
    반연과 갈등은 다 놓아 버려야 합니다.
    그러한 거짓된 것을 벗어 던지지
    못할 것 같으면 이 공부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는 법입니다.
    금생에는 ‘반드시 견성(見性)하리라’는
    작심(作心)을 하여 사람노릇하는 것을
    포기한 채 어느 곳에서나 바보가 되어야 합니다.

    어느 곳에서나 바보가 되어 버리면
    걸음걸음 생각생각이 화두뿐입니다.
    마음 가운데 화두
    한 생각 뿐이면 힘들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 때는 결제 해제에 상관이 없고,
    먹고 사는 것도 관여치 않으며
    자기 몸뚱이까지도 다 잊어버리게 됩니다.

    이러한 시간이 흘러야
    대도(大道)의 문에 가까이 갈 수 있고,
    필경에 대도의 문을 활짝 열어젖힐 수 있습니다.

    그러니 공부는 먼저
    마음자세부터 선을 분명하게 그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10년 중노릇을 하나,
    30년을 하나, 백발이 될 때까지 하나,
    그 장단이 그 장단입니다.
    보살님네, 처사님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절 저 절 전국 방방곡곡을 헤맨다고 해서
    복이 쏟아지는 것도 아니고,
    공부가 잘 되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할 일은
    오로지 마음의 광명을 찾는 일뿐이다.’는
    절대 부동(不動)의 마음자세에서
    모든 허세를 다 벗어 던지고,
    모든 반연을 다 끊어 버리고,
    화두를 참구하는 법을 바로 배워서
    일상생활 가운데 꾸준히 익혀가야 합니다.
    어쨌든 가정을 가졌으니 아들 딸 뒷바라지는
    해야 할 것이고 가정을 거두어야 하니,
    그러한 세간 가운데서라도 화두를
    놓치는 바 없이 간절하게 참구해야 합니다.
    그리하면 마음 가운데 모든 습기(習氣)와
    허점이 소멸되어 갈 것입니다.

    ‘가고 오고 말하는 이것이 무엇인고’
    이 몸뚱이를 지배하는 참 주인공이 있어서,
    일상의 생활 가운데 가고 오고 말하고
    부르면 대답하고 오늘 이 자리에서
    이렇게 법문(法門)을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쓰고 있으면서도
    거두어 얻지 못하고 알지 못하니 참으로
    분하고 어리석은 노릇이 아닙니까 해서
    이것을 알아야겠다는 간절한 일념(一念)에서,
    뼈골에 사무치고 오장육부를 찌르는,
    그러한 의심을 짓고 화두를 챙길 것 같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공부가 무르익어집니다.
    모든 잡념은 물러가고 화두 한 생각만
    또렷이 드러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나 오나 밥을 지으나
    청소를 하나 직장일을 하나 잠을 자나,
    일체처(一切處) 일체시(一切時)에
    ‘이 것이 무엇인고’하는 화두
    한 생각만 또렷해지게 되면, 다겁다생(多劫多生)에
    지어온 모든 습기(習氣)가 다 녹아 없어져 버립니다.


    이러한 경계가 오면 스님네도 깨달을 수 있고,
    보살님네도 깨달을 수 있고,
    처사님네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깨닫지 않을래야 깨닫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진제큰스님법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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