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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위터 스타' 혜민스님 "세상과 소통 꿈꿔요"
    人間의 香氣 2011. 8. 18. 09:02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미국 하버드대 석사, 프린스턴대 박사, 햄프셔대 종교학과 교수, 2만 1천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트위터 스타'….

    화려한 이력의 주인공은 미국에서 교수가 된 최초의 한국인 스님 혜민(39) 스님이다. 지난 6월에는 방한한 할리우드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의 통역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연구년을 맞아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으로 국내에 머물고 있는 혜민 스님을 최근 서울대 구내 찻집에서 만났다.

    "요즘 '트위터 스타'로 통한다"고 말하자 스님은 손사래를 쳤다.

    "트위터 스타라는 말 너무 생소해요. 일반 사람들이 (트위터에서) 젊은 스님을 만나니 반가워하는 것 같아요.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하는 제 글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트위터 글은 제 스스로를 탁마(琢磨)하는 글이 많아요. '너 그러면 안 되지' '이렇게 하지 말자'하며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에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젊은 불자로서,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저의 꿈이에요."

    혜민 스님은 불교가 전통의 틀에 갇혀 정작 사람들과는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불교가 너무 오래된 옛날 언어에 갇혀 있어서 한글세대와 공감하기 어렵고, 주부들도 잘 못 알아듣는 고루한 이야기가 된 것 같아요. 미산 스님이 '고목에는 새로운 꽃이 피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저도 깊이 공감하는 말이에요. 우리가 불교를 어려운 한자(고목)에 가둬놓아서 일반 사람들이 (불교에) 다가가기 힘들게 된 것이에요. 제가 트위터를 하는 것도 종교가 불교가 아니라도 여러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에요."

    '왜 스님이 됐느냐'는 사람들이 혜민 스님에게 던지는 단골 질문이다.

    "16살에 사춘기가 오면서 존재에 대한 총체적인 질문을 하기 시작했어요. 철학책도 많이 읽게 되고, 그러다 우연히 불교 책도 읽게 됐고요. 버클리(UC버클리)에 유학 가 대학 기숙사에서 살 때 학생들이 새벽 2시까지 술 마시고 파티하고 했는데 너무 안 맞았어요. 근처에 한국 스님이 운영하는 절로 들어가 학교를 다녔는데 너무 좋았어요. 보통 사람들은 불교를 할머니나 어머니 손을 잡고 불공드리는 것으로 시작하는 데 저는 책을 통해 철학적인 것으로 불교를 시작했어요. 하버드에 가서 공부하면서 불교를 학문으로 할 것이 아니라 수행으로 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교 재학 시절 적성 테스트를 받았는데 공교롭게도 적성에 맞는 직업으로 '성직자'와 '교사'가 나왔다.

    "저는 지금 (성직자와 교사) 둘 다 하고 있는데 저하고 잘 맞는 것 같아요. 특히 성직자의 길은 다른 사람의 아픈 마음을 헤아려주고 따뜻하게 이야기를 들어주며 조언하는 것인데 저와 너무 잘 맞아요. 사실 처음에는 스님 옷을 입었다는 것만으로 저보다 20-30살 많은 분들이 마음속 얘기를 제게 털어놓으면 답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 한동안 괴로웠는데 그분들이 원하는 것은 답이 아니라 잘 들어주는 것이었어요. 이미 해답은 본인들이 알고 있고 확인하러 스님에게 오는 것이었어요. 그저 잘 들어주기만 하면 본인들이 문제를 다 풀고 답을 얻었어요."

    '스님으로서의 삶이 행복한지' 물었다.

    "리처드 기어가 '나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면 (나 자신이) 행복해질 거라 장담할 수 없지만 남을 위해 노력하면 100% 행복해진다'고 말했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보면 그 사람이 행복해지고, 그러면 저도 너무 행복해져요. 이 사람 저 사람 걱정을 해주다 보면 제 걱정은 어느새 쏙 빠져요."

    올해 말까지 서울대에 머물 예정인 스님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선불교가 살아있는 유일한 나라"라면서 "한국 선불교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외국 사람들은 선불교 하면 일본을 떠올리고 일본으로 가는데 (한국 선불교에 대한) 구체적인 가르침을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정리한 책이 없어요. 그래서 외국인들이 더더욱 한국 선불교를 모르는 것이고요. 성철 스님, 서옹 스님, 송담 스님, 진제 스님, 수불 스님 등 (한국 불교의 선지식을 대표하는) 스님들의 가르침을 구체적으로 연구해보고 싶어요. (선불교 수행법인) 간화선이라는 것이 원래 단계가 없이 단번에 깨치는 것을 말하는데 단계는 없더라도 수행함에 있어 변화되는 과정은 있어요. 변화되는 과정을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있게 너무 신비화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싶어요."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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