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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자부족여모(竪子不足與謀)
    ♤좋은글 2010. 6. 30. 06:21

     

     

     

    수자부족여모(竪子不足與謀)

     

     睾 : 더벅머리 수 / 子 : 아들 자 / 不 : 아닐 불 / 足 : 족할 족 / 與 : 더불어 여 / 謨 : 꾀 모

     

    "어린애와는 함께 일을 도모할 수 없다." 일의 맥락을 알지 못하고 자기 기분대로 하는 사람과는 일을 함께 할 수 없다는 뜻. 유방과 항우가 만난 유명한 <홍문(鴻門)의 만남>에서 범증(范增)이 항우를 두고 한 말이다.
    진나라를 멸망시키고 먼저 함양에 입성한 유방은 패수(覇水) 근처로 돌아와 진을 쳤다. 그리고 측근의 조언에 따라 군사를 함곡관에 보내 항우의 진출을 대비했다.
    뒤늦게 도착한 항우는 함곡관이 닫혀 있고, 또 유방이 이미 함양을 평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노해 함곡관을 쳐부수고 홍문에 진을 쳤다. 당시 항우의 군사는 40만, 유방의 군사는 10만이었다.
    당시 항우에게 아버지처럼 존경을 받고 있던 범증이 말했다.


    「유방은 원래 탐욕이 많은 호색한입니다. 그런데도 함양에 와서는 보물에 손도 대지 않고 여자도 가까이하지 않습니다. 이건 그가 야심만만하다는 증거입니다. 그러니 이때를 놓치지 말고 기습해야 합니다.」
    그러나 항우의 숙부 항백은 비밀리에 이 계획을 자기와 친한 유방의 모사 장량에게 알렸다. 장량은 이 사실을 유방에게 알렸다. 유방은 이 소식을 듣고 항우와의 싸움을 피하기 위해 장량과 상의한 끝에 항백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함양에 들어온 이래 보물에는 손도 대지 않고, 그대로 봉인해서 항우 장군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함곡관을 지킨 것은 도적을 경계하고 비상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지, 항우 장군을 막기 위한 것이 절대 아닙니다.」
    항백이 자기 진영으로 돌아와 항우에게 유방의 말을 전하자, 항우의 분노도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 유방은 다음날 항우를 찾아와 사죄를 했고, 항우는 그에게 주연을 베풀었다.
    주연이 시작되자 범증은 연방 항우에게 눈짓을 하면서 허리에 찬 옥결을 들어 세 번 신호를 보냈다. 이는 바로 유방을 죽이라는 신호였다. 그러나 항우는 묵묵히 앉아 있으면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참다못한 범증은 항우의 동생 항장을 불러내 말했다.
    「항우는 너무나 정이 많은 분이다. 네가 들어가 검무를 추다가 기회를 보아 유방을 죽여라.」
    항장은 항우의 허락을 받고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낌새를 눈치 챈 항백도 앞으로 나와 춤을 추면서 유방을 몸으로 가렸다. 항장은 유방을 죽일 기회를 잡지 못했다.
    장량은 위기가 닥친 걸 보고 밖으로 나가 번쾌를 불렀다.
    「사태가 긴박하네. 지금 항장이 검무를 추면서 주군을 죽이려 하고 있어.」
    「내가 가서 주군과 생사를 함께 하겠소.」
    그리고는 막사로 들어가 한복판에 버티고 서서 항우를 노려보았다. 머리털은 곤두서고 눈매는 찢어질듯하여 매우 험상궂은 모습이었다.
    항우가 검을 잡으면서 말했다.
    「저자는 누군가?」
    「패공(沛公)의 장수 번쾌입니다.」
    「장사로군. 술 한 잔 따라 주게.」
    그러면서 술 한 말이 들어가는 대접을 주었다. 번쾌는 선 채로 그 술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항우가 그 모습을 보고 다시 말했다.
    「훌륭하네. 돼지고기를 안주로 먹게나.」
    날돼지고기가 나오자, 번쾌는 방패에다 올려놓고 칼로 썰어서 먹었다.
    「대단한 장사로군. 또 한잔 마시겠나?」
    「죽음도 피하지 않는데, 어찌 술잔을 사양하겠소.」
    이렇게 말한 번쾌는 유방의 처사를 옹호하면서, 항우가 어찌 소인배의 말만 듣고 공을 세운 유방을 치려는지 따져 물었다. 항우는 그의 말에 답하지 않고 그냥 자리에 앉으라고 말했다. 번쾌가 장량 아래에 앉자, 유방은 즉시 변소에 가겠다고 하면서 번쾌를 불러 밖으로 나갔다.
    유방은 위기를 벗어난 것이다. 그는 갖고 온 선물을 장량에게 맡기고서, 그대로 말을 달려 자기 진영으로 도망쳤다. 장량은 연회장으로 돌아오자, 유방이 너무 취해 무례를 저질렀다며 항우와 범증에게 선물을 전했다. 범증은 선물로 받은 술잔을 칼로 내려치면서 이렇게 한탄했다.
    「어린애와는 함께 일을 도모할 수 없는(竪子不足與謀) 법이다. 항우의 천하를 빼앗을 자는 반드시 유방이리라. 내 일족은 틀림없이 그의 포로가 되겠구나.」
    항우는 비정한 마음으로 결단을 내려 유방을 죽였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의 이 같은 성격이 유방과의 패권다툼에서 패배하게 된 한 원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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