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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름의 일어남과 스러짐
    ◑解憂所 2010. 2. 18. 06:37

    구름의 일어남과 스러짐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출세 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 허물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 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유세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치지 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 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나 가세.

    다 바람 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 건 다 한 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 바람이라오.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 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 하리요.
    줄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 하노.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 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 둔다고 그냥 있겠소?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는 욕심 일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펴고 인생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오.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 게 있소?

    살다 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다 있는 것, 잠시 대역 연기 하는 것일 뿐,
    슬픈 표정 짖는다 하여 뭐 달라지는 게 있소.
    기쁜 표정 짓는다 하여 모든 게 기쁜 것만은 아니오.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렇게 사는 겁니다.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서산대사께서 입적하기 직전 읊은 해탈 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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