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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떠남의 의미/법정스님
    ◑解憂所 2009. 7. 17. 06:41
     
     
    떠남의 의미/법정스님


    사람들은 곧잘 내게 '왜 스님이 됐는가?' 하고 묻는다.
    신부들과 수녀들도 곧잘 이런 질문을 받을 것이다.
    그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세상이 무상해서,
    중생을 구하기 위해서,
    생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고 결코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뜻에서 출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나대로 살고 싶어서,
    내식대로 살고 싶어서 출가를 했다.
    자기식대로 사는 것,
    나대로 사는 것을 위해서다.
    그것이 세상의 윤리권 밖에서 제멋대로 사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그만큼 무거운 짐이 내게 주어진 것이다.

    어떤 출가의 경우라도 그것은 스스로 선택한 길이다.
    선택 당한 길이 아니고 선택한 길이다.
    적어도 자살에 비길 만큼 철저한 자기 부정을 거쳐 선택한 길이다.

    무엇에 대한 부정인가.
    비본질적인 것에 대한 부정이다.
    철저한 부정 없이 긍정에 도달하기는 어렵다.
    철저한 절망을 통해서,
    자기 부정을 통해서 인간은 거듭날 수 있고 삶을 재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종교적 세계에서는 절망은 죽음에 이르는 병일 수가 없다.
    오히려 절망은 거듭날 수 있는 계기이고,
    자기 인생을 재구성하기 위한 진통이다.
    종교적 체험은 자기 부정을 통해서 얻어지는 대긍정에  그 의미가 있다.

    떠난다는 것은 소극적인 도피가 아니라,
    보다 높은 이상을 위한 적극적인 추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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