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몸에 병이 없으면 탐욕이 생기기 쉽나니, 그래서 성현이 말씀하시되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로 하셨느니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현이 말씀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공부하는데 마음에 장애 없기를 바라지 말라. 마음에 장애가 없으면 배우는 것이 넘치게 되나니, 그래서 성현이 말씀하시되 장애 속에서 해탈을 얻으라 하셨느니라. 수행하는 데 마(魔)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 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하나니, 그래서 성현이 말씀하시되 모든 마군을 수행의 벗으로 삼으라 하셨느니라.”
행복은 오늘 새롭게 씨 뿌림으로 커간다
운명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깨달음 마음내어 바꾸는 것
위에 글은 <보왕삼매론>에 있는 글로, 역경을 이겨내는 참된 불자의 마음가짐이 잘 나타나 있다. 우리가 세상을 살다 보면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나게 된다. 그러한 상황이 되면 보통 낙담하거나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보다 수행의 힘으로 스스로 고난을 이겨내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우리말에 ‘잘되면 내 탓, 안되면 조상 탓’이라는 속담이 있다. 이처럼 흔히 세상 사람들은 모든 어려움과 역경을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린다. 그래서 남을 원망하고 세상을 한탄한다. ‘내가 하는 일은 왜 이럴까’, ‘이건 모두 누구 때문이야’는 식으로 자신보다는 주변을 탓하는 그릇된 생각을 갖는다.
그러나 참된 불자들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과 역경, 환경 등이 모두 자신의 마음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고난이나 역경을 겪게 되더라도 모든 것이 자기 스스로가 지은 허물임을 알고 깊이 참회해야 한다. 그 허물은 금생의 것일 수도 있고 전생의 것일 수도 있다.
새옹지마(塞翁之馬),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말처럼 고난이나 역경에 처했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절망에 빠질 필요는 없다. 역경은 과거에 지은 잘못된 과보가 현재에 나타나 소멸되는 것이니, 잠복 중에 있던 나쁜 원인이 소멸되면 다행스러운 일이며 새로운 희망이 싹틀 전조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참된 불자라면 고난 앞에서도 오히려 감사하고 불평하거나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 그럴수록 고난을 관조하고 극복하는 평온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은 바 원인이 있어서 고난이 나타나는 것처럼, 희망은 오늘 새롭게 씨를 뿌림으로써 커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난을 당해서도 새 희망을 일으키고 더욱 정진해 새로운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가야 한다. 불자들은 고난과 역경을 당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당당하게 일어서야 한다. 운명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가 끊임없이 깨달음의 마음을 일으켜 운명 그 자체를 바꿔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