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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철부어 (涸轍鮒魚)
    ♥일상사 2008. 6. 2. 10:55
    몹시 가난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벼슬을 하는 친구에게
    곡식을 빌리러 갔습니다.

    그런데 친구는
    당장 곡식을 빌려 주지 않고
    장차 세금을 거두면
    큰돈을 꿔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가난한 친구가 말했습니다.
    "내가 여기 오는데
    무슨 소리가 들려 살펴보니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속에서
    물고기 한 마리가 말라 죽어 가고 있었네.
    물고기는 내게
    어디서 물 한 동이만 구해다가
    자기를 살려 달라고 하더군.
    그래서
    마침 내가 먼 나라로 여행을 가는 중이니
    그 나라 강물을 끌어다 주겠다고 했지.

    그러자 물고기는
    자기는 지금 당장 한 동이의 물이 필요한데
    그렇게 말하려면
    차라리 자기를 건어물 가게에 내다 팔라고 하더군."

    장자(莊子)는 뛰어난 사상가였지만
    무척 가난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장자가 친구였던 감하후(監河候)에게
    곡식을 빌리러 갔을 때의 이야기라고 하는데요.
    식량이 떨어진 절박한 처지를 보면서도
    나중에 큰돈을 빌려주겠다는 친구에게 장자는
    한 동이의 물이 필요한 물고기의 비유를 들며
    친구의 몰인정함을 꾸짖은 것이지요.

    이 이야기에서
    '학철지부(轍之)'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어려운 처지에 빠져
    당장 도움이 절실한 상황을 뜻하는 말로
    흔히 쓰이고 있는데요.
    나중에 생활에 여유가 생기고 잘되면
    여러 사람을 돕겠다는 생각도 나쁠 것은 없겠지만
    지금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적게라도 바로 도움을 주는 것이 더 좋다는 말로
    새길 수 있습니다.

    남을 도울 큰 기회는 자주 오지 않지만
    작은 기회는 매일 우리 곁에 있다.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 속의 붕어와의 대화를 빌려, 부질없는 의문에 관심을 두지 말고 자기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책을 마련하는 것이 인생의 제일의(第一義)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먼 물은 가까운 불을 끄지 못한다는 것과 같은 몹시 고단하고 옹색함에 대한 비유이다. 이 말은 철부지급(轍之急), 학철지부(轍之)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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