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사이에 있어서 눈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알게 하고 보여주는 유리창이죠. 눈을 통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그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도 있거니와, 현재 그 사람의 마음이 흐린지 맑은지 일기예보 해주는 것도 역시 눈입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수 있는 거죠.
가령, 모르는 사람이 나의 눈을 본다, 그러면 대번 시비가 되거나 이상한 사람쯤으로 치부해도 흠될 게 아닐 걸요. 그 만큼 사람의 눈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혜택이자 특별한 선물이라 할 수 있어요. 왜 그런 조사 결과도 있잖아요. 무의식중에 사람의 눈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향해 있다는 사실이요. 마치 해바라기가 태양을 향해 있듯이 말입니다.
눈을 뜰까, 감을까?
사실 우리는 사람을 만날 때 시선을 어디에 둘까, 그 시선처리 만큼 난감한 것도 드물죠. 아래에 둘까, 위로 둘까, 감을까, 뜰까… 더구나 키스할 때는 왜 아니겠어요.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을걸요?
사람은 최고의 행복에 다다르거나, 아주 극한 슬픔에 처해 있을 때는 자연스럽게 눈을 감게 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키스의 절정에서 눈을 감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문제는 키스를 시작할 때의 시선처리 문제입니다.
키스할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눈은
바로 사람의 시선은 친밀감과 신뢰를 표현하기도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반감과 적의를 표현하기 때문이에요. 아무런 생각없이 보내는 시선이 상대방에게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화근이 되기도 하잖아요. 그럼 키스를 유도하고, 충분히 그이의 입술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면 시선은? 그저 멀뚱멀뚱 바라 보고 있자니 어색하고, 눈을 꼭 감고 있자니 그것 또한 촌스러우며 우스꽝스럽고…
그이의 눈빛에 담긴 무수한 속삭임을 눈으로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눈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다는 표현은 절대 과장이 아닙니다. 실제로 연인들에게는 텔레파시라는 것이 있어서 서로 보지 않고도 서로의 존재감을 느끼거나, 눈빛 하나만으로도 아주 기초적인 의사교환이 가능하기도 하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눈은 사랑을 표현하는 창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키스를 하기도 전에 눈을 감아 버린다면 그 이의 눈빛에 담긴 무수한 언어와 달콤한 속삭임을 무시하는 것이나 다름 없게 되는 거죠. 물론 어색함과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서 꼭 감아야 한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에요.
또한 처음부터 눈을 감고 시작하면 그 이가 원하는 방향과 각도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거죠. 키스는 그이와 내가 함께 나누는 아름다운 조화와 하모니의 표현이거든요. 어느 한 사람의 리드에 어느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끌려 간다면, 서로가 충분히 즐거울 수 없고, 건전한 의미의 사랑법이라고도 할 수도 없어요.
자신의 감각에 따라 눈을 맡기자!
그렇다고 입술이 접촉된 후, 서로의 감각 세포들이 일제히 일어나 아우성을 치는 순간에 조차 눈을 뜨고 있으라는 얘기는 결코 아닙니다. 이때 부터는 자신의 감정과 감각에 자연스럽게 내 맡기면 되는 거죠. 과장할 필요도 없지만 지나치게 수줍어 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 순간엔 오직 나와 그이가 함께 나누는 둘만의 대화(키스)에만 집중하면 되니까요.
마주쳤다가는 떼고, 마주쳤다가는 떼고... 시선주고받기
만일 어느 정도 키스에 대해 서로가 익숙해진 커플이라거나 그 분위기에 완전히 익숙해진 관계라면 눈을 조금 뜬 채 끊임없이 서로의 눈빛을 교환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그렇다고 오래도록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짧게 눈빛이 마주쳤다가는 다시 눈을 떼고, 다시 마주쳤다가는 떼고… 서로의 감정 상태에 따라, 그리고 분위기에 따라 적절하게 눈빛을 교환하는 것이 바로 황홀하면서 감미로운 키스를 나눌 수 있는 기술이랄 수 있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