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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가까이
서산에 해 가울어 산 그늘이 내릴 무렵
훨훨 벗어부치고 맨발로 채소밭에 들어가
김 매는 일이 요즘 오두막의 해질녘 일과이다.
맨발로 밭흙을 밟는 그 감촉을 무엇에 비기랴.
흙을 가까이 하는 것은
살아 있는 우주의 기운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흙을 가까이 하라.
흙에서 생명의 싹이 움튼다.
흙을 가까이 하라.
나약하고 관념적인 도시의 사막에서 벗어날 수 있다.
흙을 가까이 해야
삶의 뿌리를 든든한 대지에 내릴 수 있다.
우리에게 대지는 영원한 모성
흙에서 음식물을 길러 내고
그 위에다 집을 짓는다.
그 위를 직립 보행하면서 살다가
마침내는 그 흙에 누워 삭아지고 마는 것이
우리들 삶의 방식이다.
흙은 우리들 생명의 젖줄일 뿐아니라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씨앗을 뿌리면 움이 트고
잎과 가지가 펼쳐져 거기 꽃과 열매가 맺힌다.
생명의 발아 현상을 통해
불가사적인 영역에도 눈을 뜨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흙을 가까이 하면
흙의 덕을 배워 순박하고 겸허해지며
믿고 기다릴 줄을 안다.
흙에는 거짓이 없고
추월과 무질서도 없다.
시멘트와 철근과 아스팔트에서는
생명이 움틀 수 없다.
비가 내리는 자연의 소리마저
도시는 거부한다.
그러나 흙은 비를 그 소리를 받아들인다.
흙에 내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인간의 마음은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정결해지고 평온해진다.
어디 그뿐인가
구두와 양말을 벗어버리고
일구어 놓은 밭흙을 맨발로 접촉해 보라.
그리고 흙냄새를 맡아 보라.
그것은 순수한 생의 기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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